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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신모희수경(佛說身毛喜豎經)
불설신모희수경 상권
유정(惟淨) 한역
김성구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비사리국(毘舍離國)의 가장 뛰어나고 큰 성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숲에서 많은 비구들과 함께 계시었다.
그때 성안에 한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이름이 선성(善星)이었다. 그는 불법(佛法)을 떠난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 인연으로 불(佛)․법(法)․승(僧)을 비방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은 인간에서도 가장 훌륭하다 할 법이 없는데,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知見)과 가장 뛰어난 깨달음으로 논란(論難)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가 성문을 위하여 모든 법을 말하지만 구하는 바와 닦는 바는 스스로의 말재주[辯才]와 바르지 못한 지혜로 증득하였으니 그의 설법이 어찌 괴로움의 살피[苦邊際]를 다하고 벗어나는 길이 되겠는가.”
그때 존자(尊者) 사리자(舍利子)는 밥 때가 되어서 법복[法衣]을 입고 발우를 들고 비사리(毘舍離) 큰 성에 들어가서 차례차례 밥을 빌다가 그 성안에서 선성 장자가 여러 가지 인연으로 불․법․승을 비방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존자 사리자는 걸식(乞食)을 마치고, 원래 자리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발우를 거두고 두 발을 씻은 다음 부처님께 갔다. 머리를 땅에 대어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으로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오늘 비사리 큰 성에서 걸식을 하다가 그 성안의 선성 장자가 여러 가지 인연으로 불․법․승을 비방하는 것을 들었나이다. 그는 말하기를 ‘사문 구담은 인간에서 가장 높은 법도 없는데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과 가장 뛰어난 깨달음으로 논란에 들 수 있겠는가. 그가 성문을 위하여 모든 법을 말하지만 구하는 바와 닦는 바는 스스로의 말재주와 바르지 못한 지혜로써 깨달았다 하니, 그의 설법이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벗어나는 요점[要]이 되겠는가’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장자는 불법을 떠난 지 오래되지도 않았거늘 무슨 까닭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분명히 알아야 하느니라. 그 선성 장자는 대단히 추악하여 자신의 죄를 덮느니라. 덮으려는 까닭에 불보․법보․승보를 비방하면서 그러한 말을 하느니라. 사리자야, 네가 들은 바와 같이 그 장자는 의롭지 못한 말을 하여 비방하기를 ‘사문 구담이 성문들을 위하여 연설한 모든 법이 어찌 괴로움의 살피를 벗어나는 요점이겠는가’ 하니, 너는 마땅히 잘 들어라. 이제 너에게 그 일을 대략 말하겠다.”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 가운데서 믿음의 씨앗[信種]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여래․응공(應供)․정등정각(正等正覺)․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의 열 가지 명호를 갖추었을지라도 그 장자는 비록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건만 믿지 않기 때문에 말하기를 ‘사문 구담은 인간에서도 가장 높은 법이 없는데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과 가장 뛰어나게 깨달은 바로 논란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가 성문들께 모든 법을 말하지만 구하는 바와 닦는 바는 스스로의 말재주와 바르지 못한 지혜로써 깨달았다 하는구나’ 하느니라. 그가 마음과 말과 보는 바로써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빨리 지옥에 들어가는데 마치 무거운 짐[重擔]이 떨어지는 것과 같으리라.
또 성문 비구들이 계율․선정․지혜의 배움을 모두 온전하게 갖추면 조그마한 공력을 쓸지라도 지혜를 얻고 과위(果位)를 증득하기가 어렵지 않는 것과 같이 그들이 나쁜 갈래에 떨어지는 것도 이러하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여래․응공․정등정각이 아란야(阿蘭若)에 의지하여 앉고 누우면서 시끄러움과 갖가지 요란함을 멀리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과 집과 앉고 눕는 모든 기구도 모두 버렸을지라도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비록 알거나 보건만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을 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여래․응공․정등정각이 찾음과 살핌을 쉬고 안팎이 맑고 깨끗하며 마음이 한 경계의 성품이 되고, 찾음과 살핌이 없어져서 선정이 생기는 즐거움[定生喜樂]을 얻어 둘째의 선정을 증득할지라도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아도 믿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여래․응공․정등정각이 기쁨과 탐냄을 여의고, 여실히 바로 알아서 망상을 버리는 실천을 닦으며 몸으로 묘한 쾌락을 받아도 탐내는 생각을 여의며 성인이 관찰한 바와 같은 망념[念]을 버리는 실천으로 기쁨을 여의는 묘한 즐거움[離喜妙樂]을 얻어 셋째의 선정을 증득할지라도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비록 알고 보아도 믿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여래․응공․정등정각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모두 끊고, 먼저부터 가졌던 기쁜 뜻과 번거로운 뜻, 두 가지 법을 여의어 괴롭고 즐거운 생각을 없애며, 생각을 버리는 청정[捨念淸淨]을 얻어 넷째의 선정을 증득할지라도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비록 알거나 보아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그의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여래․응공․정등정각이 모든 물질[色]과 생각[想]을 넘어서, 생각을 여의고 대상에 걸림이 없으며, 가지가지 생각에 대하여 뜻을 짓지 않으며 그지없는 허공에 의하여 행상(行相)을 삼음으로써 허공이 그지없는 곳의 선정[空無邊處定]을 증득하였으나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아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나머지 증득한 아홉 가지 차례의 선정[九次第定]도 이와 같으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곳과 곳 아닌 것[處非處]을 스스로의 지혜로 모두 여실히 아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지만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았어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온갖 행할 바와 이를 바의 도를 빠른 지혜로써 모두 여실히 깨달으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가지가지 세계와 수없는 세계를 모두 바른 지혜로써 여실히 아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를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두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모든 중생이 가지고 있는 가지가지 믿음과 견해를 모두 바른 지혜로써 헤아리며, 여실히 하나하나를 깨달으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모든 중생들의 차별된 온갖 감관을 모두 바른 지혜로써 헤아리어 여실히 하나하나를 깨달으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모든 중생이 쌓은 여러 업과 그들의 목숨을 모두 바른 지혜로써 헤아리며, 여실히 하나하나를 깨달으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았어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온갖 선정과 해탈과 삼매[三摩地]와 등지[三摩鉢底]와 물들고 청정함이 일어나는 곳을 모두 바른 지혜로써 여실히 깨달으시며,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가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볼지라도 믿지 않는 까닭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의 맑고 깨끗한 하늘의 눈은 사람의 눈보다 지나셔서 능히 세간의 온갖 중생들이 나고 