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sian Correspondent 2012-8-29 (번역) 크메르의 세계
[컬럼] 태국 군 인사이동에 관한 <방콕포스트>의 논설에 관하여
Bangkok Post on Thai military reshuffle and meritocracy
기고 : Prach Panchakunathorn (방콕 거주 블로거)
태국의 수깜폰 수완나탓(Sukumpol Suwanatat: 예비역 공군대장) 국방부 장관은 어제(8.27) 국방위원회의 신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자신의 의중을 반대했던 고위 장성 3명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한 후, 한직으로 전보 발령했다.
이러한 인사이동이 있고 난 후, <방콕포스트>(Bangkok Post)의 아띠야 아차꾼위숫(Atiya Achakulwisut) 부편집장은 <국방이 비-능력주의로 엉망진창이 되다>(Defence makes unmeritocratic mess of things)는 제목의 컬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깜폰 국방장관이 자신의 하급자로서 국방위원회 상임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사티얀 펌텅인(Sathian Phoemthongin) 대장과 마찰을 빚으면서 일어난 국방부 내의 갈등은 단순히 상하 위계질서를 흔든 데 그치치 않고, 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의 상태에 관한 곤란한 질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중략)
그것은 군부를 난처하게 만든 것으로서, 진급을 위해 군인들끼리 서로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어찌하여 그런가? 보상이나 진급 문제에서 능력주의 임용제(merit system)에 기반을 둔 결정이 오래 전에 채택됐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중략)
각각의 기관들은 어떤 것이 바람직한 능력주의 임용제인지 그 정의를 놓고 토론을 하거나 논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한 대체적인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하며, 관계자들이나 그 직위를 바라는 이들이 보상이나 능력주의 임용제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략)
[경찰위원회 위원인] 아치라윗 수판페삿(Achirawit Suphanphesat) 경찰 대장은 [최근의 발언에서], 경찰의 인사가 능력주의와 연공서열(seniority), 그리고 정실주의(patronage system) [3가지 모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엄밀히 말해 인사이동의 고작 33%만이 능력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말한 "정실주의"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정치인이나 정책결정권자들, 그리고 그것이 누구든간에 행정부 권력자들을 위한 일종의 "쿼터"(quota: 할당액)인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런 제도가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중략)
최근 북방부에서 벌어진 일은 유사한 질문을 갖게 만든다. 보도들에 따르면, 유타삭 국방부장관과 사티얀 상임 사무총장 모두 자신들이 후임 사무총장 인선에 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
나는 군 인사이동의 정당한 근거, 즉 능력주의를 무시한 것에 관해 비판한 사람을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쁘다. 대부분의 다른 논평가들은 이번 인사이동의 기저에 깔린 토대를 비판하는 데 그 논점을 상실했다. 즉, 그들은 정치인에 의한 인사 개입을 묻지 않아서, 우리로 하여금 어찌하여 국방부장관의 임명 행위를 두고 그 하급자가 "개입"이라고 비판을 한 것인지에 관해 혼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러한 논평가들은 마치 정치인들이 고위직 임명에서 개입을 한다는 점을 전제조차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마치 '추밀원'(Privy Council: 국왕자문기구) 위원들에 대해서 그러한 것처럼, 완벽하게 비정치적인 인사들처럼 비춰지도록 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 후임자 인선을 둘러싸고 수깜폰 수완나탓 국방부장관과 마찰을 빚은 후 한직으로 좌천된 사티얀 펌텅인 대장.
