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 이마주의 선두주자로 불리며 80년대 프랑스 영화를 이끌던 레오 까라의 세번째 작품 <퐁네프의 연인들>의 남녀 주연으로는 남자 거지인 알레스 역에 데니 라방이, 여자 거지인 미셀 역에는 줄리에트 비노쉬가 맡아 열연하였다.
"누벨 이마주(nouvelle image)"란 불어로 "새로운 이미지"라는 말인데 이 용어는 주로 우리나라 영화 관련글에서 쟝 쟈끄 베네 (Jean Jacques Beineix), 뤽 베쏭 (Luc Besson), 레오 까라 (Leos Carax) 같은 감독들의 80년대 작품을 언급할 때 잘 사용된다. 그러나 이 말이 외국에서도 이렇듯 용어화 되어서 쓰이진 않는다. 굳이 이들 감독들을 한데 묶어 분류할 때 쓰이는 표현은 차라리 "cinema du look"이다. "look"이란 물론 영어 단어인데 이 말은 불어에도 수입되어 속어로 외양, 외양이 풍기는 분위기를 뜻한다. 이렇게 눈으로 보고 눈으로 느끼는 것이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라는 말이다. 즉 이들 감독들은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특히 영화에 있어서 시각미와 시각효과에 대한 예술적 집착과 신봉을 표방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가장 인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황홀한 영상이다. 폭죽을 그림물감처럼 파리의 밤하늘에 수를 놓고, 그 화려한 하늘 아래 춤을 추고 센 강에서 훔친 모터보트로 수상스키를 타는 것, 지하도의 벽을 덮은 포스터에 불을 붙여 불타는 통로로 만들어버리는 것 등등이 ‘새로운 영상’을 추구하는 감독의 꿈의 조각들을 볼 수 있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이런 인상적인 장면들을 위한 영화 제작비가 우리 돈으로 약 250억 원이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제작비의 액수 때문이 아니라 그런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대하는 스펙터클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줄거리 자체도 대서사적이거나, 컴퓨터그래픽 등의 특수효과가 사용된 것도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도 세명에 불과한데, 그나마 한 명은 중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바로 소품에만 그런 거액이 투자된 것이다. 작가주의 감독답게 할리우드 식의 스펙터클이라는 고정관념과 상관없이 감독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그 많은 돈을 아낌없이 들였다는 것이다.
완성도 있고 자신의 의도에 충실한 작품을 위해 그는 퐁네프 다리를 인공 세트로 그대로 재현하였고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렸던 이미지를 충실히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표현해냈다는 것에 이 영화의 가치가 더해진다.
레오 까라 감독은 이런 영상이미지를 바탕으로 현대의 광적인 사랑의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해 내었다. 처음 영화가 출시되었을 당시(1991년) 한국에서는 문화적 이해나 현대적 비평면에서 영화의 생각이나 사고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관중들이 너무 난해하고 애매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오랜 시절이 지난 지금 현대의 모습을 더 잘 묘사해 주고 있다. 마치 레오 까라 감독이 꾸었던 사랑이라는 광란의 아름다움이 현대 우리들의 삶속에서 부활하는 것 같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작품이 바로 이 <퐁네프의 연인들>이다. 영상에 드러난 누벨 이마주 작가주의 레오 까라 감독의 영상 이미지에 대한 우직한 고집과 다가올 세태를 직감했던 예언자적 예술혼을 통해 우리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해보며 새롭게 조금더 친숙한 느낌으로 이 영화를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
첫댓글 일본다녀 오느라 msn 물으신거 이제 봤어요. ^^* 전 artjkrkr@hotmail.com이에요. 모든 일 하나님이 선하게 인도해 주시길 위하여 기도드려요. ^^* 주소 남겨주심. 제가 친구등록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