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밀국수의 변>
당신은 메밀국수를 먹어 보았는가?
아니 먹는 법을 아시는지?
세월을 계란 한판 쯤 뒤로 돌린 옛날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다.
털이 보숭보숭한 시골 총각이 도시인 대구에 나오게 되었다.
볼일을 보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시간을 훨씬 넘긴 오후 3시 반경 배가 몹시 고파 음식점을 찾다 보니 분식점이 눈에 띄어 그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점심 식사시간이 지난 뒤였기에 다른 손님은 없고, 나 혼자였다.
주인 나리께서 물을 갖다 주며 주문을 받았다.
별 생각 없이 그저 가장 빨리 되는 게 무엇이냐고 했더니 모밀국수라고 했다.
그래서 모밀국수를 달라고 하니 몇 개를 주문하겠느냐고 하길래 엉겹결에 3개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주문한 국수가 나왔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으며 시장기가 돌아 얼른 간장을 국수 위에 떠놓고 국수를 먹는데, 주인이 육수 물을 가져오는 게 아닌가? 옳다구나 ? 하고 이번에는 육수를 국수 위에 붙고 국수를 저으니 이게 웬일인가 ?
육수 물이 안 보여 이상하다 하고, 다시금 확인을 하니,
아뿔싸 !
메밀국수를 담은 그릇은 네모난 도시락 모양인데 젓가락과 같은 나무 선반 위에 국수사리를 담아 놓은 게 아닌가?
그러니 밑 빠진 독처럼 간장을 부어도, 물을 부어도 거침없이 아래로 직행,
그릇 밑으로 빠져 식탁 위로 마구 흘러내리는 게 아닌가? 물은 식탁 위를 지나 땅바닥으로 흐르고 있으니.......
앗 실수 !!
옷에 국물이 묻은게 대수랴!
어서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고 싶은 마음뿐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엉겹 결에 주인을 찾아 식대를 지불,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치듯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점심도 못 먹고 촌놈이 촌놈 값만 했으니 말이다.
뒷날 알아보니 모밀국수는 국수사리를 육수 그릇에 말아먹는 것이며 보통 3개 정도는 먹는다고 했다.
그때 옆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어깨 너머로 식사하는 법을 보고 배웠을 텐데.....
아니면 먹는 법을 주인에게 물었어도 실수는 안 했을 텐데..........
읽어 주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