하지만 아띠야 여사는 이번 인사이동을 "비-능력주의적 엉망진창"(unmeritocratic mess of things)이라고 부름으로써, 인사이동 이전에 "비민주적 엉망진창"(undemocratic mess)이 있었던 것처럼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태국 군부의 인사는 항상 능력주의가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공서열 및 영향력 있는 예비역 장성들이나 추밀원 위원들, 그리고 의회 정치인들과의 개인적 연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만일 인사이동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면, 그것이 군 인사이동에서 항상 그래왔던 이전의 관행들보다 더 엉망진창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띠야 부편집장도 자신의 글 말미에서 그러한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찌하여 그녀가 이번 인사이동만을 더욱 특별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는지에 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이후 아띠야 씨는 이번 군 인사이동이 "엉망진창"이 된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인사이동과 승진의 "적절성"(appropriateness)은 항상 관찰자들의 눈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후의 의혹들과 논란거리가 제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권력을 가진 이들은 어떤 후보가 부합해야만 할 정확한 기대치를 사전에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따라서, 아띠야 씨는 군대의 고위직 임명이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명문화된 기준들에 의거하길 바랬다. 그녀는 누가 적절한가에 관해 사람들끼리는 의견이 불일치할 수 있지만, [명문화된] 기준 목록은 어느 누구와도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띠야 여사의 생각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녀가 제안한 해법은 문제를 연기할 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대처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적절성"이 관찰자의 눈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가 기준 목록에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 역시 관찰자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명문화된 기준 목록에 적절한 인물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
물론, 아띠야 씨가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누구도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준 목록을 제안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고위급 군 요직 인사이동에 있어서 정치인들이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군 요직에 있는 이들이 정부나 정치인과 협력할 때 어떠한 인센티브도 얻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이 그들을 승진하거나 좌천시킬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군대는 궁극적으로 민간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문민 우위'(civilians’ supremacy)의 원칙에 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국방위원회 상임 사무총장 자리에 아무리 "적절한" 사람이 임명된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한 가지 자격은 갖춰야만 한다. 즉, 그것은 '문민(=정치인) 우위'의 원칙을 기거이 존중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며, 정부와 협력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국방부장관 자신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어떤 이가 국방부장관과 잘 협력할 수 있을지를 안단 말인가? 따라서 설령 우리가 [군 요직 임명을 위한] 명문화된 기준 목록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정치인들에게 약간의 재량권을 부여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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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흥미로운 컬럼이군요..
<방콕포스트>가 <더 네이션>만큼은 아니지만..
원래 보수 성향의 신문사입니디만..
입바른 소리는 잘해대면서
결과적으로는 수구 기득권 계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짓을 가끔씩 하는데..
쁘랏(Prach) 씨가 정곡을 찔러서 야단을 한번 친 셈이군요..
아띠야 씨도 그렇지..
그런 이야기는 군부가 쿠테타한 직후라든가
이전의 아피싯 정권의 군 인사이동 때도 좀 이야기를 했으면 아무 말 안 할 것을..
꼭 잉락 정권에 들어와서야 그런 입바른 소릴 하니
야단을 맞아도 싸지요..
간단히 말해 <군대는 지들끼리 놀도록 놔둬라>..
뭐 이런 논리가 되는거죠
하여간 한국의 조선일보보다는 한 2수쯤 위예요
수족관의 고기들이 시들시들 활력이 없고 병들어 고민끝에 상어를
함께 넣었더니, 시들시들하던 고기들이 활력을 얻었다고 합니다.
태국 군부들이 주변 외부 세력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아
군인이 기본 임무를 망각해서 쿠테타도 식은죽 먹는 듯 하고
인사도 자기 사람 심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사실..
허철 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별도의 논문 한편을 써서 다뤄볼 내용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죠..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시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그 주제로 논문 한편을 써볼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댓글에서 아이디어의 편린들을 좀 정리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전반적으로 외침의 위협이 적었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좀 더 고려해볼 점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군부 기득권층의 형성이 생각보다 오래됐다는 점이죠.
1. 1932년 전제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이행하던 혁명을 바로 군부가 했다는 점..
당시 군부는 유학파 등 최고의 엘리트들이었음.
2. 이후로 주요한 외침 내지는 안보상 위협들이 존재하긴 했음
- 2차대전 말기에 일본이 침공해와서 점령한 일
- 1970년대의 공산 반군 및 인도차이나의 공산화
- 2004년 이후 최남단 지방의 무슬림 반군
우선은 이 정도가 주요한 사례가 될듯 합니다.
저는 오히려 1932년 입헌혁명을 필두로
근대화 과정에서 군부가 행했던 역할과 자부심..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군부가 자체적으로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해낸 점..
같은 것이 주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중 1958년도에 고교과정인 군사예비사관학교(AFAPS)를 개교한 것이 분수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에 게시한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저는 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학교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상 태국 최고의 명문 고교인 동시에
군부 및 정치권력의 실세들이 탄생하는 산실이 되고 있죠..
즉, 태국에서는 쭐라롱꼰 대학이나 탐마삿 대학 동문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이 군사예비사관학교라는 고교 동문들이 경찰 및 육, 해, 공군 사관학교로 진학한 후
일종의 거대한 마피아처럼 사회를 지배하는.. 그런 체제라고 생각되네요
가령 유명한 기숙 국제학교를 나와서
쯜라롱꼰 대학이나 탐마삿 대학을 나와도
기것해야 군사예비사관학교 동문들의 참모나 측근 역할밖에는 못하는듯 합니다.
