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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룡 변호사(서울)
- 법률용어는 명확해야 한다
1. 문제의 제기
가. 집합건물법에서의 "대지사용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제2조(정의)에서 "이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의 각호와 같다"라고 용어의 정의를 규정했다.
같은 법 제2조 제6호는 "대지사용권"이라 함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대지사용권"이 어떠한 권리인가를 알려면 먼저 "구분소유자", "전유부분", "건물의 대지" 등의 용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어떤 사람이 어떤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구분소유자"; 집합건물법 제1조(건물의 구분소유)는 "1棟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수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는 그 각 부분은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1棟의 건물이면 소유권도 하나였으나 집합건물법에서는 여러 개의 구분소유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집합건물이란 여러 棟의 건물이 집합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한 棟의 건물에 독립한 건물로 사용되는 구분소유부분 여러 개가 있다는 의미에서 집합건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된 것이라고 본다.
"전유부분"; 같은 법 제2조 제3호는 "전유부분"이라 함은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건물부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1棟의 건물에는 구분소유권의 목적이 아닌 건물부분으로 "공유부분"이 있는데 이를 제외한 건물부분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물의 대지"; 같은 법 제2조 제5호는 "건물의 대지"라 함은 "전유부분이 속하는 1棟의 건물이 소재하는 토지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건물의 대지로 된 토지" 라고 정의했다. 제4조의 규정을 보면 "전유부분이 속하는 1棟의 건물 및 그 건물이 소재하는 토지와 일체로 관리 또는 사용되는 토지"라고 했는데 이는 예컨대 아파트 관리사무소인 부속건물의 敷地 또는 어린이놀이터를 조성한 토지 등으로서 등기부상 으로는 전유부분소유자들의 '共同所有'로 되어있더라도 그 성격은 '總有財産'(민법 제275조)인 토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건물의 대지"란 전유부분이 속하는 건물의 敷地인 토지 등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토지'라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다음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 제1항은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제2항은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집합건물법의 여러 규정으로 볼 때 집합건물법에서 사용하는 "대지사용권"이라는 권리는 '단순히 어떠한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소유권, 점유권과 같은 독립된 하나의 물권과는 다른 특수한 성격을 가지는 권리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2000.11.16. 선고 98다45652·45689. 전원합의체판결)는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 되고 '건물의 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아직 경료 되지 못한 상태라도 전유부분의 소유자는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 할 권리가 있는데 이는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 라고 했다.
나. 부동산등기법에서의 "대지권"
그런데 '부동산 등기법'에서는 '용어의 정의'에 관한 규정은 없이 "대지사용권"이라는 용어와 '집합건물법'에는 없는 "대지권"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등기법 제42조(건물의 경우) 제4항에 "구분건물에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의 대지사용권(垈地使用權)으로서 건물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 없는 것[이하 "대지권(垈地權)"이라 한다]이 있을 때에는…"이라는 규정이 있다.
부동산등기법 제57조의 3(대지사용권의 취득) 제1항의 규정 중 "대지사용권에 관한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라는 문언에서의 "대지사용권"은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항의 대지사용권"과는 그 의미내용이 같은 것이 아니고 집합건물법과는 무관한 소유권·점유권과 같은 단순히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집합건물법상의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 없는 것이므로(집합건물법 제20조 제2항) 그러한 권리의 이전등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제4항의 규정 중 "제1항에 따른 등기는 대지권에 관한 등기와 동시에 신청하여야 한다"는 문언에서의 "대지권"은 제1항에서의 "대지사용권"과는 그 의미가 다르고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항의 대지사용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고 본다.
2. "대지권"이란 어떠한 권리인가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의 "대지사용권"을 부동산등기법에서는 "대지권"이라고 하는데, 그 권리의 성격에 관해 대법원 판례는 전유부분의 소유자는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 할 권리가 있는데 이는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이라고 했다.
단순한 점유권이라면 집합건물법과 관련시킬 필요 없이 단순히 어떤 사람이 어떤 토지를 점유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대지권"은 그러한 의미의 대지사용권이 아니고 집합건물법에서 정의내린 "건물의 대지"에 대한 권리이다. 뿐만 아니라 "대지권"은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 없으므로 독립된 하나의 "물권"이 아니다. "대지권에 관한 등기"란 소유권에 관한 보존등기나 이전등기 또는 저당권설정등기와 같은 권리를 설정하거나 권리변동을 공시하는 등기가 아니고 구분소유권인 전유부분에 관한 건물등기부의 "표제부"란에 "건물의 대지"에 대한 대지사용권의 범위를 표시하는 등기절차다.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의 취지로 볼 때 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사용권과 "건물의 대지"에 대한 사용권(대지권)이 결합되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권이라는 하나의 물권이 구성되는 것이다. "대지권"은 하나의 독립된 물권이 아니고 집합건물의 구분소유권인 물권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를 이루는 권리인 것이다.
구분소유권인 전유부분에 관한 건물등기부에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하면 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건물의 대지)의 등기부에는 "대지권이 있다는 취지의 등기"를 하는 것이고(부동산등기법 제57조의 2) 이로써 그 토지등기부는 휴면상태로 되는 것이다.
