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 프린세스메이커(GO! GO! PrincessMaker)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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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시일 : 2002/01/11
- 장르 : 시뮬레이션
- 난이도 :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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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시스템 : 펜티엄 166MHz/램 32MB/다이렉트X v7.0
- 권장 시스템 : 펜티엄 II 200MHz/램 6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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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남성 게이머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프린세스메이커. |
나는 그녀가 보고싶다. 푸른 하늘의 깨끗함을 연상시키는 맑고 커다란 눈, 단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 이 세상 그 어떤 형용사로도 찬미할
수 없는 부드러운 미소는 키보드에 손을 얻은 게이머에게 프린세스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며 게이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일방적인 게이머의 짝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최근 모습을 지켜보기란 쉽지 않다. 3편(프린세스메이커 3 : 꿈꾸는 요정)을 끝으로 좀처럼
후속 작품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
3편 이후 몇 편의 외전 작품이 등장 하긴 했지만 현대적 배경으로 거듭난다던 정통 후속 작 4편의 소식은 아직까지도 시원하게 전해지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새침한 아가씨의 자존심처럼 자신의 최근 동향을 쉽게 내보이지 않으며 신비감을 더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릴 수밖에.
게임 하나로 서로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게 된 만큼 세상에는 게임을 제작하는 수많은 민족들이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일본인들의 게임 감각은 남다른 데가 있다. 엽기와 재치 발랄함 게다가 한 때, 그들만의 문화적, 지적 생산물(?)이라 생각했던 늘씬한 미소녀 캐릭터를
동원시켜 전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내니 말이다.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 역시 일본인의 그런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 특히 딸을 키운다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요소를 게임으로 승화시킨 면만
지켜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91년 12월 일본 가이낙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프린세스메이커는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전국의 꿈 많은 아버지(?)들의 심금을 울렸던
장본인. 악마를 물리친 용사가 열 살짜리 소녀를 얻은 뒤, 갖은 정성을 들여 키우게 되면서 이를 통해 오만가지 즐거움을 접할 수 있다는
대리 만족으로 인해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전에 없던 독특한 즐거움을
안겨줬던 작품이었다. 특히 당시 국내 PC 게임의 시대적 상황(일명
~퀘스트라고 불렸던 미국식 어드벤처 게임이 창궐하던 시대)에 화려한 컬러에 보기만 해도 앙증맞은 일본식 캐릭터를 사용한 본 게임의
등장은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였고 전에 없던 육성시뮬레이션의 붐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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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라이브즈에 의해 새롭게 진화한 고고 프린세스메이커. |
지금까지 발매 된 정통 프린세스메이커는 모두 세 편. 91년 12월 프린세스메이커 1편, 93년 12월 프린세스메이커 2편 그리고 가이낙스에서 나온 아카이가 만든 제작사 나인라이브즈에 의해 3편이 제작, 발매됐으며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단순함으로부터 진화하여 보다 발전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현재까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고! 고! 프린세스메이커(이하 고고프메)는 플레이 스테이션용 게임 소프트를 PC로 이식 한 게임이다. 3편의 뒤를 이은 일명 정통파 같아
보이지만, 이 역시도 얼마 전 출시 된 프린세스메이커Q와 비슷한 외전격인 작품이다.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본 작품의 PC판 발매가 일본 현지에서 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점. 그것도 한글화 과정까지 마친
채, 발매되었단 점에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고고프메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육성 시뮬레이션이란 기존의 틀로부터 탈피해서 주사위 타입의 대전형 보드게임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이다. 보드 게임이란 주사위를 던져서 보드 위에 놓인 말을 움직여 목적지까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원초적인 게임장르다. 별다른 장비
없이도 안방 주인님과 사랑방 손님들의 화합을 돈독히 시켜주던 추억의 부루마블 게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게임의 초반장면은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줄기차게 봐오던 일명
육성 시뮬레이션의 기본 공식과 별만 다를 것 없이 진행된다. 게이머가 수행해야만 하는 첫 번째 임무는 사랑스런 딸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일. 이후, 생일과 혈액형 등 딸의 존재를 확립시켜 준 다음 우즈와
큐브 가운데 마음에 드는 네비게이터를 골라 모험에 필요한 조언자
역할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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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명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으며 멜로디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딸은 모두 네 명이다. 주목할 점은 이전 시리즈(1편~3편)과 국내에는 다소 낯선 캐릭터인 멜로디가 모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멜로디는 요정계의 혼란에 휩싸여서 흰 사슴의 화신인 집사와 마을 밖에서 쓰러져 있다가 구출된 소녀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역대 프린세스메이커의 역사적 주인공들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
총 출동한다. 때문에 마치 이 게임은 SNK의 대전 액션 게임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나 캡콤의 마블 VS 캡콤과 비슷한 팬 서비스 차원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분위기와 즐거움을 물씬 풍긴다.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의 최대 장점이라면 어린 여자아이를 당당한
여성으로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적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게이머에게 주어진 딸은 뚜렷한 자신의 목표와 감성을 지니고 있어
단순한 강요보다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타협점과 교육방법을 통해
프린세스 혹은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 진취적이고 활발한 사회인
같은 다양한 여성상으로 자라나게 된다.