그리고 군사예비사관학교 출신들은
그 이전 세대인 현 추밀원 의장인 쁘렘 띠나술라논 장군 같은 사람의 영향력에 종속되는거죠.
물론, 가만히 살펴보면
태국의 중학생들 중 정말로 우수한 학생들이 군사예비사관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아마도.. 태국 군 장교들은 자질 면에서 전세계 어떤 군대의 장교들과 견줘도 우수한 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여간 이들이 별 2개쯤 달 때쯤이면..
경찰, 육군, 해군, 공군 장성들은 모두 고교 동문들로 구성되는거죠..
이건 정말 무시무시한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출세가 보장되다 보니..
당연히 부잣집에서는 군사예비사관학교 나온 장교들을 사위로 삼고 싶어 하고,..
그러다 보니
군부 및 그 친인척 관계 등..
태국 사회의 상류층이 더욱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게 되는거죠..
한마디로 군사예비사관학교 동문 인맥을 능가할만한 인맥이..
태국 사회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도리어..
이 군사예비사관학교 동문들끼리의 알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10여년간의 태국 정치를 보면
군사예비사관학교 10기생 및 12생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10기생에는
나중에 경찰사관학교로 진학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대표적이고..
최근 퇴임한 육군사령관 아누퐁 파오찐다 대장 등...
최근의 레드셔츠 대 옐로셔츠의 대결 이면에는
군사예비사관학교 10기생들끼리의 충돌 모습도 중요한 한 단면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탁신이 총리로 진출하면서
10기생 출신 국방부장관들이나 경찰청장들도 여럿 배출됐고 말이죠..
그리고 최근에는
현 육군사령관인 쁘라윳 짠오차 대장이 12생 출신으로서..
그에 따라 제1군구~제4군구 사령관 전원이 12기생이 맡고 있습니다.
가히 현역에서는 12기 전성시대가 온 셈이죠.
따라서 정치인 중에 10기생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현역에서는 12기생들의 전성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10기와 12기 모두 짝수 기수들인데..
그러다 보니 11기나 13기들은 낀 세대가 되버리고 말았죠..
11기 중에 가장 튀었던 사람이
2010년 레드셔츠 시위 중에 암살당한 세댕 장군이었습니다.
13기생도 그다지 두드러진 인물이 잘 안보입니다.
반면 대충 바로 아래 선후배보다는
2년 건너뛰는 선후배들이 사이가 좋은 현상인지는 몰라도
14기들이 나름 약진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방위원회 상임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수깜폰 국방부장관은 11기를 밀었고
사티얀 장군은 14기인 자신의 후배를 민거죠..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태국 정치가 친-탁신 세력이 정권을 잡긴 했지만..
여전히 탈-기득권 정치와는 본질적인 결별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민주화 세력과 대중주의 세력이
친-탁신에 합류해 있기는 합니다만..
친-탁신 정권인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 역시
나름 군부의 기득권 질서를 이용한 또 다른 형태의 조율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래서 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저는 우선 이 군사예비사관학교부터 없애야 한다고 생각되는데요..
나중에 논문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태국 군 장교들의 나이를 분석해보면
군사예비사관학교라는 고교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하거나 편입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수로는 후배인데
나이가 많은 사람도 보이거든요..
아마도 14기생들이 어떤 중압감을 받는듯 합니다.
즉, 탁신 전 총리 덕분에
10기생들은 이미 10년도 더 전에 대장급 내지는 장관급 출세들을 했는데..
그보다 불과 4년 후배인 14기생들은
아직 대장급 포스트를 맡지 못했기 때문에
국방위 상임 사무총장 직위가 대장급이니
밀어부치고 싶을 겁니다.
그거라도 차지를 못하면
현재의 쁘라윳 육군사령관이 12기생이긴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정년이 2년 남아 있어서..
군 최고 자리인 육군사령관을 2년이나 더 해야 하니..
어차피 14기생들에게 지휘관급 4성 장군 자리는 안 갈 것이란 말이죠..
그 경우 14기도 나이들이 있어서
다들 3성 장군 급에서 퇴역을 하게 될 겁니다.
아마 그런 알력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정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