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사형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달려 돌아가신 십자가는 그 당시에 사형수를 매달아 형을 집행하던 사형틀이었다. 요즘 같으면 교수대나 약물 주사로 돌아가셨을 것이고 조선 시대였다면 사약을 받고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런 끔찍한 사형틀을 우리가 귀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예배당 건물 안과 밖에 상징물로 십자가를 설치하거나 내어 걸기도 한다. 사실 이는 로마천주교의 그릇된 잔재물이다. 초대교회에선 그 누구도 이런 십자가의 형상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그 흉악한 사형틀인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물과 피를 남김없이 다 쏟으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존귀히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 십자가를 예배당에다 높이 걸 필요가 있을까 싶다. 혹 사람들이 십자가를 올려다본다고 거기에 달려 날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못 볼까 봐 겁이 난다. 십자가를 높이 걸어 예수님을 다시 한번 더 못 박으려는가.
나는 소망한다.
예배당 건물 안과 바깥에 내어 걸린 십자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다시 사심을 기억하기를. 그리고 비록 로마천주교에서 비열한 흉계로 십자가상 숭배를 퍼뜨렸지만 우리는 그것을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의 상징으로 바꾸어 놓았기를 말이다. 사형틀인 십자가를 부끄럽게 하고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승리를 증거하며 높이 외치는 도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