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듯이 [국내여행-동북부]
장소 : 남한의 동북부
기간 : 2015. 3. 3. - 3. 10.
동행 : 김승혁 부부, 이갑영 부부, 이철환 부부.
여행코스 : 충북(초정리 약수) ⇒ 강원(문화탐방) ⇒ 경북(문경, 안동, 경주) ⇒ 전북(지리산 실상사)
◎ 구름에 달 가듯이
평일 날, 방학도 아니고 모두가 일하는 시각에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해외여행도 아닌 국내 여행을-
이러 저러한 직장을 바꿔가며, 평생을 뛰면서 살아왔다. 뒤에 쳐지지 않기 위해 밤늦게까지 뛰어야 했고, 한눈 팔 여유가 없었다. 이제 조금 숨 돌리고 고개 들어 거울을 보니, 어느새 백발이 성성하다. 남은 공직생활도 그 끝이 저 앞에 금방이다. 지금이 아니면 연구년 기회도 없다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연구년을 얻었다. 대과(大過) 없이 살아왔다는 보상이라도 되는 듯, 연구(硏究)년 아닌 안식(安息)년으로 살고 싶다.
해외여행도 몇 번 다녀왔다. 주로 방학을 이용해서 야수가 먹이를 찾듯 억척스럽게 헤맸다. 여행도 뛰면서 달리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구름에 달 가듯이’ 여유롭게 가는 줄 알았는데, ‘구름에 폭풍 치듯이’ 달려왔다. 나이 60이 넘었으니, 복 받은 인생이다. 일 할 곳이 있으니 행복한 인생이다. 욕심마저 없는 생활이라면 그야말로 신선이러니.
정말로 여유롭게, 각본 없이, 구름 위의 달처럼 가까이서 친구들과 함께 노닥거리며 아무데나 가고 싶은 것이 소망이었다. 드디어 그 소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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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자 - 지리산 실상사 2015. 3. 10.)
◎제1일(2015. 3. 3. 화요일) : 초정리 약수
세 부부가 이갑영 사장의 새 차(카니발)로 출발한다. 어제까지 감기가 낫지 않아 아침에 이비인후과에 다녀오다. 바쁘다 바빠. 지난 달 인도여행에서 걸려 온 감기가 나은 듯 아닌 듯 하다가 지금까지 불안케 한다.
10:00 상무지구에서 출발한 갑영 형이 우리 집을 들려 오치동 삼익 아파트 김 교장 댁으로 한 바퀴 돌아 사람과 짐을 방방이 싣고 거뜬히 출발한다. 11:00.
우리의 차량은 기아 8인승 카니발로 작년 하반기 구입하여 갑영 형이 가족과 주위사람들에게 한참 봉사하는 역마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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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자와 역마차 )
11:40. 정읍휴게소에 도착하여 화장실도 다녀오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면서 대장정의 숨고르기를 한다. 날씨가 추워진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갑영 형이 옷을 넣은 배낭이 안 보인다고 한참을 헤맨다. 아침에 짐 챙기면서 집에 두고 온 것을 전화로 며느리에게 확인하고는 풀이 꺾인다. 여행이란 항상 빠뜨리는 것이여-. 인생(人生)도 여행(旅行)이여-
점심은 지난 주 ktx를 타고 오면서 모 사장이 알려 준 충남 논산의 ‘고향식당’에서 도가니탕을 먹는다. 시골 음식점이지만 간판아래 차량이 여러 대 서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집임을 알 수 있다. 휴일도 아니건만 식당 홀에 손님이 가득하다. 종업원들의 몸놀림이 장사 잘하는 집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오후에는 어딜 가나? 여기가 논산이니 부근의 명소를 검색해 본다. 개태사(開泰寺), 기차로 다니면서 보았던 간이역 ‘개태사 역’이 홍보대사 아니던가? 이런 때 아니면 달리 와 볼 기회가 없다.
가서 보니, 평지에 자리한 조그마한 절집으로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순전히 외관만 보고 평가하는 이 사람의 단견(短見)이다. 겨울 뒤끝의 삭막한 주위환경과 한참 불사 중인 어수선함도 배어 있다.
안내판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평정하고 후삼국을 통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조한 절이라고 하니, 역사성은 있을 법한데 어찌 지역감정이 베여있는 설명 같아 담백하지 않다.
대웅전은 ‘극락대보전’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극락대보전은 1992년 이 절에서 유명한 석조삼존불을 모시기 위해 부석사 무량수전을 본 따 지은 것이라 한다. 보물 219호인 석조불상의 정식 명칭은 '논산 개태사지 석조여래삼존입상'이다. 그 대웅전 앞쪽에는 오층석탑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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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태사. 극락대보전과 오층석탑이 보인다)
오후의 목적지는 초정리 탄산온천인데 가는 길에 청남대를 가보자는 의견에 만장일치이다. 대청호 옆에 끼고 굽이굽이 찾아간 청남대는 이젠 우리 같은 백성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십여 년 전 청아 모임에서 특허청 친구의 안내로 청남대 입구까지 다녀 온 적이 있는데, 이젠 그 안에까지 들어가니 민주화의 물결에 촌놈의 안목까지도 올려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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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남대 )
석양에 도착한 초정리 온천장은 수년 전 초등 동창생들과 왔던 그 온천장인데 여전하다. 살갗을 톡톡 쏘는 탄산수도 여전하고 대문 밖 식당(‘저녁 광장’)의 음식 맛도 변함없다. 저녁 식사는 묵은지 짜글이, 온천이 좋았는지 음식이 좋았는지 곁들인 막걸리 때문인지 하여튼 맛있게 먹는다.
숙소는 충북 증평군 소재 ‘좌구산 자연휴양림’이다. 밤중에 시골 산길을 헤매며 찾아간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김 교장의 설명에 의하면 평상시는 예약이 어렵단다. 오늘 비수기에 평일까지 더했으니. 우리의 여행이 축복 받은 일정(日程)이렸다. 오늘의 숙소인 휴양림 내의 ‘별무리 하우스’는 복층으로 된 8인실 방갈로이다. 바닥이 따뜻하게 좋다. (1박 7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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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휴양림 )
내일의 숙소는 속초 금호 콘도이다. 가는 길에 여주 신륵사를 보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