죽으며, 예쁘고 추하며, 귀하고 천한 것이 업에 따라 받은 것임을 관찰하시되 만일 모든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써 착하지 못한 업을 지어 성현을 나무라고 사악한 소견을 일으키며, 이렇듯 사악한 소견을 쌓고 모은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는 것과, 그리고 ‘만일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여러 가지 착한 업을 지어서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바른 소견의 업을 쌓고 모은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 즉 하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하늘눈과 바른 지혜로써 모두 보시고 모두 아시거니와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가 이러한 일을 알고 보았어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며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지느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가지가지로 미리부터 생각에 따르는 지혜의 힘에 머무르시되 이른바 한 생[一生]․두 생․세 생․네 생․다섯 생 혹은 열 생․스무 생, 내지 백 생․천 생․무수한 백천 생들, 즉 모든 생에서 이루어지거나 무너지던, 온갖 이루고 무너지는 겁의 일과 옛날의 이러한 성과 이러한 이름과 이러한 종족과 이러한 빛깔과 이러한 음식과 이러한 목숨과 이러한 괴로움, 즐거움과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서 나던 일과 저기에서 죽어 여기에서 나던 일과 이러한 모든 일을 모두 바른 지혜로써 여실히 생각하여 하나하나를 깨달으시고, 여래도 이러한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거늘 그 장자가 이 일을 알고 보았어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하여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고, 무루(無漏)가 점점 더하여 마음이 잘 해탈되고 지혜가 잘 해탈하였으며, 이러한 법을 자신의 신통의 힘으로써 깨달음을 이루시었으며, 여래도 이러한 열 가지 지혜의 힘을 원만히 하였거늘 그 장자가 이러한 일을 보고 알았으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는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그 장자는 나의 법에서 믿음의 씨앗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모든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所畏]을 성취하여 성인들이 실천할 곳을 다 아시고, 대중 가운데서 사자의 외침[師子吼]을 하시어 큰 법 바퀴를 굴리시니, 다른 사문․바라문 혹은 마귀 혹은 하늘이 모두 굴리지 못하던 것이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여래․응공․정등정각이 온갖 지혜[一切智]를 깨치시고, 이 법과 저 법을 모두 아시어 대중 가운데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편안함을 얻어서 두려움이 없다. 성인들이 실천할 곳을 여실히 깨달아서 사자의 외침으로 큰 법 바퀴를 굴리나니, 다른 이는 굴리지 못하리라. 나는 온갖 사문․바라문․하늘․인간․마군․범왕에서 아무도 나와 같은 이를 보지 못하였도다’ 하시며, 둘째는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대중 가운데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편
안함을 얻어서 두려움이 없다. 성현들이 실천할 바를 여실히 알고서 사자의 외침으로 큰 법 바퀴를 굴리는 것이니 다른 이는 굴리지 못하리라. 나는 온갖 사문․바라문․하늘․인간․마군․범왕이 아무도 나와 같은 것을 보지 못하였노라’ 하시며, 셋째는 여래․응공․정등정각은 법을 따라 실천하는 온갖 성문들을 위하여 닦아야 할 법에 따르는 실천을 설명하시면서 위와 같이 가장 높은 깨달음을 널리 말씀하시고 대중에게 외치시기를 ‘나는 탐욕(貪欲)이 도를 장애하는 법이라 하노라. 나는 안락함을 얻어서 두려움이 없으니, 여실히 성인들이 실천할 바를 깨달아서 사자의 외침으로 큰 법 바퀴를 굴리는 것이니 다른 이는 굴리지 못하리라. 나는 온갖 사문․바라문․하늘․인간․마군․범왕이 아무도 나와 같은 것을 보지 못하였노라’ 하시며, 넷째는 여래․응공․정등정각이 모든 성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이 능히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나는 요점인 것을 말씀하시고, 대중에게 외치시기를 ‘나는 안락함을 얻어서 두려움이 없노라. 여실히 성현들이 실천할 곳을 깨닫고 사자의 외침으로 큰 법 바퀴를 굴리는 것이니 다른 이는 굴리지 못하는 바이니라. 나는 온갖 사문․바라문․하늘․인간․마군․범왕들이 아무도 나와 같은 이를 보지 못하였노라’ 하시느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이러한 네 가지 두려움 없는 법을 원만하게 풀었거늘 그 장자는 이런 일을 보고 알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에는 여덟 가지 무리[八衆]가 있으니, 첫째는 찰제리(刹帝利)의 무리고, 둘째는 바라문의 무리며, 셋째는 장자(長者)의 무리고, 넷째는 사문의 무리며, 다섯째는 사천왕(四天王)의 무리고, 여섯째는 도리천(忉利天)의 무리며, 일곱째는 마군의 무리고, 여덟째는 범천(梵天)의 무리이니라.
사리자야, 나는 옛날로부터 무수한 찰제리의 회중에서 그들이 어떠한 빛깔과 모습[色相]이든지 나도 그와 같이 형상을 나타냈고, 그 무리의 광명의 분량에 따라 나도 그와 같이 광명을 나타냈으며, 그 무리들이 자신의 가르침으로써 설법하면 나도 먼저 그의 말에 맞춘 뒤에 그보다 뛰어난 법을 말하였느니라. 내가 비록 이렇게 말하여도 그들은 모두 알지 못하였으니, 그 까닭에 그 무리들은 의심하기를 ‘아까 설법하신 이는 사문인가. 바라문인가. 혹은 하늘․인 간․마군․범왕의 설법인가?’ 하느니라. 나는 다시 가장 높은 법을 말하여 그들에게 맞게 보이고 가르치며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여 주느니라. 그렇게 한 뒤에 나는 몸을 숨기어 나타내지 않았으니, 내가 이렇게 몸[身相]을 숨기어도 그들은 알지 못하고 또 의심하기를 ‘아까 숨은 것은 사문인가. 바라문인가. 혹은 하늘․인간․마군․범왕인가?’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내가 몸을 드러내어 그들과 같게 하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나를 보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나를 이길 수 있겠느냐. 그때 말한 가장 높은 법이란 이른바 가장 수승한 신통의 지견(知見)이니라.
또 사리자야, 나는 옛날에 무수한 백천 바라문의 회중에서 그들의 빛깔과 모습이 어떤가에 따라서 나도 그와 같이 형상을 나타내고, 그 모임의 광명의 분량에 따라 나도 그와 같이 광명을 갖추었으며, 그 무리들이 혹 자기들의 가르침으로써 설법하면 나도 먼저 그들의 말에 맞춘 뒤에 나도 그보다 뛰어난 법을 말하였느니라. 내가 비록 이렇게 말하였건만 그들은 모두 알지 못하였으니, 이런 까닭에 그 무리들이 의심하기를 ‘아까 설법한 이는 사문인가. 바라문인가. 하늘․인간․마군․범왕의 말인가?’ 하였느니라. 나는 다시 가장 높은 법을 말하여 보이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였으며, 그러한 뒤에 나는 몸을 숨기어 나타내지 않았느니라. 내가 비록 이렇게 몸을 숨기고 나타내지 않건만 또한 알지 못하고 도리어 의심하기를 ‘아까 숨은 것은 사문인가. 바라문인가. 혹은 하늘․인간․마군․범왕인가?’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그때 몸을 나타내어 그들과 같게 하여도 그들이 오히려 보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나를 이기겠는가. 내가 그때에 말한 가장 높은 법이란 이른바 가장 뛰어난 신통의 지견이니, 나머지 장자․사문․사천왕․도리천 및 마군의 모임도 이와 같으니라.
또 사리자야, 내가 옛날에 무수한 백천 범천(梵天) 가운데서 그들의 빛깔과 모습에 따라 나도 그와 같은 형상을 나타내었고, 그들의 광명의 분량에 따라서 나도 그와 같이 광명을 갖추고, 그들이 스스로의 가르침으로 설법하면 나는 먼저 그들의 말에 맞춘 뒤에 그보다 뛰어난 법을 말하였느니라. 내가 비록 이렇게 말하였지만 그들은 모두 알지 못하였나니, 그러므로 의혹을 일으키기를 ‘아까 설법하던 이는 사문인가, 바라문인가? 혹은 하늘․인간․마군․범왕의 설법인가?’ 하였느니라. 나는 또 가장 높은 법을 말하여 이롭고 즐거움을 보여 주었으며, 그들에게 알맞게 이롭고 즐거움을 보여 준 뒤에 나는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않았느니라. 내가 이렇게 몸을 숨기고 나타내지 않아도 그들은 또한 알지 못하고 다시 의혹을 일으키기를 ‘아까 숨은 이는 사문인가, 바라문인가? 혹은 하늘․인간․마군․범왕인가?’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자신의 몸을 나타내어 그들과 같게 하였건만 그들은 오히려 나를 보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나보다 뛰어나겠는가. 그때 말한 가장 높은 법이란 이른바 가장 뛰어난 신통의 지견이니라.
