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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어빙의 필살기 - 핑거롤 스쿱 레이업
제가 알럽 카페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7년 3월 경입입니다.
이제 근 4년 가까이 됐는데... 그동안 제가 올린 게시물을 검색해 보니 이 글이 "공식적으로" 1,000 번째 게시물이 되더군요.
사실, 이보다 더 많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색이 되지 않는 글들이 많습니다. 당장 이 게시판에 있는 3개 정도의 글도 검색창에 뜨질 않습니다. 실제로 쓴 게시물은 아마도 1,050 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카페에서 검색이 되는 글로는 이것이 천 번째 글입니다. 그래서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예전부터 여러 회원들로부터 요청을 받은 'ABA 리그'에 대해 글을 쓰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고, 제가 가장 좋아했던 농구선수 '줄리어스 어빙'의 전기적 성향의 글도 한두 회로는 마쳐질 것 같지 않아서... 고심하다가, 줄리어스 어빙의 공격기술 하나를 조명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핑거롤 스쿱 레이업'.
Fingeroll은 손목과 손가락 끝의 스냅 테크닉으로 공에 스핀을 먹이는 레이업 기술입니다.
Scoop은 삽을 푸듯이 공중에서 공을 한 번 내렸다가 밑에서부터 위로 퍼 올리는 듯한 모션을 가리킵니다.
전성기의 줄리어스 어빙은 이 두 기술을 잘 믹스해서 자신의 필살기로 곧잘 응용해 사용했습니다.
1977년 파이널 2차전
위의 영상은 1977년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와의 파이널 2차전에서 어빙이 블레이저스의 에이스 스타퍼, 바비 그로스를 상대로 보여준 슛입니다.
자유투라인 부근에서 공을 받아 빠른 퍼스트 스텝과 이어지는 두 번의 큰 보폭으로 가볍게 수비수를 따돌리고 성공시킨 핑거롤 스쿱 레이업이었죠.
순간적으로 주욱 늘어나는 어빙의 큰 보폭과 긴 팔, 그리고 그의 무지막지하게 큰 손은 이러한 플레이를 하기에 최고로 적합한 신체조건들입니다.
1980년 파이널 4차전
이런 특수한 신체조건은, 하프코트 상황에서, 정말로 한 골이 필요한 클러치 상황에서도 요긴하게 쓰여 졌습니다.
위의 영상은 1980년 레이커스와의 파이널 4차전에서 나왔습니다. 어빙의 그 유명한 '바셀린 무브'가 나온 경기이기도 하죠. 식서스가 홈에서 3차전을 빼앗기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뒤져있는 상태에서의 경기여서 그 긴장감이 대단했던 경기입니다.
경기 종료 1분 여를 남기고 식서스가 3점 차의 리드를 지키고 있을 때였습니다. 빌리 커닝햄 감독이 어빙의 아이솔레이션 플레이를 주문했고, 어빙은 공을 코트 좌중간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에게는 레이커스의 위대한 수비수, 마이클 쿠퍼만 붙어 있었습니다.
이 때 어빙과 대럴 도킨스의 환상적인 호흡이 나옵니다.
어빙이 그야말로 대놓고 돌파를 하려던 순간, 도킨스가 압둘자바를 그 육즁한 몸으로 막고 섭니다. 이제 어빙은 쿠퍼만 따돌리고 압둘자바와 타 레이커스 선수들의 위로 공을 올려 놓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그래서 어빙은 그렇게 했습니다. 참 쉽죠~잉?
같은 1980년 파이널의 3차전에서도 어빙은 아주 멋진 스쿱 핑거롤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보실 수 있듯이, 골밑에 압둘자바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데, 그냥 공을 몰고 들어 갑니다.
1980년 파이널 3차전
어빙이 압둘자바의 스텝과 블라킹 타이밍을 읽으면서 들어가는 부분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압둘자바가 자기를 보고 앞쪽으로 움직여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후방부를 노린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에 팔이 길고 유연성이 좋은 압둘자바였어서 자신의 뒤쪽 공간을 노리고 들어오는 어빙을 공중에서 막습니다.
바로 이 순간, 어빙은 자신의 몸을 뒤로 누이며 압둘자바의 블라킹을 피했고, 동시에 뒤로 젖혔던 팔을 사이드로 돌려 넣으며 깨끗한 레이업을 성공시키죠.
해설자가 "Around the World Lay-Up" (지구 한 바퀴 돌아가는 레이업)이라고 재미있게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엄청난 허리의 유연성과 강인한 복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슛이었습니다.
이와 아주 비슷한 슛을 2년 뒤인 1982년 파이널 1차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의 상대는 압둘자바였습니다.
1982년 파이널 1차전
본인이 오펜스 리바운드를 직접 잡은 후 외곽으로 나갔다가 코트 좌중간에서부터 다시 돌진해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골밑에는 압둘자바와 커트 램비스가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이번엔 어빙이 큰 보폭과 반 박자 빠르면서도 높은 점프력으로 압둘자바의 블라킹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골을 성공시키죠.
