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과 나산은 국내 여성복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패션 시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두 회사의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도 비슷하다. ‘조이너스’, ‘베스띠벨리’ 등을 로드숍 중심으로 전개하는 유통 전략도 그렇다. IMF 당시 계열사의 연쇄 부도로 인해 워크아웃, 부도 등의 위기를 맞으며 패션 시장에서 입지가 다소 위축됐지만 패션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하면서 빠르게 시련을 극복했다. 이렇게 신원과 나산은 매우 닮은꼴로 오랜 시간 선의의 경쟁구도를 형성해 왔다.
내수 중심, 수출 병행
나산과 신원은 국내 여성 의류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한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 1~2위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패션 시장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산은 1980년에 문화데스크(현 나산)를 창립하고 1983년 ‘조이너스’로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지성패션 조이너~스”라는 로고송과 함께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과감한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 시장을 개척했다. 1994년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 기네스북에 오르며 국내 패션 산업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1989년 런칭한 ‘꼼빠니아’도 1996년 1,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나산은 국내 대표 여성복 기업으로써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내수를 중심으로 시작한 나산과 달리 신원은 1973년 신원통상을 통해 의류 수출업으로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1984년 5,000만 달러의 의류 수출 실적을 기록, 1987년 의류업계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성공적인 해외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신원은 1988년 내수 본부인 에벤에셀 사업부를 발족, 1990년 ‘베스띠벨리’와 ‘씨’를 동시에 런칭하며 내수 사업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과테말라에 현지 법인을 세우며 지속적인 생산 인프라 구축을 통한 해외 사업 확장은 물론 남성복 ‘지이크’와 세컨 브랜드 ‘비키’, ‘I.N.V.Y’, 등을 런칭, 1997년에는 국내외 24개 계열사와 2조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3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닮은꼴 브랜드 전략
국내 여성복史을 말함에 있어 ‘조이너스’, ‘꼼빠니아’ 와 ‘베스띠벨리’,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복 시장의 황금기에 1~2위 브랜드로 최고 전성기를 누렸음은 물론 여전히 저력을 과시하며 수익이 높은 브랜드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는 여러모로 닮은 부분이 많다. 신원과 나산이 오랜 라이벌로 인식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원과 나산은 20~30대 여성을 겨냥하는 브랜드로 로드숍 중심 유통전략을 펼치며 당대 최고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마케팅 전략 등 동일 마켓에서 동일한 전략으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베스띠벨리’의 전지현, ‘조이너스’의 김희선 등 오랜 기간 한 모델을 고수하면서 브랜드의 얼굴로 활용했고 ‘꼼빠니아’와 ‘비키’ 역시 비슷한 시기 Q/P브랜드로 전환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 IMF 역풍
1992년 국내 대표 여성복 업체였던 논노의 부도는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함께 패션 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산과 신원 역시 패션산업을 통한 안정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유통, 건설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였던 유통 사업진출은 패션 업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였던 부분. 나산은 유통과 건설업을 계열사로 추가하며 이업종에 진출했고 신원도 금융, 레저, 화학과 유통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무리한 사업 확장을 벌였던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나산은 1998년 1월 최종 부도 처리 후 회사 정리 절차를 밟아 법정 관리에 들어갔으며 신원도 1998년 5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결국 나산과 신원은 본업인 패션중심의 사업구조로 복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나산은 부실 유통망과 패션 전문점 등 유통 사업부문을 완전히 정리했다. 신원도 수 십 여개에 달했던 부실 브랜드 정리는 물론 전기회사, 골프장, 전자회사 등을 매각했고 유통과 수출, 내수를 전부 통폐합했다. 직원들도 70%가까이 줄였으며 섬유·패션만을 특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명가 재건을 위한 제2라운드
8년의 법정관리, 5년간의 워크아웃을 거친 나산과 신원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신원은 지난 상반기 ‘지이크’의 매출 증대와 적자 브랜드 ‘쿨하스’의 매각에 의한 손익 개선효과를 얻었으며 해외 소싱 확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63%정도 증가했다. 수출부문에 있어서도 베트남 법인의 생산 라인이 안정화됨에 따라 매출 3.8%, 영업이익이 34.6%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나산도 세아상역과 M&A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대표이사로 김기명씨를 선임,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니트 프로모션 업체인 세아의 자금력과 기술력, 생산 인프라와 나산 브랜드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개성 공단에 부지를 마련,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즈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