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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대학교74학번 원문보기 글쓴이: 외교,장석용
금강초롱으로 피어나는 영화들, 영화제의 반딧불이 되다
전 세계에는 경쟁영화제와 비경쟁영화제가 있고, 장르로 분류된 극영화를 포함한 4대 영화제, 성격상 분류인 실험· 단편 만화영화제, 디지털 등 매체의 다양화로 인한 영화제가 이 천 여개에 이른다. 분화와 합체에 이르는 영화제는 늘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단 한번으로 소멸한 영화제도 있었고, 반세기를 넘긴 영화제들도 많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전, 88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소형영화작가협회가 전 세계 아마추어 단편 영화들을 모아 국제영화제를 2회에 걸쳐 개최한 적도 있다. 이 영화제는 장관이 참여할 정도로 흥미를 끌었고, 일반인들에겐 커다란 충격을 주었으며 많은 국제영화제가 생산되는 촉매가 되었다.
80년대 후반부터 각 대학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영화 동아리들은 유수영화제 수상작들을 모아 ‘깐느 영화제’, ‘독일 영화제’등의 타이틀을 달고 영화상영회를 열었다. 이런 작업은 일반인들을 영화 애호가로 만드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영화에 대한 안목을 높였다.
금년 5월 1일부터 9일까지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0여 개국 165여 편의 영화를 선 보였다. 집행위원으로 참가하여 살펴본 영화제 풍경은 ‘영화제는 늘 즐겁고 편하며 즐길 수 있다’라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타문화를 이해하고 살피는데 제일 좋은 기회는 역시 영화제인 것 같다.
한국에도 국제영화제가 있는데, 대표적 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영화제 가 국내 국제영화제 삼총사이다. 이외에도 무수한 영화제들이 다양한 외국영화들을 수입하여 과잉중복 영화 수입, 소비성 영화제가 타 장르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잔존한다.
국제영화제의 물꼬를 튼 사람은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이름으로 1994년, 이태리 세인트 빈센트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주관 황금금배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필자이다. 이것이 한국과 국제 비평가들 간에 본격적 교류의 첫걸음이 되었다. 국제 본부에 처음으로 자국 평론가들 명단을 제출하고 회비를 내고, 국제영화평론가들과의 공식적 면담을 처음 가진 것이다.
국제영화비평가 연맹(Fipresci)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故 이영일 평론가였고, 이영일은 사토 다다오를 통해 프랑스의 마르셀 마르땅을 소개받았지만 이태리 정기총회에는 참석한 적이 없었다. 현 부산국제영화제 국외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전양준은 이듬해 나의 도움으로 독일 만하임 하이델베르크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영화제 노하우를 익혔고, 전양준 일파는 곧 부산국제영화제를 고안, 부산국제영화제가 창설되었다. 부산의 위상은 높아졌고, 각 지자체는 너도 나도 국제영화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6년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31개국 169편의 영화를 선보였고 개막작은 『비밀과 거짓말』, 페막작은 『무산의 비구름』이었다. 작년 10월 4일부터 12일까지 열린 12회 때, 64개국 275편이『집결호』를 개막작, 폐막작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으로 상영되었다.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발견하고 재능 있는 아시아 감독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이 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발상지 부산을, 영상문화의 중앙 집중에서 탈피 지방 자치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발전시키고자 기획된 영화제이다.
2008년 10월 02일(목)부터 10일(금)까지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부산영화제도 10년을 넘겼다. 10년을 주기로 영화제들은 변신을 해야 한다. 구태와 자극, 세 불리기와 자금 끌어들이기 경쟁은 타 장르 창조적 작품들의 싹을 말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국영화의 초라한 성적표를 도외시하고 인정받은 외국영화들로 잔치 상을 꾸리는 데에도 유한함을 알아야 한다.
국제영화제 지존은 단연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이다. 1946년 9월 20일부터 10월 5일 까지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프랑스 남부 칸에서 보통 매년 5월에 열린다. 1946년 스웨덴의 알프 셰베리 감독의 『시련』에서부터 2007년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4달, 3주 그리고 2일』가 제60회 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1947년에는 수상작을 내지 않았으며, 1948년에는 2차 세계대전으로 영화제 열리지 않았다. 1950년에도 영화제는 열리지 않았고, 1968년에는 파리 5월 폭동으로 취소된 적이 있다. 일본, 인도, 중국, 이란, 미국, 브라질이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앉았지만 칸 영화제는 선진 유럽국가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해왔다. 한국영화는 아직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타 본적이 없다.
