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칼리버 - 00. 등장인물과 들어가는 길
민서우
엑스칼리버.
주요 등장인물.
카인.D.그레이드 Kain.D.Grad 23세, 남. 2월 3일생 B형. 브래이크왕국 왕녀의 호위무사. 무기는 검 두 자루이며 취미는 독서.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
치프 팰턴 Cief Palten 23세, 남. 1월 17일생 B형. 브래이크왕국 제 1기사단의 단장. 무기는 도 한 자루이나 후에 한 자루 더 얻는다. 취미는 낚시. 카인과는 친구이자 의형제. 장난 잘 치고 수다스러운 편. 카인과 다이아 사이에서 중재를 해주기도 한다.
신 클레오 Sin Cleo 22세, 남장여자. 4월 23일생, A형.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용족의 용왕(여왕)이다.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 취미는 신문 보기.
칼리프 Kalif 25세, 남. 8월 7일생 O형. 역사학자. 로아스계의 역사에 대해 해박하다. 무기는 권총 두 자루이며 취미는 유적지도 그리기. 유적이라고 하면 물 불 못 가리는 성격. 신과 함께 2번째 섬에서 합류한다.
다이아.L.바브로 Dia.L.Babro 20세, 여. 6월 28일생 A형. 브래이크왕국 제2 왕녀. 쌍둥이 언니를 찾기 위해 항해에 동행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무기는 광선검이며 취미는 십자수.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
오스카 메니저 Oska Meniger 22세, 남. 5월 4일생 AB형. 목표는 해적 “고르베트” 말살. 무기는 6개로 나눠지는 여의봉이며 배 수리도 할 줄 안다. 취미는 모형 제작하기. 말 많은 한편으로 조용하다.
라이아.L.바브로 Ria.L.Babro 20세, 여. 6월 28일생 B형. 브래이크왕국 제1 왕녀. 다이아의 쌍둥이 언니이며 5초 빠르다. 무기는 광선검이며 취미는 뜨개질. 동생과는 달리 꽤나 쾌활하다. 해적단에서 떠받들어지면서도 할 말 다 하고 지냈다.
레몬 Lemon 남, 나이는 모름. 종족은 새, 종류는 매. 카인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조합에서 한 마리 구한다. 혼자 사냥도 잘 나가지만 귀소본능이 약하다는 게 문제.
전체적으로 <로튼 애플> 이라는 이름의 대 해적단을 치고 라이아를 구출하는 게 목적.
- 들어가는 길.
로아스계의 남서쪽에 자리한 에페로스섬의 에페로스왕국, 궁 안의 왕립도서관 내부. 밝은 적색의 머리카락은 말끔하게 올려 묶었고, 허리에는 긴 장검이 한쪽 허리에 하나씩 묶여 있다. 이마에는 적색 긴 끈을 둘렀고 그 끈의 가운데에는 에페로스왕국의 국조인 매의 그림이 수(繡)로 놓였다.
매의 그림이 수가 놓인 끈을 이마에 두를 수 있는 자는 국왕을 비롯한 왕족의 호위무사들. 그렇다면 그는 바로 호위무사인 셈이다.
훤칠한 키에 적당한 체격의 그 청년은 치마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는데, 비슷한 차림과 비슷한 체격에 머리색만 다른 청년이 옆으로 다가와 선다.
“아무리 그래도 호위무사가 도서관에만 박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외출하신대?”
기척을 느낀 듯 놀라지 않은 적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오른손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공부하시는 시간이야. 나와 있어도 돼.”
“자격 미달이야, 넌.”
친구가 자신의 말에 토를 달며 팔짱을 끼자, 그 모습을 본 청년은 피식 웃는다. 10년 전 있었던 대란 이후 웃음을 잃어버린 그가 미소를 다는 경우는 친구 앞이거나 왕족 앞이거나, 둘 중 하나다.
청년 카인은 책장을 넘기며 따지듯 덧붙였다.
“정말로 자격 미달이면 진작 호위무사에서 잘렸겠지.”
“검술로는 널 따라갈 자가 없으니까, 국왕 폐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널 두고 있는 거라고. 곧 왕녀 마마의 생일이신데 선물은 준비했어?”
친구 치프는 말 가운데에 억양을 특히 강하게 두었다. 하지만 카인은 책만 보며 짧게 대답할 따름이다.
“어- 대충은. ……!”
번쩍.
무엇을 봤을까. 다른 사람에 비해 눈이 조금 가는 청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엑스칼리버>?”
“아~ 그 성검?”
“알아?”
카인의 물음에 치프는 허무하다는 듯 맥없는 미소를 지었다. 어이가 없어서다.
넌 내가 온 게 언젠데 이제야 날 쳐다보는구나. 친구보다 검이 더 관심 있냐, 이 자식아?
