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알프스
무의도 국사봉-호룡곡산 산행
10.3.13(토)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남쪽에 있는 무의도 산행을 다녀왔다. 무의도 산행은 3년 전에 다녀온 후 이번이 두번째이다.
무의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18㎞, 용유도에서 남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아 무의도(舞衣島)라 불리워지고 있다. 함께 있는 섬 중 큰 섬을 무의도, 작은 섬을 소무의도(小舞衣島)라고 한다. 부근에 실미도(實尾島)·소무의도·해녀도·상엽도(桑葉島) 등 부속도서가 산재하여 주민들은 보통 무의도를 '큰 무리섬'이라고도 부른다.
무의도는 섬의 등뼈역할을 하는 국사봉과 호룡곡산이 있고 산행 내내 경관이 아름다워 '서해의 알프스'라고 불리워지기도 하며,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가 바로 옆에 부속섬으로 자리잡고 있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인 하나개해수욕장도 유명하다.
무의도 가는 방법은 영종도 옆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로 10분이면 건너간다. 인천국제공항 3층 5번 게이트에서 매시간 20분에 출발하는 222번 버스를 타면 잠진도 선착장까지 10분 정도 걸리며, 자가용의 경우 잠진도선착장까지 직접 갈 수 있다. 잠진도는 원래 영종도 옆섬이었지만 현재는 영종도와 연륙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잠진도선착장에서 매 30분마다 무의도 건너는 배가 있다. 여객선은 승객 300명을 태울 수 있는 중형 배로 자동차도 함께 실어나른다. 도선요금은 왕복으로 대인 3천원, 승용차는 2만원이다. 잠진도선착장 바로 건너편에 무의도가 보인다. 배를 타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갈매기 떼들이다. 승객들이 주는 과자나 새우깡 등에 익숙해져서인지 떼지어 배를 따라온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앞에 계단으로 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이 방향은 당산-실미고개-헬기장-국사봉-구름다리-호룡곡산-호랑바위-하나개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무의도에서 가장 긴 산행코스이다. 큰무리선착장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당산인데 당산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사봉을 오르고자 할 경우에는 선착장 좌측 해변길로 10분 정도 떨어진 큰무리마을(연꽃마을이라고도 한다)에서 이정표를 따라 좌측능선을 타도 된다.
우리 일행은 당산을 거쳐 국사봉을 오르는 가장 긴 코스를 택했다. 등산로 입구 우측에는 무의도 등산로 및 관광안내지도가 세워져 있다. 선착장 광장에서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고 배낭을 챙긴 후 10시 55분에 산행을 출발했다.
당산오르는 길은 완만한 숲길이다. 들머리에서 25분 정도 오르면 당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간단히 쉴 수 있는 벤취도 만들어져 있다.
당산 정상에서 잠시 쉰 후 조금 내려가면 우측으로 실미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소가 길게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다. 사람들이 걸어서 실미도로 건너가는 광경도 보인다. 무의도에서 실미도를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봄에는 대개 오전시간중에 물이 빠져 갯벌에 길이 생긴다. 실미도를 건너가고싶은 경우에는 무의도 로 건너오기 전 잠진도선착장에서 실미도 통행가능시간을 체크하면 좋다. 매표소에는 통행가능시간표가 게시되어 있다. 우리가 산행을 한 3월 13일의 경우에는 통행가능시간이 07;19-12;19로 나와 있다.
당산 정상에서 몇분만 내려가면 실미고개에 이른다. 차도를 가로질러 직전하면 국사봉오르는 등산로다.방향표시목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좌측은 큰무리선착장 가는 길로 800m, 우측은 실미유원지 방향으로 800m 거리이다.
실미고개에서 직진하여 조금 오르면 바로 좌측으로 다시 국사봉 방향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를 따라 오르다 보면 호젓하고 숲길능선이 이어지고 중간에 실미유원지 방향 갈림길도 만난다. 실미고개에서 25분 정도 숲길을 따라가면 헬기장에 이른다. 헬기장 직전의 소나무숲길도 매우 아름답다. 등산이라기 보다 산책로로서 정말 훌륭한 능선길이다. 중간 우측 조그만 바위에 올라서면 계속 실미도도 조망된다. 12시 4분에 헬기장 도착,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점심시간을 가졌다. 헬기장 정면으로 국사봉이 보인다.
점심식사 후 다시 국사봉을 향해 등산길에 오른다. 국사봉은 헬기장 바로 아래 봉오리재에서 출발한다. 봉오리재 좌측은 큰무리마을 방향이고 우측은 작은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국사봉 오르는 등산로는 우리일행처럼 당산을 지나오는 방법이 대표적이지만 큰무리마을에서 이정표를 따라 바로 좌측 능선을 타거나 이곳 봉오리재로 와서 여기서부터 오르는 방법도 있다. 큰무리마을에서 봉오리재까지는 약 10분 정도 걸린다.