이 작품에도 딸을 훌륭하게 키워야만 된다는 기본 이념에는 변함 없어 보인다. 제한 기간 동안 딸을 훌륭하게 키워야만 된다는 원대한 목표가 주어진 만큼 고고프메에는 주어진 목표를 수행하는 일 이외에도
8년 간이라는 제한 된 시간이 존재한다. 8년의 여행이 끝나면 딸들은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하고 게임을 결말을 맞게 된다. 자신의 딸이
어떤 길을 걷는가는 게이머가 정한 교육 방법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엔딩을 감상하고 싶다면 주인공 캐릭터의 파라메터 수치에도 신경을 덧붙여야할 때가 많다.
고고프메는 앞선 시리즈의 육성적 요소와 부루마블 같은 보드 게임의
액션적 재미를 함께 버무린 작품이다. 하지만 본 게임에는 이전 시리즈가 제시하던 육성시뮬레이션적 재미가 다소 약하다. 오히려 단순한
액션적 비중이 높다. 따라서 이전 시리즈가 육성 시뮬레이션의 정도를 걸었을 때와는 달리 자신의 의지를 게임에 크게 반영시켜서 딸을
키울 수는 없다. 게이머의 의지보단 주사위가 제시하는 운명론적 압박이 크게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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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의 수행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 |
프린세스가 되기 위해서는 왕이 제시하는 퀘스크를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이외의 변수도 골고루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굳이 이런 정도를 걷지 않더라도 한 마디로 말해서 승리에만 집착한다면 이 게임의 원대한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아기자기한 성취감을 앞세운 육성의 묘(妙)를 중시하는 게이머라면 고고프메가 제시하는 단순, 직선적인 재미가 어느 정도 작용할 지는 미지수. 허나 후자 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재미가 더욱 각별하다.
게임의 조작은 말 그대로 심플하다. 그저 주사위를 굴려서 숫자만큼
말(자신의 캐릭터)을 이동시키고 해당 지역에서 이벤트 혹은 상점과
교육학원에서 다양한 교육을 습득한 후, 왕궁에서 내려온 퀘스트를
수행할 때까지 계속 진행한다. 진행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지시 표시가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고 자신이 도착하는 지점에 대한 세부정보를 알 수 있도록 배려해 놓고 있어 편리하게 게임에 몰 두 할
수 있다. 플레이는 혼자 또는 최고 4명까지 플레이가 가능하며 네트워크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만 전용서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간단하며 턴 방식의 2차원적인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다. 독특한 점은 주사위를 사용해서 전투에 임한다는
사실. 게다가 앙증맞기까지 하다. 각자 주사위를 굴려서 상대방 보다
많은 수가 나오면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게 되고, 적의 HP가 바닥나면
승리의 영광을 얻을 수가 있다. 또한 라이벌과의 전투도 벌일 수 있다. 이는 같은 포인트 내에 라이벌과 함께 자리할 경우 발생되는 전투
이벤트인데, 이 때에도 주사위를 던져서 상대방 보다 많은 수가 나오게 되면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방식을 취한다. 명심할 점은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면 1 턴을 쉬어야만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고프메의 그래픽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 요소다. 고고프메에서 가장 문제되는 점은 바로 그래픽이다. 고고프메의 그래픽은 일본식 육성시뮬레이션 특유의 귀여움 위에 게임의 사실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 계절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래픽 효과가 별로다. 마치 도스가 창궐하던 때에 유행하던 작품처럼 큼지막한 도트가 튀고, 단순하기 그지없으며 전작처럼 교육 혹은 아르바이트 시에 귀여운 에니메이션으로 처리 된 부분도 없이 수치놀음에만 급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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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한글화 수준은
기대이하다. |
본 게임의 한글화 수준도 그저 그렇다. 글자체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니와 대화 창을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끝마무리의 안타까움을
보인다. 아마도 일본 보다 국내에서 먼저 출시하기 위해 다소 급하게
제작 된 데서 빚어진 문제라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케이스 구성물에도 불만이다. 마치 정통적인 삼국지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해서 내용물의 화려함을 짐작하게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게임 CD 한 장과 매뉴얼 그리고 앙증맞은 수첩이 전부여서 허전함을 드러낸다. 많은 게이머들이 프린세스메이커의 차기
작품을 기대하는 만큼 보다 다양한 아이템들을 삽입시켜서 출시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에 손이 가는 것은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간단한 게임성과 더불어 게이머의 근성을 시험하기 위한 64장의
계절 그림과 32장의 엔딩 그림 그리고 164장의 이벤트 그림을 모아
감상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가 충실하게 덧붙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고고프메는 자칫 따분해지기 쉬운 시뮬레이션 스타일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액션적 요소를 덧붙인 작품이다. 큰 수고 없이도 게임의 원초적인 재미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쾌하기 즐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간단하지만 한 번 손이 가면 쉽게 뗄 수 없도록 만드는 지독한 게임성. 이런
관점에서 게임을 이해하는 일본인의 특유의 게임 철학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