“왕자마마께서 하시던 말씀을 들은 게 있지. 내가 가지면 최고의 검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 에헴!”
여전히 팔짱을 끼고 비스듬하게 책꽂이에 한쪽 어깨를 기댄 자세의 치프는 어깨에 힘을 잔뜩 주었다. 목에서 작은 소리를 낸 카인은 책을 덮으며 친구를 다시 쳐다보았다.
“또 기댄다.”
저 버릇은 언제쯤이나 고쳐질 지 참.
“어깨에 힘을 좀 빼는 게 어때?”
“뭐가 어때서. 어어.”
친구의 말을 무시한 치프는 이내 책꽂이에 어깨를 기댄 상태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다. 와르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책꽂이 뒤로 책들이 모조리 엎어져 있다.
소리가 컸을까. 문 쪽에서 책을 정리하던 사서가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왔다. 사서의 구두굽 소리를 들은 카인과 치프는 얼른 책꽂이를 세웠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품에 안았을 때 사서가 도착했다.
“…….”
쪼그리고 앉았다가 천천히 일어서던 두 호위무사는 사서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구부정한 자세로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사서는 양 손을 허리에 얹으며 인상을 살짝 찡그린다.
“기어이 사고를 치시는군요, 팰턴 단장!”
“하하하하하, 죄송하게 됐습니다. 얼른 꽂을게요.”
“빨리 꽂으세요! 아참. 왕녀마마께서 찾으시옵니다, 그레이드 나리.”
앗! 왕녀가 찾는데 안 가볼 수가 없다. 카인의 손놀림이 빨리지는 것을 본 사서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곧 내빼려는 듯 몸을 돌리는 그를 본 사서가 얼른 붙잡는다.
“어딜 가세요, 나리!”
“왕녀마마께서 절 찾는다면서요.”
“어허! 이건 다 정리하고 가셔야죠! 얼른 하세요.”
카인은 적색 눈동자로 사서를 빤히 쳐다보며 간곡히 부탁했다.
“왕녀마마께서 찾으신다는 게 어떻게 안 가봅니까.”
“그렇다고 너 혼자 내빼냐, 치사한 놈?”
뭐? 치사?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뭐라고?
등 뒤에서 박혀오는 친구의 일침에 혈압이 살짝 올라감을 느낀 카인은 얼른 돌아 친구를 보며 으르렁 거린다.
“말 다하셨습니까, 팰턴 단장? 이 사고를 친 게 누구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지금?”
깨갱. 할 말 잃은 치프는 묵묵히 책을 책꽂이에 꽂느라 앞뒤 왕복을 해대고, 카인 역시 책을 책꽂이에 꽂느라 정신없다.
서둘러 한다고 하는데도 시간이 10분이나 소비되었다. 정리를 끝낸 카인과 치프가 막 나가려는데 출입구 쪽에서 어느 기운 하나와 함께 맑은 미성이 들려왔다.
“카인 나리-!”
헉, 왕녀마마다! 막 도서관을 나가던 두 호위무사는 도서관을 향해 뛰어오던 소녀를 보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다, 다이아 마마.”
소녀 다이아는 볼에 바람을 넣었다가 빼며 따졌다.
“역시 생각대로 여기 있었군요. 저 공부할 시간이 되면 카인 나리는 도서관에 콕! 하고 박히시잖아요. 무슨 호위무사가 이래요? 아바마마께서는 카인 나리를 능가하는 검술실력자가 나타나면 꼭 해고시키시겠대요.”
“그 소원을 비신 게 10년은 넘으신 듯싶습니다만. 그리고 10년 전에는 저와 치프가 아니었으면 힘드셨을 테고 말이죠.”
카인의 말에 다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건 아바마마께서도 인정하실 거예요.”
그 사건을 계기로 카인이 다이아의 전속 호위무사가 되었으니까. 둘을 바라보던 치프가 끼어들었다.
“마마, 카인을 왜 찾으셨나이까?”
“응? 단장. 아무리 친구라도 카인 나리가 엄연히 서열이 높거늘, 아무리 친구라지만 제가 있는데 격식은 차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왕녀는 왕녀구나. 예의범절이 완전히 몸에 베였어. 하긴, 이제 곧 20살이시니까.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생각하던 치프는 싱긋 웃으면서 받아친다.
“그렇다고 폐하께 이르실 건 아니죠? 저와 나리는 친구라는 것 정도는 다 아시지 않습니까.”
가만히 카인을 바라보던 다이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한 번만 봐드리죠!”
“감사합니다, 마마. 그리고, 카인 나리를 왜 찾으셨는지를 아직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아! 맞다. 카인, 그 약속, 잊지 않으셨죠?”
왕녀 다이아의 물음에 카인은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밋밋한 미소였지만 카인으로서는 최선의 표정이었다.
“당연하죠.”
왕녀와 호위무사간의 약속,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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