사리자야,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면서도 믿지 않는 까닭에 그러한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지옥에서 행하는 갈래와 나아가는 업의 인연[業因]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나는 모두 여실히 하나하나 알고, 또 축생들이 행하는 갈래와 나아가는 업의 인연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모두 여실히 알며, 또 아귀가 행하는 갈래와 나아가는 업의 인연과 그 밖에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모두 알고, 모든 아수라의 갈래와 인간이 행하는 갈래와 하늘이 행하는 갈래와 나아가는 업의 인연과 그 밖에 여기저기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모두 여실히 아느니라.
사리자야, 열반에 이르러서도 실천하여야 할 성스러운 도와 열반의 법과 중생들이 열반의 결과[涅槃果]를 증득하는 것도 모두 여실히 아느니라.
사리자야, 그 장자는 이러한 일을 비록 알고 보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여 비방하느니라. 그가 마음과 말과 소견으로 계속 비방하는 까닭에 속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불설신모희수경 중권
유정 한역
김성구 번역
“또 사리자야, 모든 지옥의 갈래와 지옥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報應]를 내가 모두 아나니, 이제 조그마한 비유를 들어 간략히 밝히겠노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세간에 큰 불더미가 있으니, 높이가 사람의 키와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을 정도로 불길이 매우 거세다가 사라져서 연기와 불꽃과 더운 기운이 모두 그쳤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은 무성하고 혹독한 더위는 놀랄 만한데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덮치고 기갈(飢渴)에 쫓기어서 가까운 길만을 따르다가 불타던 자리에 이르러서 쉬려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더위에 몹시 피로한 이가 지름길로 달려와서 쉬려 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때 눈 밝은 사람은 생각하기를 ‘거기는 불꽃의 높이가 사람의 키와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다가 이제야 꺼져 서늘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거기에 가서 앉거나 누우려고 하니 더욱 뜨거운 번뇌가 더할 것이며, 심히 뜻에 맞지 않아 반드시 큰 고통을 받으리라’ 하였느니라. 이런 생각을 할 때 그 사람이 앞으로 가니 과연 생각했던 것처럼 지독한 고통을 받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지옥에 떨어진 것도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모두 아느니라. 그는 바른 도로써 실천할 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면 심히 뜻에 맞지 않게 지독한 고통을 받거니와, 여래의 맑고 깨끗한 하늘눈은 사람들의 눈보다 나은 까닭에 이 일을 자세히 보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지옥의 갈래와 지옥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축생의 갈래와 축생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報應]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세간의 어떤 더러운 무더기의 높이가 사람의 크기와 같거나 사람의 분량을 넘도록 더러운 물건이 두루두루 가득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은 무성하고 혹독한 더위는 두렵기까지 한데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만 따를 뿐, 더러운 곳에 나아가서 쉬려고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그 더위에 지극히 괴로운 사람이 지름길로 달려와서 쉬려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곳은 더러운 것이 쌓여서 높이가 사람과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거늘 이 사람이 그리로 가니, 서늘한 곳이 아니니 더욱 뜨거운 번뇌를 받을 것이고, 심히 윤택이 없으니, 즐겁지 못하고 반드시 극심한 고통을 받겠구나’라고 이렇게 생각할 때 그 사람이 앞으로 가서 앉거나 누우려고 하니,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심히 윤택하지 못하고, 즐겁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축생의 갈래에 떨어진 것도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내가 모두 아느니라. 그가 바른 길로 행할 바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축생에 태어나면 심히 윤택하지 못하고 즐겁지 못하고, 또 뜻에 맞지 않아 심히 고통을 받을 것이니라. 여래의 맑고 깨끗한 하늘눈은 세간 사람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이 일을 자세히 보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축생의 갈래와 축생의 원인과 중생들의 과보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아귀의 갈래와 아귀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어떤 나무가, 높이는 사람의 키와 같거나 사람의 키를 넘지만 마르고 썩고 부러져서 가지와 잎이 떨어지고 없느니라. 그때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이 무성하고 혹독한 더위는 놀랍기까지 한데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을 따르다가 마른 나무 밑에서 쉬고자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그 사람이 마른 나무 밑으로 가서 쉬고자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 사람이 저리로 가는데, 서늘한 곳이 아니니 더욱 고통을 받겠구나’ 하였느니라.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 사람은 앞으로 가서 앉고 누우려고 하였는데,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더욱 고통을 받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아귀에 태어나 더욱 고통을 받는 것을 여래의 맑고 깨끗한 하늘눈은 사람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자세히 이 일을 관찰하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아귀의 갈래와 아귀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다 안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아수라(阿修羅)의 갈래와 아수라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는 과보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어떤 나무 밑에 개미[蟻]가 모였는데 높이가 사람과 같거나 사람보다 컸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이 번성하고 혹독한 더위로 놀라울 때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을 따르다가 그 나무 밑에 가서 쉬려 하였느니라. 그 곁에 어떤 눈 밝은 사람이 있다가 그 사람이 나무 밑 개미가 모인 데서 쉬려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 사람이 저곳으로 가지만 편안한 곳이 아니니 더욱 고통을 받겠구나’라고 이와 같이 생각할 때 그 사람이 앞으로 가서 앉고 누우려고 하니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더욱 고통을 받았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아수라에 떨어지면 이와 같나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모두 아느니라. 그가 바른 도로써 행할 바를 모르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는 나쁜 갈래인 아수라에 떨어져서 더욱 고통을 받으리니, 여래는 맑고 깨끗한 하늘눈이 인간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자세히 이 일을 관찰하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아수라의 갈래와 아수라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다 안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모든 인간의 길[人道]과 인간의 갈래[人趣]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내가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한 나무가 있는데 높이가 사람과 같거나 사람보다 더 크며,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둘레가 모두 넓고 크느니라. 그러나 가지와 잎이 고르지 않아서 어떤 곳은 성글고 어떤 곳은 빽빽하여 땅에 그늘을 드리우는 데도 차별이 있었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의 몹시 더운 달에 만물이 무성하고 찌는 듯한 더위가 혹심할 때 먼 곳에서 왔는데,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다만 지름길만을 따라 그 나무 밑에 가서 쉬고자 하였느니라. 