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마지막 밤, 홍대 DGBD 앞은 남다른 신년맞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다. 지난 일년간 DRUG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들과의 파티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어느새 2층까지 꽉 들어찬 클럽 안, 한껏 상기된 관객들의 표정은 마지막 밤을 불태울 준비가 끝났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2008년의 잊지 못할 마지막 파티, 그것은 관객들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오! 부라더스, 뜨거운 밤의 서막을 열다
* 정통 오리지널 로큰롤밴드 오브라더스
다섯 남자가 등장했다. 말쑥한 회색 정장에 선글라스, 갈색 부츠… 기다리던 오부라더스의 모습이었다. 정통 로큰롤 음악을 추구하는 오부라더스는 지난 1998년 길거리 공연으로 활동을 시작해 4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인디씬과 각종 축제, 방송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시원한 보컬이 인상적인 첫 곡 ‘Wooly Booly’로 무대를 연 오부라더스. 관객들도 신나는 복고풍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온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부라더스가 들려준 곡은 총 여덟 곡이었다. ‘좋아’, ‘서럽게 새침한 그녀’, ‘To you sweetheart Aloha’, 마지막 곡인 ‘아가씨’까지… 밝고 유쾌한 로큰롤 사운드에 재기 발랄한 가사가 어우러진 노래들로 공연장은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베이스 이성문은 공연 중간에 “우리는 파티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연이어 던진뒤 "파티의 목적은 짝짓기”라는 다소 엉뚱한 발언으로 관객을 웃음짓게 했다. 앨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를 앵콜곡으로 오부라더스의 무대는 마무리됐다.
* 로이와 타이거의 멋진 퍼포먼스
강한 비트와 카리스마가 인상적인 락타이거즈의 공연이 시작됐다. 락타이거즈는 1970~80년대 미국의 로큰롤과 컨트리 음악을 합친 ‘로커빌리’ 음악을 지향하는 밴드로,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하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마니아 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닭벼슬 머리와 새빨간 셔츠의 타이거는 등장 만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뒤이어 등장한 벨벳지나. 터져 나온 팬들의 환호성에 그녀는 환한 웃음으로 “리듬을 타세요!”하며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립잇업’, ‘Saturday Night’까지 로큰롤의 흥을 담아낸 두 곡이 먼저 연주됐다. 타이거는 “오래될수록 좋은 건 뭐?” 라는 질문으로 다음 곡을 소개했다. “술, 친구, 로큰롤!” 의 관객석의 외침과 함께 ‘Oldies But goodies’가 시작됐다.
락타이거즈의 무대는 계속됐다. ‘하루쯤은’, ‘That’s all right’에서는 특히 관객의 호응이 좋았다. 힘찬 드럼소리와 눈길을 사로잡는 보컬의 무대매너, 그리고 중간에 나온 기타와 베이스의 합주가 돋보였다. 그들은 모두 11곡의 노래로 공연장에 뜨거운 열기를 선사했다. 그들의 패션처럼 붉은 정열, 그리고 생생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무대를 뜨겁게 적신 절정 ‘간지’남 갤럭시 익스프레스
*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퍼포먼스
다음은 2008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열광적인 무대를 펼치며 급부상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였다. 지난 2006년 ‘럭스’의 멤버 이주현과 ‘모글리’의 멤버 박종현이 결합해 만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한국적 색깔이 묻어나는 개성있는 개러지 록 사운드를 추구해왔다.
첫곡 ‘Noise On Fire’ 로 무대를 연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파워풀한 연주로 무대를 장악해나갔다. 두번째 곡 ‘Psycho’에 이어 ‘난 어디로’가 나오자 관객들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땀으로 온 몸이 젖은 채로, 손 끝에 감정을 실어 화려한 연주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에 공연장 전체가 출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음울한 분위기로 시작해 강렬한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 ‘허상’이 이어졌고, 한대수의 곡을 리메이크한 ‘물좀주소’, ‘Bye bye planet’까지 무대가 계속되면서 클럽 안은 땀과 열기로 가득 찼다.
