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의 기분 좋은 피로에 야간근무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은 이 시간
서슬 퍼런 겨울 새벽바람에 문풍지마저 그 바람에 파르르르 얼어붙은 몸을 떨고
얼어붙은 하얀 달빛이 앞마당 가득 내리던 지난시절 옛집의 겨울밤이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새벽의 이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그런 이 새벽에 비목의 고장 화천 용화산의 산행을 되돌아 봅니다
산행은 가정에서부터 가정까지라고 합니다 동천님들 모두 무사히
가정으로 귀가 하셨겠지요
매주 즐기는 산행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산행은
나를 설레게 합니다.
변덕이 죽 끓듯하는 요즘 날씨
기상청에서는 연일 한파주의보를 발령한다
헷갈리는 기상청 예보
믿어도 되는것인지
믿어야 하는것인지
모든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추러 들게하는 예보 속에
장비 목록대로 배낭을 챙긴다
방한복 상하의 내의 방한장갑과 운행용장갑 방한마스크 방한모자
스틱과 아이젠 그리고 운행지도와 콤파스 랜턴 그리고 여유분까지
확실하게 한겨울의 채비로
핸드폰 알람은 7시 30분으로 정해 머리맡에 놓고
짧은 시간이지만 단잠에 빠져든다 쿨쿨쿨 드렁드렁 퓨우
문득 이상한 생각에 눈을 떠보니 아직 날은 어두운데
시간을 보니 이거 너무 일찍 일어났네
아~ 오늘도 피곤한 몸으로 또 고된 산행을 하여야 겠구나 하며
일어나 고양이와 비슷한 세면을 하고 배낭을메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의 찬공기가 내빰을 어루만지니 오히려 상쾌한 기분까지 든다
상일동에서 기다릴까 에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기다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검단산 밑의 온도가 시내온도보다 1~2도 춥고 에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기다리면
더 오래 기다려야 버스가 오겠지 그러면 더 춥겠지
나름대로 명쾌하게 결정을하고 그냥 상일동으로 향했다
아뿔사 오늘도 늦게 나온다고 나왔는데
상일동 도착시간이 8시 8분 20여분을 추위에 떨어야 겠지
떡집에서 떡이 도착하여 떡도 받아놓고
처음보는 5년만에 동천산악회에 나오신다는분과 함께
동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의 도착시간이 다되어 가는데 아니 우리 동천님들이
한분도 보이지 않아 마음이 덜컥 철렁
그래도 산행에는 사람이 북적돼야 기분이 UP되는데
버스가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니 아니 웬일 이럴수가
동천산행에 동참하여 처음본 휑한 버스안의 좌석
우리 동천님들 모두 추위속에서 전멸이요
아무리 눈을 씻고 세어봐도 내 열손가락에 세어지네
혹여 산행이 취소되지 않을까 취소하여도 어쩔수 없는일이지
그런데 박부장님 산행을 강행하신다
우리 박부장님 파이팅
그런 모습은 저하고 비슷합니다
버스가 출발하여 강동대교를 건너가네
휴우~ 하남시에서 기다렸다가는 낙동강의 오리알 신세가 될뻔했네
나의 탁월한 선택에 슬며시 미소도 지어본다
용화산 가는 도중에 보이는 북한강의 을씬년스러운 겨울강 풍경과
대룡산 삼악산 화악산 등을 보며
그 산을 오르던 지난날의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니
버스는 어느덧 배후령 마루턱에 도착하였다
배낭을 점검하고 방한복을 벗어 배낭속에 집어넣고
하차하여 비록 10인의 용사이지만 단체 사진도 찍고
10시 10분경에 용화산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번 산행은 능선산행으로 큰힘을 들지 않을 것이다
배후령 596.5m에서 출발하여 가쁜숨을 몰아쉬며
약간 속보로 오르니 그제야 몸에서 열이나고
등줄기가 눅눅하여지며 땀이난다
760m봉에서 후미의 쳐진 사람들과 같이 갈려고 기다린다
그래 아무리 동천의 후미팀이 전멸하였다고 하지만
나는 영원한 후미이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지만
나는 해병이 아니고 후미이지
한번 후미는 영원한 후미인것이지
능선길 여기저기 한국인이 사랑하고
한국인들의 성품을 잘 표현하는