그때 한 눈 밝은 사람이 그가 큰 나무 밑에서 쉬고자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저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앉거나 눕는다면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겠구나’ 하였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서 앉고 누우니, 과연 생각했던 것처럼 괴롭고 즐거움을 뒤섞어 받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중생이 사람의 갈래에 태어난 것도 이와 같나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다 아느니라. 그가 성현의 행할 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사람의 갈래에 태어나서 괴롭고 즐거운 경험을 섞어 받으리니, 여래는 맑고 깨끗한 하늘눈이 인간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이 일을 자세히 관찰하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인간의 길과 인간 갈래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다 안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모든 하늘의 길[天道]과 하늘의 갈래[人趣]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나는 모두 아느니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높고 넓은 다락이 있는데 두루두루 흙손질[墁]을 잘하였고, 겹겹이 견고하여 중간에 틈이나 빈 곳이 없고, 문과 창은 모두 굳게 닫혀서 더운 바람과 햇빛이 비치지 못하게 하였느니라. 그 안에는 자리를 폈는데, 붉은 비단으로 요를 삼고 차례차례 더 포개어서 열여섯 겹에 이르렀으며, 다시 그 위에는 흰 비단으로 덮었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 아주 더운 달에 만물이 무성하고 찌는 듯한 더위가 놀라울 때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어서 길을 따라 걷다가 그 위에 올라가 쉬고자 하였느니라. 그 곁에 있던 눈 밝은 사람은 그 사람이 와서 다락에 올라가 쉬려고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반드시 쾌락을 받겠구나’ 하느니라.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 사람은 앞으로 가서 높은 다락에 올라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 과연 생각한 것처럼 쾌락을 받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하늘 세계[天界]에 태어나는 것도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모두 아느니라. 그가 성현이 실천하는 도를 모르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인 하늘 세계에 태어나서 쾌적하고 즐거움을 받게 되니, 여래는 맑고 깨끗한 하늘눈이 인간의 눈보다 낫기 때문에 이 일을 자세히 관찰하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하늘의 길과 하늘 갈래의 원인과 중생들이 받을 과보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모든 열반의 성스러운 도와 열반의 원인과 중생이 증득하는 열반의 결과[果法]를 나는 다 아노라. 사리자야, 비유하자면 세간의 성안[城邑]에서 멀지 않는 곳에 하늘 못[天池]이 있는데 사방이 반듯하고 물이 맑아서 사랑스러우니라. 둘레에는 모두 암마라(菴摩羅)나무와 섬부(贍部)나무와 파나사(頗拏娑)나무와 바미라[婆咩羅]나무와 구바파니바다(俱嚩播泥嚩多)나무와 용수(龍鬚)나무들이 사방을 두루 덮고 있으며, 그 물에 닿으면 몸이 훌륭하게 좋아지느니라. 어떤 사람이 한여름 매우 더운 달에 만물이 번성하고 혹심한 더위가 놀라울 때 먼 곳에서 왔느니라. 피로가 겹치고 기갈에 쫓기면서도 항상 길을 따라 오다가 그 못에 이르러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어 더위와 피로함을 없애려고 하였느니라. 그 곁에 있던 눈 밝은 사람이 그가 못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멀리 와서 피로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 못에 가서 물을 마시거나 몸을 씻어 더위에 지친 고통을 없애고, 마음대로 나무 그늘로 가서 앉거나 누우면 하고자 하는 대로 편안함을 얻겠구나’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할 때 그 사람은 앞으로 가서 과연 생각한 바와 같이 되느니라. 리자야, 어떤 사람이 열반을 증득하는 것도 그러하나니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나는 다 알 수 있느니라. 그가 성인이 실천하는 도를 실천하면서 열반의 원인을 닦기 때문에 열반의 결과[涅槃果]를 얻어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이러한 법을 증득하느니라. 여래는 이러한 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 중생들이 번뇌가 다하여 해탈하고 법을 깨쳐 즐거움 얻는 것을 보느니라. 나의 생(生)은 이미 끝났고, 맑고 깨끗한 범행은 이미 이루어졌으며, 지을 일을 이미 마쳤고, 후생 몸을 받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그러므로 여래는 열반의 길과 열반의 법과 중생들이 증득하는 열반의 결과를 모두 안다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저 장자는 이러한 일을 알거나 보면서도 믿지 않기 때문에 말하기를 ‘사문 구담은 인간에서 가장 높다 할 법도 없는데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과 가장 뛰어나게 증득한 바로써 토론[論難]에 들어가겠는가. 그가 성문(聲聞)들을 위하여 온갖 법을 말하였지만 구하는 바와 닦는 바는 스스로의 말재주와 바르지 못한 지혜로써 깨달았다 하니, 어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나는 요점이 되겠는가’ 하였다. 사리자야, 그의 마음과 말과 소견이 계속하여 비방하기 때문에 속히 지옥에 떨어지는데 무거운 짐이 떨어지는 것과 같으리라. 또 성문 비구들이 계율․선정․지혜의 배움을 모두 갖추면 조그마한 힘을 들여도 지혜를 얻고 결과를 증득하기에 어렵지 않은 것과 같이, 그들이 나쁜 갈래에 떨어지는 것도 이와 같으리라.
또 사리자야, 세간의 한 무리의 바라문은 불을 섬기면서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느니라. 그들은 서로 말하기를 ‘아무개야, 사람이 불을 섬기면 맑고 깨끗해진다’고 하거니와 사리자야, 그 불을 섬기는 법은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하니라. 나도 옛날에는 닦고 익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비록 익히더라도 마침내 이로움이 없나니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의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때문이니라.
그러나 찰제리(刹帝利)와 바라문과 장자 등, 큰 종족 사이에서는 보는 대로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구하지만, 인간에서 가장 높은 법도 오히려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知見)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것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이 계교(計巧)하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때문이니라.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도 못하였는데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나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곧 삼계[三有]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간에 어떤 바라문은 복 짓는 보시의 모임을 가지면서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니, 그들은 서로 말하기를 ‘아무개야, 사람이 복 짓는 보시의 모임을 가지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 하느니라. 사리자야, 그 복 짓는 보시의 모임은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하니라. 나도 옛적에 닦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닦는다고 해도 마침내 뛰어난 이로움이 없었나니,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세월의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찰제리와 바라문과 장자 등 큰 종족에서는 보는 대로 실천하는 것에 여러 가지 법이 있나니, 이른바 말을 죽여서 하늘에 제사하고 사람을 죽여서 하늘에 제사하며 코끼리를 죽여서 하늘에 제사하고, 염소를 죽여서 하늘에 제사하여, 법을 시설하여 밥을 받으면서 막힘이 없는 큰 모임[無遮會]을 이루며, 여러 빛깔의 연꽃으로 맑고 깨끗한 일을 짓고 흰 연꽃으로 맑고 깨끗한 일을 지으며, 물건을 불에 던짐으로써 하늘에 제사하는 법이라 하고, 제석천(帝釋天)의 법이라 하며, 월천(月天)의 법이라 하며, 금․은 보배를 내어서 보시하는 모임을 짓느니라. 이렇게 닦아서 조금은 얻겠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난 깨달음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 못한 까닭에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날 수가 있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곧 삼계[三有]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또 사리자야, 세간의 어떤 바라문은 자기들의 교리(敎理) 안에 있는 주법(呪法)으로써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느니라. 그들은 서로 말하기를 ‘아무개야, 사람이 그 주법을 쓰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 하거니와 사리자야, 그 주법이란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하니라. 