“2008년의 주인공은 여러분이었던 것 같은데요, 2009년에도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앵콜 곡으로 산울림의 노래를 재해석한 ‘개구쟁이’가 울려 퍼졌고, 이들은 베이스가 기타를 무등 태운 채 한 몸이 되어 연주하는 멋진 퍼포먼스를 선물하며 공연을 마쳤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몽환적 선율 국카스텐
2008년 최고의 루키 국카스텐은 등장부터 관객들의 열정적인 환대를 받았다. 6년 전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지난 2007년 아날로그 사운드를 기본으로 복고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로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말인 국카스텐으로 개명한 뒤 쌈지 싸운드 페스티벌, EBS 스페이스 공감 등에 출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기타 및 보컬 하현우는 개성 있는 목소리로 힘차게 공연을 이끌어나갔다. 첫 곡 ‘거울’은 예사롭지 않은 멜로디에 덧입혀진 흐느끼는 듯한 보컬과 가사가 잘 어우러진 곡이었다. 이어진 ‘Violet wand’에서는 독특한 기타음과 보코더를 이용한 효과가 빛났다.
이날 무대에서 국카스텐은 앨범 녹음 과정 중 믹싱 곡을 보관하던 하드가 고장나서 고생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국카스텐만의 색깔이 드러난 시각적인 가사의 ‘파우스트’와 쾌락을 쫓다가 순결을 잃고 새가 된 천사를 노래한 ‘붉은 밭’도 관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고고스타와 함께 새해를, 고고스타와 함께 춤을
사이버틱한 분장과 의상을 입은 고고스타 멤버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을 무렵,시간은 어느새 12시 정각을 향하고 있었다.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고고스타는 잠시 무대 세팅을 멈추고 클럽 안의 관객들과 다같이 카운트 다운을 외쳤다.
10, 9, 8, 7, 6, 5, 4, 3, 2, 1….!
그렇게 2009년의 첫 순간은 찾아왔다.
* 고고스타의 DJ 이연석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내년에는 좋은 일 많이 있길 바랄게요. 다같이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여깁시다!” 보컬 이태선의 새해인사와 함께 고고스타 무대의 막이 올랐다. 럭스의 베이시스트였던 이태선을 주축으로, 이연석(DJ), 김선아(베이스), 전용환(베이스)의 네 멤버가 모여 결성한 디스코록 밴드 고고스타. 2008년 싱글앨범 <GO GO PARTY>를 발표하고 고고리듬에 펑크사운드를 가미한 음악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들은 2008년 떠오른 인디씬의 별 중 하나다.
‘99star’, ‘나는 우뢰매’, ‘치키치키’, ‘비에댄스’ 등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풍부한 사운드로 스피커는 터져나갈 듯 했고, 이리저리 쏘아대는 조명과 무아지경에 이른 관객들의 춤사위가 함께 어우러져 멋진광경이 만들어졌다. 고고스타 멤버들은 오랜만에 서는 무대에서 그동안 쌓인갈증을 모두 쏟아버리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간에 키보드 선을 밟아 소리가 나오지 않는 실수가 있었지만 작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쉴 새 없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 이태선의 모습에도 관객들은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 중독성 강한 킹스턴 루디스카의 무대
“Hello, 2009년! 오늘 한번 죽어봅시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등장, 9명의 멤버가 무대를 가득 채웠고, 풍부하고 빈 틈 없는 사운드의 향연이 시작됐다.
홍대와 이태원 압구정 등지의 클럽에서의 수많은 라이브 공연으로 탄탄한 연주실력을 인정받은 킹스턴 루디스카. 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 생소한 장르였던 ‘스카’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해왔다. ‘스카’는 레게와 함께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신나는 비트에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를 특징으로 한다.
첫 곡은 ‘색소폰과 트럼펫의 연주가 귀에 감기는 곡 ‘비오는 날’로 시작됐다. 신나는 차차차의 ‘Latin goes ska’, ‘걷고 싶은 거리’까지 이어지는 동안 보컬 이석률은 무대를 활보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멤버들은 곡 중간에 주어진 각각의 솔로 파트에서 농익은 연주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행복한 웃음으로 연주를 선사한 킹스턴 루디스카는 마지막 곡 ‘Jamaica’와 ‘My cotton candy’로 무대를 마치기 전, 관객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새해인사를 했고 관객들은 큰 환호와 박수로 덕담을 대신했다.
