보통 사람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가진 존재는 두려워 피한다. 입으로 불을 뿜는다거나 자동차 등에 연결한 끈을 치아 사이로 물어 끄는 사람을 보면 마술 같다며 흥미를 느끼면서도 따라하는 법은 없다. 거대한 괴수가 나타나 사람들을 짓이기는 만화나 영화를 보고서도 혼비백산한다. 사람을 해치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선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不可思議(불가사의)한 괴이한 일이나 또는 무서운 힘을 휘두르는 것이 怪力(괴력)이다. 사람에게 吉凶禍福(길흉화복)을 준다는 귀신도 옳지 못하고 혼란만 가져 오는 亂神(난신)은 두려워 피한다.
성인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는 ‘論語(논어)’ 述而(술이)편에서 孔子(공자)가 여기에 대해 말한다. ‘선생님께서는 괴이한 일, 힘으로 하는 일,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 그리고 귀신에 관한 일은 말하지 않으셨다(子不語 怪 力 亂 神/ 자불어 괴 력 란 신).’ 짤막한 네 글자를 풀이하는 데는 각 글자로 하거나 두 글자씩 묶어 해석하는 방법을 써 왔다. 怪(괴)는 돌이 말하고 나무가 일어선다거나 불을 토하는 등 비현실적인 怪事(괴사), 怪變(괴변)을 뜻하고 力(력)은 상상할 수 없는 힘으로 휘두르는 폭력, 완력을 나타낸다. 亂(란)은 천륜에 반하는 난행이나 반란, 神(신)은 해를 끼치는 나쁜 신이나 우상을 말했다.
두 글자씩 묶어 怪力(괴력)은 이치에 맞지 않는 힘, 亂神(난신)은 옳지 못한 신으로 사람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귀신이다. 한 글자든, 두 글자든 어떻게 해석하든 공자는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교화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北宋(북송)의 학자 謝良佐(사량좌, 1050~1103)가 명쾌하게 주석한다. ‘성인은 일상적인 것을 말하고 괴이한 것을 말하지 않았고, 덕을 말하고 폭력을 말하지 않았으며, 다스림을 말하고 혼란은 말하지 않았고, 사람을 말하고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聖人 語常而不語怪 語德而不語力 語治而不語亂 語人而不語神/ 성인 어상이불어괴 어덕이불어력 어치이불어란 어인이불어신).’
엉뚱한 힘, 옳지 못한 신을 말하지 않은 가르침을 충실히 행하는 것은 좋은데 언급까지 금한 것은 삭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각국 신화에 등장하여 화려한 활약을 펼치는 신들은 이야기 거리로는 훌륭한데도 우리나라의 三國史記(삼국사기) 등 역사서에는 배제되었다. 상상에 바탕을 둔 소설까지 유교의 근본에 충실했던 학인들에겐 배격의 대상이었다. 하늘을 날고, 고난에 빠진 인간을 구하는 상상의 영웅까지 용납하지 못할 일은 아닐 텐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