나도 옛적에 닦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비록 닦을지라도 마침내 뛰어난 이로움이 없었나니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동안의 생사를 벗어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찰제리와 바라문과 장자 등, 큰 종족 사이에서는 보는 대로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구하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기 어렵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것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나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 못하는데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날 수 있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곧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의 어떤 바라문은 윤회(輪廻) 가운데서 나고 죽는 몸을 받는 것으로써 맑고 깨끗하다고 여겨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기를 ‘아무개야, 사람이 윤회 속에서 나고 죽는 몸을 받으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 하느니라. 사리자야, 윤회 속에서 나고 죽는 것은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하니, 나도 옛날에 생사를 헤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5정거천(五淨居天)은 제외하나니, 사리자야, 정거천은 한 번 그 안에 태어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와서 몸을 받지 않고, 그 하늘에서 바로 열반을 증득하느니라. 사리자야, 생사(生死)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구하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과 가장 뛰어난 깨달음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이 계교하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였나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날 수 있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알면 곧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에 어떤 바라문은 6취(趣)로써 맑고 깨끗하다고 여겨,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기를 ‘아무개야, 사람이 6취에 태어나면 맑고 깨끗하게 되리라’ 하거니와 사리자야, 그 6취는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하니라. 나도 옛날에 겪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세상에 6취에서 헤매었느니라. 5정거천은 제외하나니 사리자야, 정거천에는 한 번 태어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와서 몸을 받지 않고 그 하늘에서 바로 열반을 증득하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모든 갈래를 여의지 못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구하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일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이 헤아리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나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날 수 있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곧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에 어떤 바라문은 태어난 곳으로써 맑고 깨끗하다고 헤아려서, 그들은 서로에게 이르기를 ‘아무개야, 아무개는 아무 곳에 태어나서 맑고 깨끗함을 얻었다’라고 하거니와 사리자야, 그 태어난 곳은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하니라. 나도 옛날에 두루 태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세상에 생사를 벗어날 수는 없었느니라. 5정거천은 제외하나니, 사리자야, 정거천에는 한번 태어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와서 몸을 받지 않고, 그 하늘에서 바로 열반을 증득하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태어난 곳을 여의지 못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구하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것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이 계교하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였나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도 못하였거늘 어떻게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고 벗어날 수 있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곧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사리자야, 세상에 어떤 바라문은 자신의 종자(種子)로써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니, 그들은 서로에게 이르기를 ‘아무개야, 사람은 자신의 종자에 의하여 맑고 깨끗함을 얻느니라’고 하거니와 사리자야, 그들이 말하는 종자는 지극히 맑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니라. 나도 옛날에 종자에 의하여 태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없는 때로부터 오랜 세상 동안에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5정거천은 제외하나니, 사리자야, 정거천에는 한번 태어나기만 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와서 나지 않고 바로 그 하늘에서 열반을 증득하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생사를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구하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깨달은 것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이 계교하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도 못하였거늘 어떻게 벗어나서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곧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의 어떤 바라문은 말하기를 ‘만일 네 가지 법을 닦아서 온전하게 갖추면 이것이 바라문의 행[梵行]이어서 맑고 깨끗하리라’고 하거니와 사리자야, 그들이 네 가지 법을 닦아서 바라문의 행이 맑고 깨끗해진다는 것을 나는 다 알고, 나는 그 가운데서 모두 가장 높은 것을 얻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그들이 수행하면 나도 그들과 같게 가장 높이 수행하였고, 둘째는 그들이 싫어하고 떠나려는 것은 나도 그들과 같이 가장 높이 싫어하고 떠났으며, 셋째는 그들이 괴로움으로 몸을 핍박하는 것을 나도 괴로움으로 가장 몸을 핍박하였고, 넷째는 그들이 능히 고요하게 하면 나도 그들과 같게 가장 높이 고요하게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이 그들과 같이 가장 높이 수행하였다 하는가. 이른바 저 외도들이 항상 손을 들고 있거든 나도 그렇게 하였고, 평상과 자리에 앉지 않거나 항상 웅크리고 앉았거나 썩은 냄새가 나는 추하고 거친 음식을 먹거나 한 곳에 편안하게 머무르지 않고 마음대로 빙빙 돌거나 머리를 깎고 수염[髭]을 남기거나, 가시 위에 눕거나, 널판 위에 눕거나 빈 집에 머무르거나, 한 곳에 편안하게 머무르거나, 하루에 세 번 목욕하거나, 갖가지 괴로움으로 몸을 압박할지라도 나도 낱낱이 그들이 실천하는 것을 따랐나니, 이것이 그들과 함께 가장 높이 수행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그들과 같게 가장 높이 싫어하고 떠나려는 것인가. 사리자야, 저 외도들이 옷을 버리고 알몸이 되어 손을 들고 밥을 받으면 나도 따라서 실천하였고, 얼굴이 추한 사람의 밥을 받지 않거나 얼굴이 찌그러진 사람의 밥을 받지 않거나 두 절구[臼] 사이의 밥을 받지 않거나 두 방망이[杵] 사이의 밥을 받지 않거나 두 지팡이[杖] 사이의 밥을 받지 않거나 두 벽 사이의 밥을 받지 않거나 아이 밴 사람의 밥을 받지 않거나 형벌[執炮]을 받은 사람 의 밥을 받지 않거나 두 사람이 한 그릇으로 먹지 않거나 어떤 곳에 개가 문 밖에 있으면 먹지 않거나 어떤 곳에 파리와 벌레가 설치어도 먹지 않거나 말[言語] 없는 사람의 밥을 받지 않거나 말이 많은 사람의 밥을 받지 않거나 어떤 사람이 가라고 하면 그의 밥을 받지 않거나 어떤 사람이 오라고 하면 그의 밥을 받지 않거나 만일 다툼으로써 이루어진 음식이면 받지 않거나 오직 한 집의 밥을 받거나 둘, 셋, 일곱 집의 밥을 받거나 한 술, 한 모금[咽] 또는 둘, 셋, 일곱 모금의 밥을 받거나, 하루에 한 번 먹거나, 이틀 사흘 또는 이레 또는 반달, 또는 한 달에 한 번 먹거나, 먹을 때에 국수를 먹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거나 팥을 먹지 않거나 꽃과 과일로써 빚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쌀로 빚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고기[肉]를 먹지 않거나 우유와 타락[酪]과 소유(酥油)를 먹지 않거나 꿀과 꿀로 만든 과자를 먹지 않거나 미수[漿]를 마시지 않거나 여러 가지를 볶고 지져서 만든 음식을 먹지 않거나 오직 쌀[稻] 씻은 물만을 마시어서 몸을 지탱하거나 썩은 쌀이나 풀[芽]을 먹거나, 쇠똥을 먹거나, 나무의 뿌리와 가지와 잎과 열매를 먹거나, 오로지 넓은 들을 헤매면서 여러 가지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과 씨앗을 모아서 먹거든 사리자야, 그들의 이러한 실천을 나도 따라서 실천하였나니, 이것이 내가 가장 높이 싫어하고 떠나려는 일을 닦은 것이니라.”
