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도 귀족노조의 '민영화 괴담'을 일축하고 기간제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등, 불법파업에 절대로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천박한 '정치 업자'들의 포퓰리즘과 대중영합에 비추어 볼 때, 모처럼의 강인한 원칙의 리더십이었다. 이명박 시절부터 진작 이랬어야 했다.
꾼들은 왜 이번 투쟁을 벌이는가? 박근혜 정부를 식물화 시키고, 체제를 뒤흔들고, 변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대중을 들끓게 하기 위함이다.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그들은 세상이 헌법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원내 중심 정치, 의회주의 정치, 제도권 정치, 법치주의가 떡하니 확립돼 있는 상태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광장의 민중적 소용돌이가 '상시화(常時化)' 하길 바란다.
그래서 꾼들은 '국정원 댓글'을 꼬투리 잡아 1년을 광장에서 먹고 살았다.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도 그 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예산국회를 계기로 원내 중심정치가 다시 작동하면서 '댓글'의 효력도 급속히 잦아드는 기색을 보였다. '철도 민영화'라는 가짜 괴담은 그래서 나왔다. 새로운 레퍼터리인 셈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벤트가 그것을 실어 나르고, 미디어의 경박성이 그것을 증폭시켰다. 이래서 철도파업은 새로운 민중 소용돌이의 기폭제로 사용되게 되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다시 원외 변혁세력의 찐붕어가 되었다.
다시 점화된 전면적 '힘의 투쟁' '세(勢)의 투쟁' '시가전(市街戰)' '백병전(白兵戰)' '선전 선동전'에 임해서 대한민국 호헌세력이 명심해야 할 것은 "약세를 보이면 안 된다"는 철칙이다. 절대로 기(氣)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게 모든 역사상 대회전(大會戰)의 승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관건이었다. 도구적 차원의 신축성과 유연성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자세에서는 원칙에 투철해야 하고 전의(戰意)를 잃어선 안 되고, 상대방의 전술적 프레임에 들어가선 안 된다. ‘소통’ ‘불통’ 운운의 작금의 상투적인 저널리스트적 유행어가 예컨대 그런 프레임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헤벌렁 '황우여 웃음' 지으며 “그래그래.." 하는 게 소통인가?
이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연혜 사장의 냉엄한 소신 발언은 그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싸움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어차피 짝 갈라진 한국적 이념지형에서 ‘대통합’이란 웃기는 소리였다. 꾼들은 온 몸을 던진다. 대한민국 호헌진영도 온 몸을 던져야 지킬 수 있고 이길 수 있다. 까짓 널뛰는 ‘여론조사’ 따위에 일희일비 할 것 없다. 따라가지 말고 끌어와야 한다. '박근혜-최혜연 원칙'을 보면서 대처-레이건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