▲2000년 53회 『어둠속의 댄서』( 라르스 본 트리에 감독, 덴마크 ), ▲2001년 54회 『아들의 방』( 난니 모레티 감독, 이탈리아 ), ▲2002년 55회『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폴란드 ), ▲2003년 56회『코끼리』( 거스 반 산트 감독, 미국 ), ▲2004년 57회 『화씨 9/11』( 마이클 무어 감독, 미국 ), ▲2005년 58회 『랑팡 뤽 & 장피에르』( 다르넨 감독 벨기에 ), ▲2006년 59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켄 로치 감독, 영국 )에서 2007년까지 최우수 작품들을 살펴보면 칸 영화제의 색깔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칸 영화제와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영화제가 베니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이다. 베니스 영화제[Venice Film Festival,베네치아 영화제』는 1932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매년 8월 말 ~ 9월 초에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매년 열린다.
▲2000년 57회『써클』( 자파르 파나히 감독, 이란 ), ▲2001년 58회 『가을 이야기』( 에릭 로메르 감독, 프랑스 ), ▲2002년 59회 『막달레나 시스터즈』( 피터 뮬란 감독, 미국 ), ▲2003년 60회『리턴』(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 러시아 ), ▲2004년 61회『베라 드레이크』( 마이크 리 감독 ,영국 ), ▲2005년 62회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 미국 영화), ▲2006년 63회 『스틸 라이프』( 장 케 지아 감독, 중국 )에 이르기 까지 베니스 영화제는 다양한 성격의 영화들에 관심을 가져왔다. ▲2007년 제64회 수상작은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의 『색, 계』 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32년에는 공식적인 시상식이 없었고, 1933년에는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다. 34년,36년, 37년에 최우수 작품상을 못 내었다. 지금까지 전쟁과 영화제 재정상태, 작품성 미비 등으로 여러 번 최우수 작품상을 내지 못했다. 1940,1943년,1944년,1945,1946년에는 전쟁과 형편상 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1950,1953년,1956년에는 수상작이 없었고, 1969년~79년 사이에도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이제 베를린영화제를 살펴보자. 지난 2월 7일(목)~2월 17일(일), 독일 베를린 포츠담광장 개최된 영화제는 58회의 횟수를 갖는다. 동서 화합과 독일 통일을 기원하며 1951년에 처음 개최되었고 매년 2월 달에 개최된다. 사회적 약자나 고발, 이념의 자유, 억압된 구조에서 해방을 영화들을 옹호해온 영화제는 경쟁부문의 극영화 외에도 실험영화들과 아동영화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베를린 축제 유한회사'가 영화제를 주관한다. 연방정부와 시가 축제 예산의 60%를 지원하고 주정부 보조금과 기타 수입으로 영화제를 꾸린다. 연간 예산은 1천만유로(약 144억원) 정도이다. 나머지 40% 후원사는 폭스바겐 등 약 50개 정도 된다. 베를린이 부산과 닮은 점은 상영관을 분산해 개최한다는 점이다. 칸이 최고의 영화제, 베를린은 두 번째이다. 예컨대 칸에는 기자만 한해 4천500명, 베를린에는 4천 명 정도이다. 베니스는 이보다 적은 수의 기자들이 찾는다. 베니스 영화제의 규모는 부산의 10%에 불과하다. 그만큼 부산이 성장했다.
21세기에 들면서부터 베를린영화제가 으뜸으로 내세운 영화들을 살펴본다. ▲2000년 50회 『매그놀리아』(폴 토머스 앤더스 감독, 미국) ▲2001년 51회 『인티머시』(파트리스 셰로 감독, 프랑스)▲2002년 52회 『블러디 선데이』( 폴 그랜그래스 감독, 영․아일랜드 합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일본 ) ▲2003년 53회 『이 세상에』(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영국 ) ▲2004년 54회 『미치고 싶을 때』( 파티 아킨 감독, 터키․독일 합작 )▲2005년 55회 『유-카르멘 에카옐리차』(마크 돈포드-메이 감독,남아공)▲2006년 56회 『그르바비차』(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2007년 57회『투야의 결혼』( 왕궈난 감독, 중국 ) ▲2008년 58회『엘리트 스쿼드』( 호세 파딜라 감독, 브라질 )
국제 영화제는 해마다 테마를 약간씩 바꾼다.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강수연은 인권을 주제로 한 베니스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탄 적이 있고, 전도연은 여성,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4년 제5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의 김기덕 감독은 성서적 테마인 『사마리아』로 은곰상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시대, 칼라,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만들어 내는 국제영화제는 언제나 흥분과 낭만을 자아내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10년 전인 98년 문체부 8,073억(총예산 대비 1.07%)으로 확정짓고 이 중 문화부문 예산은 5,155억(전체예산대비 0.68%)으로 732억을 증액시킨 바 있다.