* 무대를 즐기는 쿨에이지의 안정준
뒤늦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쿨에이지’는 깔끔한 무대매너와 연주를 보여주며 훌륭한 공연을 펼쳤다. ‘차세대 펑크음악의 선두주자’로 불리우는 쿨에이지는 지난 2004년 말 결성돼, 2006년에는 싱글앨범 Go your own way를 발표하고 클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3인조 밴드이다. 드럼의 신난다, 베이스 전홍준, 기타의 안정준으로 구성되었는데, 노래 사이마다 신난다와 안정준이 티격태격하며 주고받는 ‘만담’형식의 멘트가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 2009년 군입대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들에게는 이날의 무대가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녔으리라.
‘청춘! 모노스타’와 ‘구회말 투아웃’. 희망을 전하는 씩씩한 두 곡이 먼저 공연됐다. 모두가 함께 후렴구를 외쳤던 ‘Say yeah!’와 톡 쏘는 재미있는 가사의 ‘무지개반사’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공연 중간에 잠시 기타 소리가 나지 않는 사고가 있었지만 기타 웃으며 부족한 부분을 대신 열창으로 메우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관객들도 머리위로 손을 올리고 박수를 치며 그들의 무대를 즐겼다.
크라잉넛과 함께 하는 '광란의 밤'
* 드럭대장 밴드, 크라잉넛의 무대
"안녕하세요, 드럭대장 밴드입니다!"
마지막 순서 크라잉넛이 올라오자 관객석은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서커스매직유랑단으로 유쾌한 무대를 연 크라잉넛은 룩셈부르크로 광란의 무대를 이어갔다.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 내려는 듯 ‘룩,룩,룩셈부르크’를 외치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며칠 전 ‘크라잉넛 빅쇼’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들은 ‘2009년 목표는 6집 발매’라는 포부를 밝히며 2009년을 위해 건배했다. 이어진 곡 ‘마시자’를 부르는 동안 관객들은 크라잉넛이 관객석에 건넨 맥주를 돌려 마시며 새해 기운을 나누기도 했다.
‘소띠 해이니까 소 달리자’로 부르겠다며 시작한 ‘말달리자’가 끝나고 베이스 한경록이 무대로 나와 ‘다 죽자’를 열창했다. 특히 ‘다 죽자’와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를 돌림노래로 부르며 만들어낸 관객과의 하모니는 이날 공연의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뮤지션과 관객들이 거리낌없이 어울리는 모습에서 록이 지닌 자유로움이 뿜어 나오는 듯 했다. 공연이 절정에 달하던 순간 관객들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하나의 기차대형을 만들어 공연장을 돌기 시작했다.
한편 이날 공연의 앵콜곡은 특이하게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커피’로 시작됐다. 중간에 갑자기 노래를 멈춘크라잉넛은 “자신들은 된장남이라서 싸구려커피는 안 마신다”며 앵콜곡을 ‘밤이 깊었네’로 바꾸어 불렀고, 커다란 함성을뒤로 한 채 무대를 떠났다.
여덞 가지 색깔의 자유를 만나다
그렇게 유쾌한 밤은 깊어갔다. 새벽 4시가 가까워 질 때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공연에서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자신들만의 개성을 무대 위에 펼친 밴드들.우리는 그 곳에서 여덟 가지 색깔의 음악과 여덟 가지 종류의 젊음, 그리고 여덟 가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뛰고, 소리치고, 땀 흘리면서 보낸 2008년의 마지막 밤과 2009년의 첫날 밤은, 그렇기에 더더욱 끝나지 않는 하나의 긴 꿈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하나되어 즐겁게 타올랐던 DRUG FRIENDS BIG PARTY, 이날의 에너지가 모두에게 빛나는 2009년의 희망으로 전해졌기를...
첫댓글 감사합니다. 드럭까페로 퍼갈게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