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3.11.16(일)
산행시간 : 09:00 - 17:30 (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약8시간30분 소요)
산행코스 : 양산 다방면 계석마을 - 동문 (약15km로 추정)
산행인원 : 10명 - 박경호(준성/소연),경용(규상/연미),신성부부,봉식 그리고 나
날씨 : 산행하기 좋았던 맑은 날
8시10분 약속장소인 온천장 버스정류장에 서서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사람들이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네요.
정류장 앞 포장마차에서 한 잔의 커피와 담배 한 대로 시간을 보냅니다.
약속시간인 8시30분이 되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전화들을 하니 오고 있는 중이랍니다.
거의 아홉시가 다 되어 산행객들이 모였습니다.
신성이는 멀리서 오느라고 회사 출근 때보다 일찍 서둘렀는데도 늦었다는군요.
경호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찍 왔는데 전철역 앞에서 기다렸답니다.
오늘의 산행은 꼬마 산객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아빠따라 산행길에 나선 아이들이 무척 반갑기는 하지만 산행코스나 거리로 보아
아이들이 잘 해 낼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산행객들을 잔뜩 실은 양산행 버스는 그야말로 콩나무 시루가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버스안 풍경은 안내양만 없다 뿐이지 그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 통학하던 버스안 풍경과 똑 같습니다.
그 때도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도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은 버스에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차 있는데도 어떻게 정류장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또 태울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버스는 신축력이 좋은 커다란 고무 주머니같습니다.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고무 주머니가
다방리 삼거리에서 산객들을 토해 내고는 날렵하게 사라집니다.
금정산 종주 들머리인 대정그린파크2동 뒷쪽 산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갇혀 지내다 오랜만에 집밖으로 나온 강아지마냥 아이들은 초입 가파른 길을 뛰다시피 재빨리 앞서 오릅니다.
많은 산행객들로 인해 중간 중간 산길이 정체되기도 합니다.
봉우리를 넘고 넘어 산행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지만 아이들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에서도 숨결이 부드럽습니다.
앞서가는 준성이와 규상이를 따라 가느라 가쁜 숨을 몰아 쉽니다.
로프가 매달린 가파른 암릉도 다람쥐 마냥 아무 두려움 없이 줄을 타고 오릅니다.
로프를 잡고 암릉을 오르는 것이 재미 있나 봅니다. 나도 재미 있습니다.
뒤따르는 일행들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잠시 쉬다가 걷기를 몇 번 마침내 장군 평원에 도착합니다.
준비들 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날의 베스트 메뉴는 노봉이 가져온 시락국이 아닌가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장군봉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눈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고당봉을 향해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나섭니다.
장군평원에서 내리막길을 내려 선 후 얕은 구릉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30여분 걷다 보니
커다란 화강암 바위 덩어리가 눈 앞을 가로 막습니다.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옵니다.
설악의 울산바위 같다는 말들도 여기 저기서 들려옵니다.
정상 봉우리의 많은 사람들이 마치 망망대해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섬에서 휴식을 즐기는 물범 무리같습니다.
로프 타기를 아주 좋아하는 연미와 소연이는 눈 앞의 풍광보다 로프 타고 바위 오르는 것에만 마음이 가 있는 듯 합니다.
위험 천만한 직벽의 바위를 로프에 의지해 오르면서도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마냥 즐거운 아이들 마음과 달리 행여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조심조심 오른 고당봉 정상은
장날을 맞은 시장처럼 인파로 넘쳐 납니다.
산 정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산행에 나선 이후 처음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사방을 조망해 보지도 못하고
눈아래 보이는 북문을 향해 서둘러 암봉을 내려섭니다.
고당봉이 평평한 바위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이 쓰입니다.
고당봉에서 북문으로 내려오는 길도 오고가는 산객들로 인해 교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역시 뛰다시피 잘도 내려갑니다. 저러다 돌부리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되지만
여전히 처음처럼 활기에 넘쳐 있습니다.