이런 증액된 예산들이 창작에 쓰여 지질 않고 낭비에 가까운 외국영화들 수입에 쓰여 진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인데, 그 현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영화예산이 대학 실습영화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등 한국영화의 기초력 향상에 쓰여 지지 않고 외국영화인들을 불러 모아 국내에서 접대는 영화제에 지자체와 해당부처는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영화제는 참가자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국제영화제의 존재이유는 자국영화를 알리고 수출하는 일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가 수입해온 출품작 영화들에 대해선 관객들이 많아야한다. 수입 영화 홍보장으로 변질된 영화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과 차별화된 영화제는 생명력이 있을 것이고, 영화제에는 인기 스타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주민들이 주빈으로 참여해야 영화제는 성공할 수 있다. 혈세를 축내는 영화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일년에 100여 편 한국영화가 제작되는 현실에서 각 지자체의 비대한 영상기구들이 확대 포장된 영상 산업 부흥론을 부추기고 있다. 지역 영화제의 특성을 알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차분하게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우리 것을 못 보이는 영화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작가주의 영화와 작품성 높은 영화보다는 톱스타 영화,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에 관객 집중 현상은 영화제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동경영화제의 경쟁영화와 달리 비경쟁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경쟁영화의 단점은 그 영화제에 출품되어 각광을 받은 작품은 다른 영화제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산영화제는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세계 10대 영화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 PIFF(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기준은 '월드 프리미어'에서 '작품성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 '작품성' 기준이 '아시아 거장의 신작'이 된다면 유명 영화제의 선택이 PIFF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토론토, 로테르담, 카를로비바리 영화제도 프리미어 상영작을 개막작으로 정하기 힘든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PIFF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 권위를 살려야 한다. 비경쟁 영화제이긴 하지만 아시아 새 영화 발굴에 필수적이다. 국제영화제를 살펴보는 것, 영화의 물결에 휩싸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국제영화제 스크린은 언제나 우리를 유혹하며 최면을 건다. 그래도 우리는 기꺼이 영화의 포로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영화제 역대 주요 수상내역
▶1961년 : 『마부』(강대진) = 베를린 영화제 특별은곰상
▶1987년 : 『씨받이』(임권택) =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
▶1988년 : 『아다다』(임권택) = 몬트리올 영화제 여우주연상(신혜수)
▶1989년 : 『아제 아제 바라아제』(임권택) =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
▶1990년 : 『그들도 우리처럼』(박광수) = 낭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ㆍ여우주연상(심혜진)
▶1991년 : 『은마는 오지 않는다』(장길수) = 몬트리올 영화제 감독상ㆍ여우주연상(이혜숙)
▶1992년 : 『하얀 전쟁』(정지영) = 도쿄 영화제 대상
▶1993년 : 『살어리랏다』(윤삼육) = 모스크바 영화제 남우주연상(이덕화)
▶1993년 : 『서편제』(임권택) = 상하이 영화제 감독상ㆍ여우주연상(오정해)
▶1994년 : 『화엄경』(장선우) =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바우어상
▶1994년 : 『장미빛 인생』(김홍준) = 낭트 영화제 여우주연상(최명길)
▶2002년 : 『마리 이야기』(이성강) = 안시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
▶2002년 : 『취화선』(임권택) = 칸 영화제 감독상
▶2002년 : 『오아시스』(이창동) =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ㆍ신인배우상(문소리)
▶2004년 : 『사마리아』(김기덕) =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2004년 : 『올드보이』(박찬욱) =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시체스 영화제 작품상
▶2004년 : 『빈 집』(김기덕) =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2007년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박찬욱) =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바우어상
▶2007년 : 『밀양』(이창동) =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
장석용(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이태리 프레미오 그롤레 드오로 심사위원, 국제 소형영화제 심사위원, 국제가족영화제 심사위원,국제청소년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영화제 심사위원, 대한민국영화제 심사위원, 영평상 영화제 심사위원,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