불설신모희수경 하권
유정 한역
김성구 번역
“또 사리자야, 어떤 것이 그들과 같게 가장 높이 괴로움으로 몸을 핍박했다고 말하느냐. 그것은 나의 몸에 티끌이며 흙이며 쓰레기나 더러운 것이 처음에는 적다가 점점 더한 것이니라. 비유하자면 정눌가(鼎訥迦)나무의 가지와 잎이 티끌과 먼지가 적은 데서부터 점점 쌓여 뒤에는 크게 되는 것처럼 나의 몸도 그러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나에게는 비록 그러한 티끌이며 때며 먼지나 더러운 것이 점점 쌓였지만 밤낮 한 번도 ‘슬프구나. 무엇 때문에 지금 내 몸 에 이러한 티끌과 때가 덮였는가. 누가 나를 위하여 떨어 줄 것인가?’ 하고 생각하지 못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그들과 같이 가장 높이 괴로움으로 몸을 핍박한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어떤 것이 그들과 같게 가장 높이 고요하게[寂靜] 한 것이겠느냐. 그것은 넓은 들 고요한 곳에서 앉거나 누워 지내면서 번화한 온갖 시끄러움을 멀리하고, 수용하여야 할 기구도 모두 버리고, 홀로 한가히 머무를 만한 곳에 있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이와 같이 그들과 함께 실천하였나니 소 먹이는 사람이나 짐승을 기르는 사람이나, 나무를 하는 사람이나 산을 지키는 사람이나 길을 가는 사람이나 이러한 이들을 보면 나는 즉시 지극히 깊이 숨을 곳으로 달아나서 다시는 보지 못하게 하였느니라. 비유하자면 들 사슴이 위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 숨을 곳으로 달려가서 멀리 피하고, 그들이 볼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도 넓은 들에 살면서 시끄러움을 멀리한 것도 그러하였느니라. 이것이 그들이 실천하는 바와 같이 하는데 가장 높이 고요하게 한 것이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것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였나니,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 못했거늘 어떻게 벗어나서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겠느냐.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즉시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여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의 어떤 종류의 바라문은 말하기를 ‘나는 겨울 달 초여드렛날 밤에 눈이 내리면 넓은 들의 외딴 곳이나 강이 가까운 곳에서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깊은 눈 속에 한결같이 누워서 밤을 지내나니, 이렇게 실천하는 것을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노라’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나도 이 일을 알고 또 그렇게 실천하여, 겨울 달 초여드렛날 밤에 눈이 내리기에 넓은 들 외딴 곳이나 강물이 가까운 곳에서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한결같이 누워서 밤을 지냈느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知見)으로 가장 뛰어나게 깨닫는 것이겠느냐?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들은 성스러운 지혜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였느니라. 성스러운 지혜를 깨닫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벗어나서 괴로움의 살피를 다하겠는가. 사리자야, 만일 성스러운 지혜를 여실히 깨달으면 즉시에 삼계의 문을 닫고 생사의 길을 다하고 뒤에는 다시 나지 않게 되느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에 있는 어떤 바라문은 말하기를 ‘나는 겨울 달 초여드렛날 밤에 눈이 내리면 깊은 물속 깊이가 목까지 차는 데 가서 물속에 서서 밤을 지냈나니, 이렇게 실천하는 것을 맑고 깨끗하다고 여긴다’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이 일을 알고 그와 같이 실천하여 겨울 달 초여드렛날 밤에 눈이 내리기에 깊은 물속 깊이가 목까지 차는 곳에 가서 물속에 서서 밤을 지냈느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면서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것이겠는가. 넓게 말하자면 생사의 길을 다하고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의 어떤 바라문은 말하기를 ‘나는 한여름 무더운 날에 찌는 듯한 더위가 놀랍고 해는 바야흐로 하늘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모래 가운데 섰는데 모래가 쌓인 것이 무릎을 넘도록 하느니라. 나는 그때 벌거벗은 몸으로 한 발을 들고 서서 햇빛이 비치는 대로 해를 따라 도느니라. 이렇게 실천하는 것을 맑고 깨끗한 것이라 여기느니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그 일을 알고 그와 같이 실천하여 한여름 무더운 날에 찌는 듯한 더위가 놀랍고, 해는 바야흐로 하늘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무릎을 넘는 모래 속에 벌거벗은 몸으로 한 발을 들고 서서 해가 비치는 대로 해를 따라서 돌았느니라. 사리자야, 이때 남자와 여자들, 온갖 사람이 이 일을 알고 모두가 잇달아 달려와 빽빽이 모여서 나를 보려 하였고, 무리들은 이런저런 공론을 주고받았느니라. 나는 스스로 내 마음을 조절하여 즐거움을 얻었기 때문에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면서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것이겠느냐. 넓게 말하자면 생사의 길을 다하고, 뒤에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또 사리자야, 세간의 어떤 바라문은 말하기를 ‘나는 고행하여 얻기 어려운 음식을 구하는 것으로써 맑고 깨끗하다고 여긴다’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나도 이 일을 알고 그와 같이 실천하였나니, 어떤 것이 구하기 어려운 음식인가. 나는 오로지 광야에 소떼가 모인 곳에 가서 송아지의 젖을 구걸하여 얻는 대로 마셨으니 이것이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면서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혜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일이겠느냐. 널리 말하건대 생사의 길을 다하고, 뒤에는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또 사리자야, 세간의 어떤 바라문은 다만 보리[麥]를 먹는 것이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면서 말하기를 ‘다만 보리를 먹을지니, 이렇게 실천하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고 하느니라. 그들은 보리를 구해다가 찧어 가루를 만들거나 물에 일거나, 또는 여러 방법으로 다스려서 양식을 삼느니라. 사리자야, 나도 그 일을 알고 그들과 같이 실천하였나니, 어떻게 내가 보리를 먹었겠느냐? 사리자야, 나는 오직 한 알씩 먹었고, 둘도 더하지 않았느니라. 그 뒤 다른 때에 보리를 먹어 몸이 살찌거나 윤택해진다 하여도 나는 다시 분량을 더하여 보리를 먹겠다는 생각을 않고, 또한 오직 한 알씩 먹고 둘을 더하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보리를 한 알씩만 먹었기 때문에 아주 파리해져서 몸의 위아래가 가라가(迦羅迦)새와 아사다(阿娑多)새와 같이 되었고, 또 발과 뺨이 여위고 가늘어져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였으며, 낙타와 염소의 발과 다름없게 되었었느니라. 또 목과 등에는 뼈가 드러나서 울퉁불퉁하니 마치 무더기가 쌓여 높고 낮음이 다른 것 같았느니라. 또 빈 터에 한가로이 있는 초막[草舍]이 양쪽은 헐어버렸고, 서까래는 성글며, 중간도 텅 비면 서로 엿볼 수 있는 것같이 나의 두 겨드랑이도 뼈마디가 성글고 중간이 텅 비어 마주 볼 수 있었느니라. 또 더운 날 햇볕이 뜨겁게 비치던 물을 저녁때가 되어 어떤 사람이 물속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별이 지극히 깊고 지극히 먼 곳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것처럼 나의 두 눈도 여위어서 지극히 멀고 깊어 보일 듯 말듯 한 것이 그 별과 같았느니라. 또 쓴 박[苦瓠]이 아직 익지 않아 푸를 때 사람들이 잘라내면 가지와 잎이 바로 시들어 점점 말라 들어가 나중에는 말라붙는 것처럼 나의 몸도 머리에서 발까지가 이러하여서 처음에는 시들다가 점점 여위어서 나중에는 바짝 여위어 가죽과 뼈가 서로 닿았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처음에는 몸을 억지로 거두어 지니는데 가시 덩굴에 붙어 의지를 삼았었는데 힘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일어나려 하다가 도로 주저앉아, 팔다리가 흩어져서 머리와 목이 아래로 처지고, 힘이 없어 말을 못하니 마치 벙어리 염소[啞羊]와 같았느니라. 