저 개인적으론 스케일이 큰 이런 슛을 좋아합니다.
아래에 다른 각도에서 찍힌 이 슛의 스틸사진 몇 장을 첨부했습니다.
어빙의 솥뚜껑만한 손의 사이즈가 돋보이는 장면이지요.
이 슛은 1980년 파이널 5차전에서도 나왔습니다.
1980년 파이널 5차전
림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허리를 비틀면서 결국은 성공을 시키죠? 그의 앞에는 '역시나' 압둘자바가 팔을 들고 서 있습니다.
물론, 이 핑거롤 스쿱 레이업은 속공 시에도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멀티미디어 게시판에 올렸던 장면이죠.
1982년 레이커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4쿼터 막판에 어빙이 성공시키며 접전이었던 경기를 식서스의 승리로 이끌어준 명 플레이.
1982년 정규시즌 대 레이커스전
저 플레이 직전에 이미 어빙이 압둘자바의 슛을 수비했죠. 그래서 생겨난 수비 리바운드를 본인이 직접 잡아 놈 닉슨의 태클을 비하인더 백 드리블로 따돌린 후에 마이클 쿠퍼의 수비까지 피해 시도한 고난도의 코스트-투-코스트 레이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제가 역시 멀티미디어 게시판에도 올린 적이 있는데... 1982년 레이커스와의 파이널 2차전에서 나왔던 장면도 있죠.
4쿼터 막판 피를 말리는 접전 중에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어빙이 과감하게 코스트-투-코스트를 감행하며 성공시킨 "고공 "스쿱 핑거롤 슛 말입니다.
1982년 파이널 2차전
마치 새 한 마리가 나는 듯한 우아한 모션이었죠.
이 슛이 들어가면서 식서스 홈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었고, 분위기를 내준 레이커스는 그대로 2차전까지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상 보셨듯이, 이 '스쿱 핑거롤' 레이업은 줄리어스 어빙의 전매특허이자 그만의 필살기였습니다.
그의 축복받은 신체조건들 - 긴 팔, 긴 다리, 큰 손, 길고 잘 벌어지는 손가락, 짧은 허리와 유연한 어깨, 막강한 점프력과 체공력 등에 창의력과 임기응변력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그의 플레이의 결정체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플레이를 대학시절부터 은퇴를 앞둔 말년까지 꾸준하게 경기 중에 써먹을 수 있었던 내구력 또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커리어 말년에 보여준 어빙의 스쿱 레이업 영상을 끝으로 이 글을 맺습니다.
연말연시, 보람있고 따뜻하게 보내십시오.
By Doctor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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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좋은글 부탁 드릴께요~!!
내가 태어나기도 전;; 압둘자바 어빙선수는 머하는지??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Doctor J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합니다. (__)
마지막 움짤 제일멋집니다
멋진 글 잘 봤습니다 ㅎㅎ 이 글을 보면 어빙의 대단함도 보이지만 새삼스럽게 압둘자바의 위대함도 느끼게 되는..
체공력 ㅎㄷㄷ
이것은 사기군요....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잘봤습니다^_^ 좋은 글읽고 참고할께요~
훌륭한 선수와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덩크할기세.......
줄리어스 어빙도 doctor j 님도 존경할만합니다^^
와... 80년 3차전은 진짜 사람이 아닌데요;; 보고 소름돋았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저게 30년 전 그 옛날(?)의 플레이라는게 놀랍지 않습니까?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과 함께 재편집했으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버지 따라 느바를 열심히 볼때 저희 아버님도 저슛에 대해서 저에게 열광적으로 설명하셨죠. 물론 그 당시에는 어빙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되게 묘한 기분이 드는군요. Doctor J 님이 언급하신 경기와 수비수 상황 이런거와 GIF 화일을 보고싶으니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Doctor J 님 혹시 아빠?
제가 댓글을 잘 이해하지 못 하겠는데요...
'GIF 화일을 보고싶으니' <== 'GIF 화일을 보고 있으니'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Doctor J 님 혹시 아빠?' <== 제가 DAMON님의 아빠냐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자녀를 둔 사람이냐고 하시는 건가요? 제게 19살짜리 딸아이가 있긴 합니다만....^^;)
ㅎㅎ 이거 왠지 좀 웃긴 시츄에이션인데요
모바일로 댓글달다보니 이런일이...예 맞게이해하셨구요. 글에담겨있는 기운(?)이 저희 아버지의 그것과 너무 비슷해서요. 좋은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빙의 체공력........사기네요..........ㅠ
플레이는 역시 진화하는 것인가 봅니다..단순히 창조적으로 나온것이 아닌것같아요..저시대에 저런 플레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멋집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