잘생긴 낙락장송들이 암벽과 어울려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민족의 비극이 녹아있는 비목의 고장 화천댐의 파로호가
왼쪽으로는 양통마을과 춘천시내가 아스라이 보이니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것같은 생각이 든다
어느 천재화가가 이절경을 그림으로 표현할수 있을까
내가 동양화속의 한 인물로 자리를 차지하였겠지
영원히 이 자리 이곳에서 머물수는 없을까
쓸데없는 망상까지 떠오른다
정충혁 어르신과 몸이 불편하신 그 친구분 김태규 어르신과
오늘은 컨디션도 안좋아 보이시는 박부장님과 나 이렇게 넷은
뒤로 쳐져 조심조심 암릉길을 운행 얼핏 어려운곳도 나오고
위험한곳에 안전시설이 없는곳도 통과하며
박부장님을 회유와 협박으로 경치좋은 곳곳에서 사진도 찍고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되어 쌓였네
비목을 노래하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니
어느덧 용화산(878.4m) 정상에 13시 50분에 도착
정상표지탑에서 증명사진도 찍고
층계바위 하늘벽 입석대 만장봉등을 돌아보니
이제 슬슬 배도 고파오고 술도 고파오는데
날은 쌀쌀하여 점심자리를 펴기는 약간 추울 것 같고
이러 저러한 이유로 점심을 하산하여 따끈한 새우국과
쌉쌀한 소주한잔 하기로 다짐하고
여기저기 로프길에 미끄러운 눈쌓인 암릉길을
김태규어르신과 조심 조심 하산하여 동천버스에 도착하니
아뿔싸 찬 날씨탓에 하산주와 따뜻한 국물이 없네
섭섭하지만 그래 이것도 운명이려니 하고 거창하게
운명탓으로 돌리고 귀가길에 오른다
혹한의 엄동설한에 매우 고생 할것이라 지레짐작 하였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오히려 찬 날씨가 나에게는
쾌적하게 산행을 마칠수가 있었습니다
함께한 동천님들 추운 날씨에도 같이 산행하여 감사합니다
불참한 동천님들 다음 산행때 함께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함께해요
그리고 특히 전멸한 후미의 동천님들 다음산행에 불참하시면
후미팀을 새 멤버로 교체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동천님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어제 용화산 산행 함께하지못한 미안함에 들려본 산행후기방에선 역시나 더욱 멋있게 쓰여진 원봉씨후기가 기다리고 있군요, 지난번후기보다 훨씬 더 근사하게 잘 쓰여진 글을 읽다보니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어나가는듯,,, 입가에 잔잔한 미소까지 또한 고개까지 끄덕이며,,,우리의 원봉씨* 화이팅!!! 입니다.
이쁜이 누님도 화이팅! 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꽁꽁 얼어 붙은 긴 하루가 원봉씨의 넉넉한 마음과 협조로 다소나마 풀려졌던 하루가 아닌가 싶습니다,정말 다시는 생각 하고 싶진 않지만 원봉씨의 후기를 보니 그래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글입니다,고맙습니다,잘~읽고 갑니다
다음 성주봉 산행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원봉씨가 추운 날씨에 옆구리가 얼마나 시렸을까? 암튼 함께하지 못해 미안-미안 상주 성주봉에서 함께 후미를 지킵시다
항상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 없으니 많이 허전하였지요 저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즐거움 보다 있던 사람 없는것이 더 견딜수 없이 허전합니다 상주 성주봉산행때 뵙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을메나 오붓했을까? 싶네요~ㅎㅎㅎ 정말 호젓한 겨울산행을 하셨군요~ 부럽네요, 이젠 원봉씨의산행기가 기다려지는원국이,그져 감복할따름입니다.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있는듯.잘 보고갑니다
자미원국님 건강하시죠 호젓한 산행이기 보다는 쓸쓸한 산행이었던것 같습니다 산행기 기다리면 제가 부담이 되는데요 그저 산이나 열심히 가면 되겠지요 다음산행때 뵙겠습니다
삶에 한자락을 본듯한 긴 산행기에 한참 읽느라 마음을 실어 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