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많은 분들께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던 쿄애니(교토 애니메이션)의 화재사건은 단순한 방화사건이 아닙니다.
쿄애니는 일본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구조로 운영되는 상징적인 회사였고 이번에 방화를 저지른 범인은 일반인이 아니라 과거 주변사람들과 트러블이 있던 전과자였으며 소위 오타쿠로 분류되는 애니메이션 매니아였습니다. 이 사건의 피의자인 아오바 신지(41)는 자신이 생각한 망상을 쿄애니가 표절했다는 이유로 쿄애니 건물에 불을 질러 많은 이들을 더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쿄애니는 재패니메이션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데츠카 오사무 애니메이션의 채색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던 핫타 요코가 1981년 교토의 동네 주부들을 모아 독수리 오형제, 타임보칸 시리즈로 유명한 타츠노코 프로덕션과 일본 로봇물의 산실 선라이즈의 시아게(채색)작업을 하는 작은 하청업체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20년 이상을 하청계의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떨쳤는데 그 대표작으론 <붉은 돼지>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가 있고 <크레용 신짱>같은 경우는 메이저 메이커가 된 2012년에도 여전히 하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자신들이 참여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월등히 높은 것을 보고 독립 제작사로 발돋음하게 되는데 이 때 선보인 것이 <문토>, <풀 메탈 패닉>이라는 작품이었고 이후에 <스즈미아 하루히의 우울>, <케이온>이라는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역사에 크게 한 획을 긋는 제작사가 되게 됩니다. 최근엔 넷플릭스와 계약하며 <바이올렛 에버가든> 같은 초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오직 쿄애니밖에 할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줬습니다.
쿄애니는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다르게 모두 정규직 직원으로 월급을 받고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하였으며 그 직원중 대부분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에선 여성 복지에 많은 투자를 해 회사내에 탁아소가 있을 정도로 복지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에 여성이 많아서 였는지 쿄애니는 사회적, 정치적 올바름을 실현하는 회사로도 유명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판치라(여자 캐릭터의 팬티를 보여주는 컷)가 없었으며 일본 애니에 종종 등장하는 인종차별이나 혐한요소, 군국주의 성향을 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참여하는 성우들 중 주인공은 언제나 신인 성우를 고용해서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또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외주를 받거나 작품을 무차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한작품을 만드는 동안 다른 작품을 손대지 않았습니다. 일본 내에 거대회사들의 자본에 휘둘려 자신들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언제나 작은 유통사, 작은 스폰서와 계약하며 돈에 휘둘리지 않는 열정과 고집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쿄애니는 언제나 스토리텔링과 작화에 있어 누가봐도 감탄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줬고 힘든시기를 겪었음에도 절대 돈을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정말 팬들을 위해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소수정예로 각각 일당백 감독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쿄애니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던지라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팬들이 쿄애니를 응원하고 사랑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일본에 가지도 말고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라는 반일운동이 한참입니다. 저역시 아베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이런 반일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혐오하게되 그 분노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것의 이면에는 아무잘못 없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까지 동종으로 취급받아 혐오하게 되는 무자비함도 숨어 있습니다.
미워할 건 미워하고 분노할 것은 분노되어야 하지만 동정할 건 동정하고 위로해야할 건 위로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쿄애니에서 이번 방화사건을 통해 화마로 희생된 애니메이터 및 관련 직원분들은 안타까운 희생자 입니다.
창조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누구보다 슬프고 애달픈건 그들의 죽음이 단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한 문화의 죽음이자 그 문화의 영향을 받는 대중들의 영감에도 종말을 고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본이 미워도 희생자들이 잘죽었다는 끔찍한 말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인간은 제품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단지 쓰고 버리는 것 소모품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됩니다. 희생자들의 죽음에 안타까워 하지는 못해도 돌을 던지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저역시 덕질을 하는 사람중 한 사람으로써 스즈미아 하루히, 케이온, 바이올렛 에버가든, 프리, 목소리의 형태, 울려라 유포니엄 같은 작품을 좋아했었기에 쿄애니의 이번 참사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펨코같은데선 그런 비슷한소리가 나왔나봄
운영자가 개입해서 댓글삭제 할정도라고 하니
잘가다 이상한데로 빠지네
별로 위로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럴 시간에 자국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길
아 오타쿠들 진짜 사람 죽고 다친 사건에 계속 좋은 애니 회사 망할까봐 전전긍긍 하는거 개불편하네
꼰대같을까봐 댓글 안달았는데 진짜 못참겠네..
ㄹㅇ 진짜 씹덕후들 과몰입좀 그만하고 제발 정신좀 차리길
불편함이 드는 글이네요. 망자를 욕보는 그런 파렴치한 놈들이 있음 걍 그 자체를 지적하면 되지. 굳이 회사 복지가 어쩌고 이런 얘기는 왜하는거죠. 오히려 저런 부연설명 자체가 죽음의 가치에 등급을 매기는게 아닌지.
우리도 25명이나 죽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겪은지 채 두 달도 안됐음. 그래서 일본에서 혐한이 없어졌나? 불매운동과 쿄애니 사건이 정말 별개로 인식되길 원하면 둘을 엮어서 이건 하지 마라 이런 식의 논리구사는 하지 말길
한 미치광이의 만행에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참나 누가 쿄애니보고 잘죽었다 그랬음??불매운동 하는 사람들도 다들 쿄애니에 관해서는 안타까워 하는데 괜히 불매운동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갈라 그러네
아랫글만 보면 흡사 우리 국민들이 지금 한일관계에 근거해 해당 화재사건에 대해 막말하고 다니는줄 알겠음 이거 일본에서 퍼가면 그대로 그 근거가 되는 글임..실제로 일본에선 한국이 관련 화재에대해 관심도없다부터 한국인 소행, 한국인이 피해자조롱한다는 온갖 혐한조작글이 판을 침..저 글의 앞부분 반일운운한 부분과 뒷부분 피해자조롱이 결합되어 그렇게 보일 여지가 다분함 막말로 피해자를 조롱하는 몹쓸 글들은 일본 현지에도 있을정도로 형편없는 부류들은 어디에나있음
씹덕들한테나 소중하고 대단한 회사지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대참사인데 그걸 반일 감정 때문에 조롱하지 말고 동정해달라고 이 회사가 얼마나 좋은 회사고 이 회사가 뭘 만들고 하면서 구구절절 설명해 놓은거임????
한인도 1명 중태라고 들었는데 후
잘죽었다라고 한글이 많은 커뮤니티에 있었나? 딱히 잘죽었다고 하는건 못본것 같은데
애초에 우리나라만해도 헝가리참사나 진주방화범등 사고가 많아서 아무래도 감각이 무뎌졌죠. 더더군다나 옆나라에 그것도 분쟁중인 나라. 오히려 관심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겁니다
굳이? 왜 이런글을 올리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