내가 비록 이러하였지만 더욱 견고하게 안으로 마음을 거두고 밖으로 몸을 부축하여 숨을 잘 조절한 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도리어 진흙더미에 쓰러졌는데, 그곳이 쓰레기가 쌓인 곳이었기 때문에 나의 몸에 난 터럭도 모두 갈려서 다 닳아버렸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둘레에 있는 성과 읍과 마을의 남자 여자들이 모두 달려와서 다투어 나를 보면서 말하기를 ‘애처롭구나. 사문 구담은 몹시 여위었고 더구나 푸르고 검으니, 옛날의 묘하게 좋고 단엄(端嚴)하시며 광채까지 나던 모습은 지금 어디로 숨었는가? 너무 애를 써 수련(修練)하시니, 몰골이 이렇게 되시었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면서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서 높은 법도 얻을 수 없었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일이겠는가. 넓게 말하자면 생사의 길을 다하고,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간에 있는 한 무리의 바라문은 다만 쌀을 먹는 것이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면서 말하기를 ‘다만 쌀만을 먹으라. 이렇게 수행하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고 하느니라. 그들은 쌀을 구해다가 찧어 가루를 만들거나 물에 씻거나 다른 방법으로 끓여 먹으면서 양식을 삼느니라. 사리자야, 나도 이 일을 알고 오직 한 알만 먹으면서 둘도 더하지 않았느니라. 그 뒤 다른 때에 쌀을 먹는 까닭에 몸이 살찌거나 윤택해질지라도 나는 또한 분량을 더하여 쌀을 먹으려고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한 알씩 먹고 다시는 둘도 더하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이렇게 고행(苦行)을 닦을 때 모든 백성들이 와서 말하기를 ‘옛날에는 묘하시고 단엄하시며 광채까지 있으시더니 지금은 그 모습이 어디에 숨었는가. 고생스럽게 수련하시니 몰골이 이러하시구나’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수행하여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의 높은 법도 구하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일이겠는가. 넓게 말하자면 생사의 길을 다하고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상의 어떤 바라문은 다만 삼씨[麻]를 먹는 것이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면서 말하기를 ‘만일 삼씨만을 먹으면서 수행하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 하느니라. 그들은 삼씨를 구하여 가루를 만들거나 물에 일거나 다른 방법으로 요리해 먹으면서 양식을 삼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 일을 알고 그와 같이 실천하였나니, 어떻게 내가 삼씨를 구하여 먹었겠느냐. 사리자야, 나는 오직 한 알씩만 구해 먹었고 둘을 더하지도 않았느니라. 그 뒤 다른 때 삼씨를 먹은 까닭에 몸이 살찌거나 윤택할지라도 나는 생각하기를 다시 그 분량을 더하여 먹으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나씩만 먹으면서 둘을 더하지도 않았느니라. 내가 이렇게 고행할 때에 모든 사람들이 와서 말하기를 ‘옛날에는 묘하시고 단엄하시며 광채까지 있으시더니, 이제 그 모습은 어디로 숨었는가. 고달프게 수련하시니 몰골이 이러하시구나’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비록 이렇게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구하였지만, 인간 가운데의 높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혜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일이겠는가. 넓게 말하자면 생사의 길을 끊고 뒤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세간의 어떤 바라문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면서 말하기를 ‘만일 모든 먹을 것을 전혀 먹지 않고 수행하면 맑고 깨끗함을 얻으리라’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나도 그 일을 알고 그와 같이 실천하여 일체 먹는 것을 먹지 않았느니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지극히 여위었나니, 이것을 넓게 말한다면 고행을 닦은 것이니라. 이때 사람들이 와서 말하기를 ‘괴롭구나. 사문 구담은 외형이 여위어서 망우새[芥虞鳥]와 같이 되었구나. 옛날에는 묘하게 단엄하시고 위엄스러운 광채까지 있으시더니 이제는 그 모습이 어느 곳으로 숨었는가. 고달프게 수련(修練)하시니, 몰골이 이러하시구나’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세간의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온갖 지극한 고통을 다 겪어보고 더욱 잔인한 박해를 가하여 몸을 핍박하면서 자기의 실천이라 주장하면서 맑고 깨끗함을 구하기에 나도 그 안에서 그를 따라 실천하여 바야흐로 몸을 부수어 티끌과 가루처럼 만들었지만 도무지 뛰어난 이로움이 없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사문과 바라문이 갖가지 지극한 고통을 다하고 더욱 잔인한 박해를 가하여 몸을 핍박하면서 모두 자기의 실천이라 여기면서 맑고 깨끗함을 구하면, 나도 그 가운데서 모두 따라서 실천하여 바야흐로 몸을 부수어 티끌과 가루처럼 만들었지만 도무지 뛰어난 이로움이 없었다. 나는 다시는 이러한 괴로움으로 몸을 핍박하지 않으리니, 저들이 인간 가운데의 높은 법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성스러운 지견(知見)으로 가장 뛰어나게 증득하는 일이겠는가. 그러므로 이 도는 바른 깨달음의 도[正覺道]가 아닌 것을 알겠으니, 나는 다시는 닦지 않으리라’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또 생각하기를 ‘처음 집을 떠나 석가(釋迦) 종족의 동산으로 가서 염부나무[閻浮樹] 밑에 앉았더니, 해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고 그늘이 덮이어 서늘하였느니라. 나는 그때 애욕에 물든 착하지 못한 모든 법을 버리고, 찾음[尋]과 살핌[伺]이 있어 생멸을 떠난 즐거움[離生喜樂]을 얻어 첫 선정[初禪定]을 증득하였으니, 이것이 바른 길이니라. 여실히 깨닫고 곳곳에서 온갖 도를 부지런히 닦되 이 바른 도 이외에는 다시 다른 도를 진실하다고 여기지 않았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이렇게 온갖 것을 먹지 않아서 몸이 여위고 더구나 피로가 겹쳐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도를 구하는 것보다는 이제부터 먹을 것을 먹으리라’ 하였느니라. 이렇게 생각할 때에 한 외도가 있었으니 고행을 받들어 실천하는 신선의 성자[仙聖]로서 나의 생각을 알았느니라. 내게로 와서 말하기를 ‘성스러운 이 구담이여, 그대의 고행을 멈추지 말라. 내가 몸의 터럭 구멍으로 광채를 놓아서 그대를 도와 그대의 몸이 자연히 불어나게 하리라’ 하였느니라.
사리자야, 그때 나는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온갖 음식을 먹지 않는 줄 나라와 읍과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듣고서 사문 구담은 고행을 닦아서 온갖 것을 먹지 않아 몸이 바싹 여위었다 하거늘, 지금 어떤 사람이 말을 퍼뜨려 고행하는 신선의 성인이 몸에서 광채를 놓아 몸이 살찌도록 도와주었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듣고 어찌 나를 거짓말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겠는가’ 하였느니라. 나는 그들의 거짓말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신선의 말을 싫다고 나무라며 듣지 않았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점점 골고루 먹을 것을 수용하리라 생각하고 녹두즙(綠豆汁)이나 황두즙(黃豆汁)이나 팥즙[赤豆汁]으로 목숨을 보양하였느니라. 이렇게 점점 골고루 먹은 까닭에 몸의 힘이 점차로 솟아나고, 힘이 점점 솟은 뒤에는 먼저 용하(龍河)에 갔었고, 다음엔 니련하(泥連河)에 가서 천천히 몸을 씻어 깨끗하고 서늘함을 얻었느니라. 점차 걸어 한 마을에 이르니, 한 여인이 있는데 이름이 선생(善生)이라 하였느니라. 곧 우유 미음[乳糜]을 나에게 바치기에 나는 받아마셨고, 이어 사부실가(邪嚩悉迦:삽싯가) 선인이 머무는 곳으로 가서 길상초(吉祥草)를 구하였느니라. 그것을 얻어 가지고는 점차로 큰 보리나무 밑으로 갔느니라. 