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 강인한
깊 은 강 잔잔한 물소리 들린다
내 곁에 잠든 아내.
내가 당신 속을 끓게 한 말들
당신이 나를 미치게 한 옛날도
더러는 굽이치는 흐름이었네.
가난하고 순한 젊음에 반짝
이 새벽 촛불 하나 드리고 싶다.
우리 집 세 마리 토끼를 위해
공판장에서 과일을 머리에 이고 오던 걸음
오명가명 한 시간.
어머니 떠나시고
장독의 상한 간장 죄다 바가지로 퍼내 버린
아내의 가을도
함께였다, 50년······
- 『시로여는세상』 2024년여름호
------------------------------* 강인한 시인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 국문과 졸업.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1967년 5월 공보부 신인예술상 시조 당선시집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입술』『강변북로』『튤립이 보내온 것들』 『장미열차』 등.
시선집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비평집 『백록시화』2010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2002년 인터넷 카페 〈푸른 시의 방〉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