3. 맺는 말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의 '대지사용권'을 '부동산등기법'에서는 "대지권"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집합건물법'에는 "대지권"이라는 용어가 없다. 이와 같이 관련되는 두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문언은 같아도 그 의미는 서로 다른 경우가 있고 또는 같은 의미를 서로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의 처리를 위한 법적용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등기절차에 있어서 등기관의 심사권에 관하여 우리나라는 형식적 심사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집합건물에 관한 등기신청을 받은 때에 필요하다면 그 건물에 관한 사항을 조사할 수 있다"는 부동산등기법 제56조의2(등기관의 조사권)의 규정으로 볼 때 "대지권에 관한 등기" 등 집합건물에 관한 등기절차에 있어서는 집합건물법 및 부동산등기법등 관계법률을 올바르게 해석해 입법목적과 그 법리에 맞게 처리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판례 평석
- 대법원 2011.2.10. 선고 2010다11668호 판결
1. 문제의 제기
필자는 법률용어는 명확해야 한다는 부제로 법률신문에 '대지사용권'과 '대지권'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2011.1.10.자 법률신문). 맺는말에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에서 정의 한 '대지사용권'을 '부동산등기법'에서는 "대지권"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집합건물법'에는 "대지권"이라는 용어가 없다. 이와 같이 관련되는 두 법률에서 같은 의미를 서로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또는 두 법률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같은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의 처리를 위한 법적용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한 바 있다.
대법원 2011.2.10. 선고 2010다11668호 사건의 사건명은 '소유권대지권이전등기' 이고, 그 사건의 청구취지는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 중 3007.3분의 30.389 지분에 관하여 2007.2.12. 전유부분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이다. 이 사건은 집합건물법 제2조 제5호에서 정의 한 '건물의 대지'인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사건인데 제2심이 인정한 기초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1993.10.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그 지상에 집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신축하여 이를 분양하였다.
나. 그 후 이 사건 건물의 제1402호에 해당하는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건물 1402호'라 한다)에 관하여, 1995.4.10. 이명복 앞으로 1998.10.1.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2007.2.12. 원고 앞으로 2007.2.9.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각 마쳐졌다.
다. 이사건 건물 1402호에 해당하는 대지지분은 이 사건 토지 중 30.389/3007.3 지분(이하 '이 사건 자분'이라 한다)인데 이 사건 건물 1402호는 그에 과한 대지권등기가 마쳐져있지 않다.
이러한 사안에서 제1심은 "건물만 매도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으나 제2심은 "원고 역시 위 대지사용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고 명의로 순차 경료 된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전제가 된 전유부분인 이 사건 건물 제1402호의 처분에는 그에 대응하는 대지사용권도 수반되어 함께 이전되었다고 못 볼 바 아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2. '대지사용권'의 대상인 토지만의 소유권이전등기 가능한가
이 사건에 있어서 토지지분인 '이 사건 지분'은 '이 사건 건물 1402호'인 구분소유 건물의 '건물의 대지'(집합건물법 제2조 제5호)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402호'의 소유자로서 '이 사건 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이 있었다(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그런데 피고는 부동산등기법 제57조의 3의 규정에 따른 "대지권에 관한 등기'(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의 '대지사용권'을 부동산등기법에서는 '대지권'이라고 한다.)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건물 1402호'만을 수분양자인 이명복에게 이전등기 했으며 원고가 또 이를 매수해 이전등기 받은 것이다.
피고가 위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했다면 '이 사건 건물 1402호'의 등기부에는 그 '표제부'란에 대지권의 지분표시가 등재되고, '이 사건 지분'인 토지의 등기부에는 해당 구 사항 란에 '대지권이 있다는 취지의 등기'(부동산등기법 제57조의 2)가 됐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토지 등기부는 휴면상태로 되니 사실상 폐쇄되는 것이고, 그 후 전유부분인 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되면 같은 표제부에 등재된 대지권은 따라서 한데 묶여 이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고가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않은 채 전유부분에 관해서만 수분양자에게 이전등기 한 경우인데 그러면 원고의 전유부분건물의 '건물의 대지'에 대한 '대지사용권' 취득문제는 어떻게 되며 그 절차여하라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이점에 관해서 제1심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그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고, 제2심은 원고가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의 규정으로 볼 때 "전유부분인 이 사건 건물 제1402호의 처분에는 그에 대응하는 대지사용권도 수반되어 함께 이전되었다고 못 볼 바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대지사용권'이 원고에게 이미 이전된 상태라는 취지이다. 다만 대법원은 그러하다면 등기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아무런 제시를 하지 않았다.
집합건물법의 법리로 보아 이 사건의 경우 '대지사용권'이 원고에게 이미 이전된 상태이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다시 아무런 청구(등기청구권)를 할 여지가 없고, 또한 '분리처분 금지'라는 법리로 볼 때 '건물의 대지'만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할 수도 없다. 만일 피고가 그 토지를 제3자에게 이전등기 하거나 피고의 채권자가 이를 압류한다 해도 이는 "필연적으로 전유부분과 토지의 분리처분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6.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대지사용권'은 건물등기부의 '표제부'란에 등재한다. 이는 '표제부의 등기'라고 하는 '사실의 등기'로서 등기용지의 '갑구'나 '을구'란에 등기하는 '권리의 등기'가 아니므로 '대지사용권'만의 이전등기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동산등기법 제57조의 3에 '대지사용권의 이전등기'라는 문언이 있으나 그 대지사용권이란 소유권, 지상권 등 단순히 토지를 점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에서 정의한 '대지사용권'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3. 맺는 말
집합건물법 및 부동산등기법의 여러 관련 규정의 의미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법원의 여러 판례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사건의 경우 원고는 '이 사건 건물 1402호'의 소유자로서 동시에 '대지사용권'도 한데 묶여 이전받은 지위이므로 단독으로 '대지권에 관한 등기'(부동산등기법 제57조의 3)를 신청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전유부분인 '이사건 건물 1402호' 건물의 등기부에는 그 '표제부'란에 대지권표시가 등재될 것이고, '이 사건 지분'인 토지의 등기부에는 그 해당 구 사항 란에 '대지권이 있다는 취지의 등기'(부동산 등기법 제57조의 2)를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등기처리 되는 것이 집합건물법이나 등기법의 법리에 맞고 또 실체관계에도 부합하므로 타당하고, 그렇게 처리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