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에서는 요즘 국적을 갖지 못한 300여만명의 청소년들에게 태국 국적을 주기 위한 기초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미얀마에서 국겨을 넘어 불법으로 들어와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로 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온건한 정책을 써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레이스 홈에도 국적을 갖지 못한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부모들이 중국에서 직접 넘어왔거나 중국에서 미얀마로 갔다가 미얀마에서 다시 태국으로 온 경우로 대부분의 국적은 중국으로 된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고향을 방문하여 보면 그곳은 대부분 중국계 마을로 태국어가 공용어이기보다는 중국어가 공용이고 중국어 학교와 교회가 있고 어른들은 대부분 태국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레이스 홈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국적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국적이 없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는데 최근에는 정부에서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곳 태국에서 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국적이 없으면 예컨대 법학을 공부할 수는 있으나 변호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교사나 공무원 등을 할 수 없으며 면소재지 등의 일정한 구역을 벗어나면 신고를 하여야 하고 여행 허가서를 받아야만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레이스 홈 아이들 중에도 국적이 없는 아이들이 6명이 있어서(8명이었는데 2명이 친척의 도움으로 최근에 국적을 취득) 이들의 국적을 만드는 일은 신경을 쓰이는 일이며 국적 이야기만 나오면 아이들도 주눅이 들곤 한다.
2년전에는 그레이스 홈의 맏형인 징치앙의 국적을 만들기 위해 현지인 스텝을 보내 모든 기초 작업을 도운 적이 있다. 중국계였기에 태어난 증명서도 아무것도 없는 아이 단지 중국계이며 생년월일이 언제이며 가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이아이의 국적을 만들려고 하였더니 모든 가족을 등록하는 일을 하여야 한다고 하여 동네 이장이며 친척들을 증인으로 데려다가 세우고 군청의 공무원에게 가등록을 하는 일을 하였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부르는 것 자체가 일일이 돈을 지불하여야 하기에 기초 작업을 하는 데에만 20여만원의 돈이 들어갔었다. 한편으로는 의붓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있고 형들이 있는데 우리가 그런 일까지 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일기도 하였지만 나만 처다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것을 생각할 처지가 못되었다.
그레이스 홈에는 이 땅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다는 존재의 근거를 갖지 못한 아이들이 2명 있다. 이들 두명은 자와와 지아푸인데 둘 다 알콜 중독인 의붓 아버지에게서 매를 맞다가 경찰의 신고로 보호시설에 있다가 그레이스 홈에 오게된 아이들이다. 지아푸의 경우는 생년월일에 대한 기록 자체가 없고 본인도 알지못하여 유엔의 날을 생일로 정해준 기억이 있는 아이다.
이번 태국 정부의 조치로 많은 국적이 없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 국적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하도록 요청을 받았다. 아무 문서나 기록이 없고 단지 경찰에서 넘겨준 하나의 서류에 적힌 주소만을 가지고 있는 지아푸도 고향에 가기를 원하였다. 태어나 5-6세까지 살던 고향을 그리워하였지만 피붙이가 없어 늘 쓸쓸해하던 아이인 지아푸도 고향에 가서 자신들의 가족을 찾아보기를 원하였다. 행여 가서 찾지 못하면 그냥 돌아오리라 마음먹고 찾아 나섰다. 암퍼에 가서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서 준 서류를 가지고 주소를 찾아가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고 수소문 끝에 아버지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친구분을 통해 가족들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고 아버지의 소식이며 새엄마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새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었지만 새엄마를 통해 기나마 잊혀진 가족의 내력을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었다. 새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지아푸는 막내인데 아주 어렸을 적에 친엄마가 아이들을 팽개치고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자신도 자식이 둘이 있었는데 지아푸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 가족들을 도왔다고 하였다. 잘은 알 수 없었지만 짐작컨대 아마도 지아푸의 아버지와 새엄마가 바람을 피웠던 것 같다. 그러기에 친엄마가 2살도 안된 아이들을 새엄마에게 놓아두고 갔으리라. 그러다가 얼마가 못되어 바로 위의 형은 다른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고 지아푸는 그레이스 홈으로 오게 되었다. 지아푸는 그때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어떤 기록도 없게 되었고 엄마아빠에 대한 기록이 없었던 것이다. 새엄마에 의하면 지아푸의 아빠는 지금은 1000km도 더 떨어진 남부의 핫야이라는 도시에서 중국계 아저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2달후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배다른 두 큰 형이 치앙라이에서 일하고 있고 또 9년전 다른 고아원으로 갔던 친형에 대한 소식도 알려주었다.
지아푸의 아무 기록도 없는 국적을 만들기 위해 여러 경로로 수소문하여 알아본 결과 현재의 시점에서는 오히려 아무 기록이 없는 편이 국적을 만들기가 훨씬 용이하였다. 만일 기록이라도 있으면 가족들이 모두 국적이 없기에 같이 어려움을 당하나 20년을 기다려야 국적을 얻을 수 있겠지만 기록이 없으면 주변에 국적있는 사람들에게 조카나 손주로 입양하는 형태를 취하면 오히려 국적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생각에는 지아푸의 아버지와 새엄마가 있고 국적은 없지만 가족의 난에 등재하면 오히려 쉬울 것 같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최소한 300만원을 요구하였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국적이 없기에 지아푸를 자신들의 아들로 등록하려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등록하는데 모두 돈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이장이나 공무원들에게 부탁할 때 국적이 있는 사람보다 배이상을 돈을 주어야 하며 증인을 세우려해도 돈을 주어야 했다. 해서 국적이 있는 아버지의 친구가 도와주려고 하였더니 그 가족에 자녀 혹은 조카로 등재를 하려고 하여도 최소한 45만원에 해당되는 돈을 지불하여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흥정(?)을 해왔다. 이들은 외국 사람들이라면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끔은 그것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지아푸의 친척이며 아버지의 친구라는 분에게 우리는 친척도 이웃도 아닌데 8년 이상을 아무 조건없이 지아푸를 돌보아 왔다. 당신은 친척이고 지아푸의 아버지의 친구인데 당신이 도와주지 못하느냐고 하자 자신이 도울 수는 있다고 하면서도 기본적인 서류를 만들기 위해 최소한 먼저 15만원을 먼저 지불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새엄마는 지아푸를 위해 선뜻 그 돈을 지불하여 주었다.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지아푸를 돕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국적이 있는 친척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조카로 등록하여 도와주도록 요청하였다. 생각보다 훨씬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 소식을 들은 지아푸의 얼굴에는 기쁨이 피어 올랐다. 그 동안 세상에서 피붙이 없이 혼자라며 살아온 세월, 가족이야기만 나오면 기가 죽어 말 못하던 지아푸, 생일도 모르고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어 기가 죽었었는데 아버지도 찾고 새어머니도 있고 친형이며 배다른 형들이지만 두명의 다큰 형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아푸는 떠나갈 듯이 기뻤다. 지금까지 풀이 죽어있던 지아푸의 모습이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풀이 죽어 처져있던 어깨가 힘을 얻고 어두웠던 얼굴의 모습이 사라졌고 얼굴에는 비로소 웃음이 돌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회복되었다.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으며 토라지기를 잘하며 툭툭 뱉아버리듯이 말하던 습관도 사라졌다. 혼자라고만 느껴졌던 이 세상에 그나마 피붙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범부인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위안이더냐.
가족, 그것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더 위대한 이름이다.
첫댓글 저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을 참으로 감사해야겠어요..! ...지아푸에게도 축복된 만남이 있길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