오른쪽으로 그 나무를 세 번 돌고, 그 나무 밑에 안팎으로 두루두루 길상초를 깔아서 자리를 만들었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그 위에서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몸을 단정히 하고 바른 기억으로 온갖 탐욕과 착하지 못한 법에 물드는 일을 여의고 찾음이 있고 살핌이 있어 생사를 떠난 즐거움[離生喜樂]을 얻어 첫째의 선정을 증득하였느니라. 다음은 찾음과 살핌을 그치고 속마음[內心]이 맑고 깨끗하여 한 경계의 성품에 머물러 찾음도 없고 살핌도 없이 선정이 생기는 즐거움[定生喜樂]을 얻어 둘째의 선정을 증득하였느니라. 다음은 즐거움과 탐욕을 여의어 생각을 버리는 실천에 머물고, 여실히 바르게 알아서 몸으로 묘한 즐거움을 받아 성인이 관찰하는 생각을 버리는 실천과 같이 하여 즐거움을 떠난 묘한 즐거움[離喜妙樂]을 얻어 셋째의 선정을 증득하였느니라. 다음은 괴롭고 즐거움을 모두 끊어서 먼저 일으켰던 기꺼운 뜻과 번거로운 뜻에 모두 집착하지 않고, 괴롭지 않고, 즐겁지 않아서 생각을 버리는 청정[捨念淸淨]을 얻어 넷째의 선정을 증득하였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더욱 삼매[三摩呬多]의 마음에 머물러서 맑고 깨끗하며 결백하게 하여 수번뇌(隨煩惱)의 부드러운 업을 버리고, 편안하게 머물러 움직이지 않았더니, 초저녁에 여실히 하늘눈[天眼]의 지혜가 밝아지는 것을 얻어서 마음이 잘 열리었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얻은 하늘눈의 맑고 깨끗함은 사람들의 눈을 넘으니, 세간의 온갖 중생들이 나고 죽으며, 예쁘고 추하며, 귀하고 천한 업에 따라 받는 것을 모두 여실히 아느니라. 만일 모든 중생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하지 못한 업을 지어 성현을 비방하거나 사악한 소견의 업을 쌓았기 때문에 몸과 목숨이 마친 뒤에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고, 만일 모든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여러 가지 착한 업을 지어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을 일으키면, 바른 소견의 업을 쌓았기 때문에 몸과 목숨이 마친 뒤에 좋은 갈래인 하늘에 태어나나니, 나는 이러한 일을 깨끗한 하늘눈으로써 모두 보고 아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더욱 삼매의 마음에 머물러서 맑고 깨끗하며 결백하게 하고, 수번뇌의 부드러운 업을 여의어 편안하게 머물러 움직이지 않았으니, 밤중에 여실히 전생일 아는 트임[宿命通]의 지혜가 밝아짐을 얻어 마음이 잘 열리었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증득한 전생일 아는 트임의 지혜는 능히 지난 세상의 여러 가지 일을 아나니, 이른바 한 생과 두 생과 세 생과 네 생과 다섯 생과 또는 열 생, 스무 생, 백 생과 천 생과 백천 생과 무수한 백천 생이니, 이렇듯 무수한 생 가운데 이루고 머물고 무너지는 겁[成住壞劫]의 일과 옛날의 이러한 성(姓), 이러한 이름, 이러한 종족, 이러한 빛깔과 모습[色相], 이러한 음식, 이러한 목숨과 괴롭고 즐겁던 일과 여기에서 멸하여 저기에 태어나며, 저기에서 멸하여 여기에 태어나는, 이렇듯 여러 가지 무수한 일을 나는 전생일을 아는 트임의 지혜로써 여실히 아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그때 더욱 삼매의 마음에 머물러서 맑고 깨끗하며 결백하게 하고, 수번뇌의 부드러운 업을 여의어 편안하게 움직이지 않으니, 새벽녘에 여실히 번뇌가 다한 지혜[漏盡智]가 밝아짐을 얻어서 마음이 잘 열리었느니라. 더욱이 샛별이 나타날 때에는 상서롭게 기뻤으니, 인간에서 큰 용이고, 인간에서 큰 스승이며, 인간에서 큰 선인이고, 인간에서 용맹하며, 인간에서 여러 빛의 연꽃이고, 인간에서 흰 연꽃이며, 인간에서 가장 높고, 인간에서 더할 나위 없는 말[馬]을 잘 부리는 사람[善調御者]이며, 인간에서 말을 부리는 사람이니라. 어느 곳에서든 알아야 할 것을 알았고, 얻어야 할 것을 얻었으며, 깨달아야 할 것을 깨달았고, 증득하여야 할 것을 증득하였으니, 이러한 모든 것을 잠깐 사이에 상응하는 마음[相應心]을 일으켜 여실한 지혜로써 바른 깨달음의 도[正覺道]를 이루었느니라.
또 사리자야, 내가 알기로 세간의 사문과 바라문이 말하기를 ‘사람이 어릴 때에는 얼굴이 윤택하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검으며, 뜻과 기운이 장대하고 마음과 힘이 모두 온전하여 나이가 바야흐로 스물에 이르거나 스물을 지나면 이 사람은 능히 바른 지혜를 마음대로 닦을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나이가 늙어서 마음과 힘이 쇠퇴하여 장차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는 바른 지혜를 마음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하느니라.
사리자야, 나는 지금 늙었노라. 나이는 곧 여든이어서 세상 떠나기를 기다리니, 비유하자면 썩고 낡은 수레를 갖가지 밧줄로 얽어매어 억지로 부리는 것처럼 나도 그러하니라. 사리자야, 너는 두루두루 나라에서 나라로 읍에서 읍으로 다니면서 모든 성문 제자들이 여래의 몸과 신통력과 거룩한 지혜[勝慧]와 말재주와 이러한 다섯 가지 일을 모두 감소시키고 있는 것을 관찰하여라. 사리자야, 어떤 사람이 정수리에 불 동이[火盆]를 이고 나라에서 나라로 읍에서 읍으로 두루 다니기는 어렵지 않거니와 거룩한 지혜와 말재주가 감소하지 않게 하기는 어려우니라. 또 사리자야, 어떤 사람은 비록 여래 대사(大師)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괴로움의 법[苦法]과 즐거움의 법[樂法]과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 법[非苦樂法]을 모두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바른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만날지라도, 이 사람은 도리어 허망한 법[忘失法]으로 여기느니라. 사리자야, 부처님의 바른 말씀을 허망한 법이라 여기지 말아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괴로움과 즐거움의 법과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 법을 모두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바르게 말씀을 하신 것이지 허망한 법이 아니니라. 사리자야, 현겁(賢劫) 동안에 네 부처님이 세간에 나타나시니, 이들 네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 차례차례 지금에 이르도록 목숨이 1백 살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실천과 지혜와 목숨은 모두가 온전하게 갖추어져서 마치 역사(力士)가 굳은 활을 당겼다가 바로 쏘면 모두 과녁에 맞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자야, 앞의 세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은 이렇게 생각과 실천과 지혜와 목숨을 모두 갖추어 서로서로가 모두 날마다 모든 법의 뜻을 가까이 물었느니라.
. 사리자야, 지금 나의 법 가운데 성문 제자들은 한 번쯤은 묻지만 옮기는 사람은 없고, 또 내 말을 한 번은 들어도 그 가운데서 말의 뜻을 살피지 못하나니, 하물며 말세(末世)의 모든 제자이겠느냐? 만일 음식을 먹을 때 그 맛에 집착하면 피곤할 때 잠자는 일과 움직인 뒤에 쉬는 것[憩]과 대소변을 보는 일 등 모든 활동을 폐지할 것이니라. 사리자야, 앞의 세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은 목숨이 길었거니와 지금의 목숨은 1백 살이어서 지극히 빠르니라. 사리자야, 1백 살의 시간이 지나면 거룩한 지혜와 말재주가 모두 줄어들 것이니, 사리자야, 그때 성문 제자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올바른 말씀을 허망한 법이라 여길 것이니라.
사리자야, 그들은 부처님의 올바른 말씀을 허망하다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법과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 법을 모두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말씀하신 올바른 말씀이기 때문에 허망함이 없는 법이니라.”
그때 모인 대중 가운데 한 존자(尊者)가 있었으니, 이름을 용호(龍護)라 하였다. 부처님과 멀지 않은 곳에서 공작 부채[孔雀扇]를 가지고, 부처님의 곁을 모시고 있었다. 그때 부채를 놓고 부처님 앞으로 가서 합장하고 정례(頂禮)한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지금 이 바른 법을 들으니, 몸의 터럭이 놀라움에 일어서고, 큰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은 무엇이라 하오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호야, 지금 이 바른 법은 『신모희수(身毛喜竪)』라 하나니, 이 이름으로써 너희들은 받들어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비사리 나라의 가장 뛰어나고 큰 성안에 있는 가장 뛰어난 숲의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꺼이 받들어 지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