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영화감상입니다. 논스톱 연출 외 저의 빈 시간은 거의가 영화감상으로 채워집니다. 틈만 나면 영화본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논스톱 연출하면서도 제가 즐겨보는 영화는 여기저기서 반영됩니다.
먼저 지난번 '최고의 선배' 에피소드에서 마지막 세 남자의 등장장면... 곤경에 처한 다나를 구하기 위해 낙엽흩날리며 등장하는 세 남자의 모습, 이 장면은 주성치 감독의 '소림축구'중 형제들이 뭉치는 장면을 패러디한겁니다.
사실 이 장면은 주성치 감독이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류 영화 장면을 패러디 한 것인데, 그 패러디 장면을 또 패러디했으니... 하이에나도 보통 하이에나가 아니죠? 이 장면을 찍을 때 세 남자와 작업하면서 참 현장 분위기 좋았습니다.
저는 현장 연출할 때,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연기자들간의 경쟁심을 부추기기도 하는대요. 그날의 촬영 작전은 후자였습니다. 먼저 항상 허접한 설정으로 스탭을 웃기는 하하를 찍었는대요. 입에 낙엽하나 물고 바바리를 펄럭 날리는 모습... 그걸 본 태우, 질 수 없다! 분기탱천... 위험하다고 말렸는데도 부득불 덤블링으로 난간을 넘더군요. 지켜보던 맏형 민용, '참 애들이 이렇게 허접하게 놀아요,그쵸 감독님?' 하고 혀를 쯧쯧 차더니 자신은 그냥 노말하게 등장하겠다 하더군요. 바닥을 훑는 낙엽에서 그 긴 다리를 따라 올라가는 카메라... 폼잡고 걸어온다 싶더니 어느새 포켓에 넣어둔 낙엽을 직접 뿌리더군요... 허접한 최고의 선배 삼총사! 주성치 패러디의 완결판이었슴다.
그리고 '그녀의 생존방식'에 나온 많은 영화 제목들... '아이 엠 삼'이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원래 대본에서는 '아이 엠 톰'이었는데, 태우군이 애드립으로 넣은겁니다. '내 아이큐는 3이야...'라는 뜻이래나,뭐래나...
'만우절 특사'라는 영화를 아시는지? 특사 대상에 올랐다고 해서 탈옥도 포기했는데, 알고보니 만우절 거짓말이었다는 허무한 이야기... (민용이는 진지하게 이 제목으로 패러디 한 편 만들자고 우기더군요.)
어제 방송된 '울분의 러브레터'는 'YMCA 야구단'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가져왔죠. 민용군의 가슴 메이는 러브레터가 교수님의 탄원서로 뒤바뀌는 장면...
몇 주 뒤에는 '매트릭스' 패러디가 방송될 것입니다. 태우를 가운데 두고 진이와 하하가 벌이는 혈투! 360도 회전 슬로우모션! 와이어리스 액션의 진수를 보시게 될 겁니다. (왜 와이어 액션이 아니고 와이어리스 액션인지는, 방송을 보시면 압니다.)
요즘 논스톱 회의실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에피소드 제목 짓기입니다. 벌써 600회 가까운 횟수를 방송하다 보니, 새로운 제목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대충 할만한 제목은 이미 다 썼구... 그러다보니 영화 제목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죠. '런어웨이 브라이드' '미스터 플라워' 등등... 'TV는 사랑을 싣고'를 패러디한 '라디오는 사랑을 싣고'를 기억하시는지? 다나가 상상하는 민용 다빈 커플의 슬픈 사랑 이야기였죠? 이번주 금욜에는 그 2편, '난로는 사랑을 싣고'가 방송됩니다. 아마 이들 커플의 테마 제목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그냥 취미로 마냥 즐거웠던 영화 감상이 요즘엔 갈수록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방송이 회를 거듭할수록, 소재도 떨어져가구, 새로운 코미디 개발이 힘들거든요. 그러다보니 역시 기존의 코미디 코드를 보고 패러디하는데 더 열중하게 되는데, 참 그것도 한계가 있군요...
그래도... 비록 600회를 넘기게 되더라도... 올 겨울 논스톱 보는 재미는 계속 되리라 희망합니다. 안되면 여기저기서 베끼는 하이에나가 되어서라도! 그럼 전 이제 다시 새로 빌린 '라이터를 켜라' 보러갑니다. 또 뭐 베낄만한거 없나?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