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이상 접었던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생각나면 한 번씩 혼자 공부를 하긴 했으니 완전히 접은 건 아니었지만
바쁜 일과 때문에 혼자 공부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후
책을 펴 본게 월례행사 수준이었으니 다시 시작했다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니지요.
중국어에 흥미를 느끼게 해 주신 선생님과
같이 공부했던 수강생들을 다시 만나니 즐겁기 한량 없습니다.
아침 기상 시간을 두 시간이나 당겼으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새로 5시, 벨 소리 한 번에 벌떡 일어나
아침 먹고 씻고 평생교육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끊었다 이었으니 그동안의 공백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제대로 진득하게 공부해서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는 끌어올려야겠다 다짐합니다.
저녁반의 중국어 원어민 수업도 들을까 망설였으나
저녁반 수강은 밤시간에 더 바쁜 제 생활 특성 상 접기로 하였습니다.
새벽시간은 제 의지만으로 열심히 들을 수 있지만
저녁시간은 제가 필요로 하고 저를 필요로 하는 지인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무시로 있기에 이를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요, 제 의지 밖의 일이기 때문이지요.
작년, 계명대 평생교육원 수업을 들으러 1년간 같이 다녔던
방문지도사 선생님이 오늘 아침 카톡으로 영상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여보 사랑해 미안해' 라는 제목의 글을 영상으로 편집한 것인데
7분 50여초간 경음악으로 '멀어져간 사람아', '내사랑 내곁에'가 깔리고
한 부부의 사연이 잔잔하게 자막으로 펼쳐지는데
남자인 저도 가슴이 이리 먹먹한데 아내들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애절한 사연을 따지며 볼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부, 부부간 자식간 사랑은 있되 대화는 없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구미로 온 지 26년이 되었고 결혼한 지 24년이 되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난 후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되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총각 때는 혼자 기숙사 있었으니 그렇다 치지만
신혼 초에 나이 어린 아내를 북삼 촌에 홀로 두고
친구 좋아, 동료들 좋아, 놀기 좋아 술 좋아
새벽바람 맞으며 귀가한 일이다반사였지요.
혈기방창하던 때라 시내로 이사 들어오고 난 후에도
조간신문과 함께 귀가, 쓰레기차 소리 들으며 귀가....
무던히도 아내 마음 고생을 시켰습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주중에는 대부분 남편이, 아버지가 아니라 친구, 동료로 살았습니다.
돌아보니 원없이 살았지만 후회가 많이 되기도 하네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10여년 전 부터는
귀가시간도 거의 11시 이전으로 당기고 횟수도 줄였습니다.
신혼 초부터 십 수년간의 밖으로 돈 생활에 대한 미안함이
저도 모르게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했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십 수년간의 잦은, 늦은 귀가로 아내가 독수공방하게 만들고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 보상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그나마 최근 십 년 절제된 생활을 해 왔음이 조금의 위안은 됩니다.
요즘 상당수의 가정이 부부간, 부모 자식간 대화의 단절이 심각한 문제라고 합니다.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돈'
우리, 남편들 때문이 아닌가 반성을 합니다.
우리집은 그렇지 않다 믿지만 아내의 마음은, 아이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돌아서서 후회를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귀가 시간을 앞당기고, 집안 일을 나눠 하고
가족 모두와 함께 식사하는 횟수를 늘리고
대화의 시간을 늘려나가야겠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언외언에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항상 푸근하고 따사로울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여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즐거움과 행복의 출발점이 우리집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겠습니다.
지인이 보내 주신 영상 한 편으로 오늘도 깨달음을 얻고
차가운 바깥 날씨에도 창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을 한껏 즐기면서
주말을 여유롭게 시작합니다.
그래서 더욱 행복한 주말입니다.
'여보 사랑해 미안해'는 아래 주소를 복사해 넣으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rosekcy?Redirect=Log&logNo=70124111140
이것만 보시면 마음이 짠하면서 우울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밝은 음악을 배경으로 장미, 수선화, 창포 등 수많은 꽃들이
활짝 피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아래 따왔으니
기분 반전으로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http://vimeo.com/m/27920977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모셔온 글)==============================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 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
첫댓글 샘 가정은 항상 다복해 보입니다. 샘이 가정을위해 항상 스스로 많은 노력하시니.... 좋은 현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