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봄산이 좋다고 강추한 심씨네 호스텔(Sim's cozy garden hostel)에 도착.
이제는 안 옮긴다고 사흘치 방값을 지불하고 6인실에 아래층 침대에 짐을 풀었다. 확실히 좋다. 넓고, 따뜻하고, 환하고, 깨끗하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고, 세면대도 따로 있다. 그동안 너무 추워서 떨었다는 봄산이 반할만도 하다. 짐을 넣고, 내 가방 자물쇠로 장을 잠그고 나서니 너무 좋아한다. 그동안 자물쇠가 없어서 어디를 가거니 노트북을 들고 다녔단다. 노트북 무게가 공식적으로 4.5Kg이니......
봄산이 돌아갈 때를 위해 청두에서 칭다오까지 갈 비행기 표를 먼저 사야 한다고 해서 비행기 표 파는 곳을 찾았다. 중국에서는 어디서나 줄을 선다.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줄을 서야 일이 된다. 국수도 줄서서 사먹고, 만두도 줄서서 산다. 비행기 표 사기 위해 봄산이 줄 서있는 동안 나는 길거리 구경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이 울려 퍼진다. 여자 옷 파는 가게에서 동네가 떠나가게 “총맞은 것처럼”을 틀어 놓았다. 한류를 실감하는 시간이다.
내일 칭첸산(靑城山)가는 기차표사고, 비행기표 사기 위해 호스텔 근처의 거리를 세바퀴는 돌았나보다. 그중 버스터미널을 지나야 하는데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는 일이 야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일만큼 힘들었다. 춘절(중국설)이 가까워서인지 이불 짐만한 보따리를 이고 지고, 게다가 달달달거리는 가방들을 끌고, 한 손에는 닭모가지가 밖으로 비져나오는 푸대를 들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몰려 나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춘절은 아직 멀었는데 했더니, 갈 길들이 너무 멀어서 지금부터 이미 이동이 시작되었단다. 음식점들마다 직원 구한다는 광고가 붙어 있는 이유를 궁금해 했더니, 춘절에 집에 가기위해 직원들이 그만 두어서 사람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시기가 바로 이 때란다.
경찰들도 몰려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그저 웃고 서 있다. 신호등은 있어도 저마다 밀고 나가면 된다.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와 건너려는데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들이닥치고, 자동차는 사람들이 건너려고해도 빵빵거리고 지난다. 목숨이 위태로워 보이는데, 사람들은 모두 태연하다. 우리만 허둥거린다.
길거리 가게에서 만두 사먹고, 문수원 절을 구경하러 나섰다. 지도보고 대충~ 찾아가던 중 운남성 특산물시장을 만났다. 넓은 길 한 가운데를 막고 차일치고 시장을 벌려 놓았다. 군밤, 말린 고기들(닭, 돼지 코, 쏘시지, 오리, 닭 똥집, 육포 등등) 과일, 말린 버섯, 차, 과자, 온갖 주전부리(호박씨, 해바라기 씨, 호두, 땅콩, 피스타치온, 아몬드 등) 뜸 체험장 등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말린 자연산 송이에 마음이 갔으나, 첫날부터 무엇을 살 것인가. 이쑤시개 하나 들고 시식에 열심을 내다가 다음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으잉. 여기는 인사동이네. 오악궁거리(五岳宮路)는 안내문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전통거리인가보다. 기웃거리며 다니다 소 뿔로 된 빗을 하나 사고, 거리 음식점에서 중국식 만두와 꼬치구이를 사먹으며 다리를 쉬었다.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걷기를 고집하는 봄산. 아이고 다리야. 문수원도 구경해야 하고, 집에도 걸어가야 할텐데 내 다리가 견뎌 줄라나?
첫댓글 4일은 너무 짧고 아쉬웠습니다. 참, 중국거리에 사람이 줄어들었어요^^ 목사님 한분이 떠나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