북문에서 용변을 볼 사람은 보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 시간에도 아이들은 폴짝폴짝 뛰어 놀며 넘치는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합니다.
물 한모금 삼키고 다시 동문을 향해 발길을 재촉합니다.
북문에서 남문까지 어른 걸음으로 빨리 걷는다 해도 2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이대로 남문까지의 진행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준성이와 규성이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크게
내 딛습니다. 이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나 봅니다. 물론 규상이는 다리가 풀렸다고 말은 하지만 말과는 달리
걷다 뛰다, 두 놈 모두 참 잘도 내 달립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1박2일코스 지리산 종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번도 걸어 보지 못했을 먼 길을 아이들이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동문을 약 800미터쯤 남겨놓고 나무의자에 앉아 한참을 쉬면서 일행을 기다립니다.
이젠 햇볕도 많이 약해지고 나무 그림자의 키도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신성이 부부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데 혜숙씨 무릎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자는 꼬멩이들의 칭얼거림을 달래며 오늘의 산행은 동문에서 마치기로 하고
마지막 남은 길을 걷습니다. 막 해가 지려나 봅니다. 장갑을 끼고 있는데도 몸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동문에 도착하니 이미 산행객들은 보이지 않고
문 계단 아래쪽에서 활짝 핀 동백꽃만이 눈같은 흰 꽃잎을 떨구고 있습니다.
산성버스대신 개인 영업을 하는 봉고를 타고 온천장 전철역에서 내려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첫댓글아이들 모습이 마치 동화같은 풍경으로 그려집니다. 은근히 배어있는 문장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망망대해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섬에서 휴식을 즐기는 물범 무리'같은 등산객들의 모습들.... 나는 그날 그시간 산에 갈때 싸가라고 해놓은 찰밥하고, 돼지족발을 식탁에서 아무 맛도 모르고 산을 생각하며 먹고 있었읍니다.
전 날의 과음에도 참석한 노봉과 그 전날 산행과 음주에도 불구하고 이 번 산행을 이끌어준 재만이에게 감사를 보내며 역시 재만이의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 부산의 주산인 금정산을 다시한 번 조망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산행은 백양터널에서 올라
가장 긴 산행이었지만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당일 등산도 재미있었지만, 감칠 맛나게 적은 산행이야기도 더할 나위없이 좋다. 꽁나물 시루같은 버스탄 것도 잊지 못하겠다. 어른보다 애들이 더 산을 잘 타는구나. 얼굴 큰 아저씨(누군지 알제)와 전문 산악인(재만)은 체력도 좋구나.
첫댓글 아이들 모습이 마치 동화같은 풍경으로 그려집니다. 은근히 배어있는 문장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망망대해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섬에서 휴식을 즐기는 물범 무리'같은 등산객들의 모습들.... 나는 그날 그시간 산에 갈때 싸가라고 해놓은 찰밥하고, 돼지족발을 식탁에서 아무 맛도 모르고 산을 생각하며 먹고 있었읍니다.
전 날의 과음에도 참석한 노봉과 그 전날 산행과 음주에도 불구하고 이 번 산행을 이끌어준 재만이에게 감사를 보내며 역시 재만이의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 부산의 주산인 금정산을 다시한 번 조망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산행은 백양터널에서 올라
동문까지 산행을 하여 금정산을 종주하는 것으로 올해의 산행 모임을 마무리하는 것이 어떨까 감히 제안합니다
가장 긴 산행이었지만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당일 등산도 재미있었지만, 감칠 맛나게 적은 산행이야기도 더할 나위없이 좋다. 꽁나물 시루같은 버스탄 것도 잊지 못하겠다. 어른보다 애들이 더 산을 잘 타는구나. 얼굴 큰 아저씨(누군지 알제)와 전문 산악인(재만)은 체력도 좋구나.
좋았겠다! 못가서 내내 아쉬웠죠. 일요일 아침의 달콤한 잠의 유혹에 빠진걸 후회하며...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안될까요? 다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