국사봉 초입의 등산로숲길도 아름답다. 진달래나무인 듯한 숲이 무성하다. 4월 중순 이후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질 때 이길을 걸으면 더욱 멋질 것 같다.
봉오리재에서 15분쯤 오르면 바다가 훤히 펼쳐지는 조망바위를 만나고 다시 10분 정도 더 오르면 목제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 이른다. 멀리 실미도가 그림같은 모습으로 누워있고 작은하나개해수욕장 부근의 해안선도 아름답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곳에서 덕적도, 자월도, 소야도, 선미도 등도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1-2분 더 가면 국사봉이다. 국사봉 역시 목제데크를 설치하여 사방이 잘 보이고 등산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국사봉 정상 목제데크 아래에는 '국사봉 230m'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13시 30분에 국사봉 정상 도착, 봉오리재에서 이곳 정상까지 약 25분 정도 걸렸다.국사봉에서는 아주 오래전 나라의 큰 일이 있을 때 마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1950년대 말 이곳 정상에서 금동불상을 비롯한 수백점의 토우들이 출토되어 역사의 산증거가 되기도 하였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니 사방 바다와 섬들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우리가 건너온 잠진도와 큰무리선착장이 보이고, 우측방향으로는 하나개해수욕장도 보인다.
정상에서 잠시 쉰 후 다시 하산길을 잡는다. 중간 조망쉼터와 소나무숲길을 지나 25분 정도 내려오면 구름다리를 만난다. 이곳 구름다리는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가르는 중간계곡이다. 우측은 하나개해수욕장 방향이고 직진하면 호룡곡산 오르는 길이다. 다리를 건너면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있고 '재빼기찻집'이라고 쓰여진 아담한 찻집도 있다.
구름다리에서 20분 쯤 오르면 조망쉼터에 이른다. 조망쉼터 옆에는 사진찍기 좋은 바위도 있다. 이곳 쉼터에서 좌측으로 바라보이는 조망이 특히 장관이다. 광명선착장 뒤로 소무의도와 해녀도가 보이고 소무의도 뒤로 팔미도도 보인다. 멀리 이름모를 작은 섬들도 아름답다.
조망쉼터에서 다시 10분 정도만 더 오르면 호룡곡산 정상이다. 호룡곡산 역시 높이가 해발 244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정상에는 '호룡곡산 244m'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목제데크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호룡곡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조망 역시 절경이다. 멀리 하나개해수욕장 해안선과 실미도도 보이고, 바다 한 가운데 여기 저기 작은 섬들이 연꽃처럼 떠 있다. 바다위에 떠 있는 섬, 섬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경, 그리 높지도 않은 조그만 산인데도 바다와 섬이 함께 어우러지면 이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놀랄 뿐이다. 통영 사량도 지리산, 해남의 달마산과 두륜산 등 남해 섬이나 바다인접지역에는 아름다운 산들이 적지않지만, 인천앞바다 섬에서도 이토록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수도권등산객들에게는 큰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해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도 하다. 무의도의 아름다움에 빠져 졸시 한 수 적어본다.
무의도舞衣島에 가면
참 오래된 기억이지만 학창시절
한 쬐그만 가시내 때문에 자주
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가녀린 몸매에 미소도 예뻤던 그런,
갈매기 떼 끼륵 끼륵 함께 건너는 섬
나지막한 국사봉과 호룡곡산
처녀 젖가슴 같이 봉긋한 두 봉우리 아래
사방 애기 섬들이 퐁당 퐁당 물놀이한다
그곳에 가면
아직도 풋풋한 그녀를 다시 만나고
그 가시내가 파도를 타고
춤추듯 출렁이며 내게 다가온다
호룡곡산 정상에서 한참동안 아름다운 바다경관에 취한 후 하나개해수욕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에서 15분 정도 내려가면 '호랑바위'라고 부르는 큰 바위를 만난다.
옛날 이 바위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때 어부와 호랑이가 함께 살았으며 산신령으로부터 서로를 해치지 않겠다고 엄한 약속을 하고 평화롭게 살았으나 어느 날 허기에 지친 호랑이가 어부를 한 입에 삼켜버리고 말았는데 이에 노한 산신령이 들고있던 지팡이로 호랑이의 머리를 내리치자 호랑이는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여유로 이 바위를 호랑(虎狼)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호랑이바위에서 15분 쯤 더 내려가면 청기와민박과 '환상의 길' 이정표가 걸려있는 소나무숲에 이른다.
소나무숲에서 3분 정도 더 가면 산행 날머리인 하나개해수욕장 입구에 이른다. 호룡곡산 정상에서 이곳 날머리까지는 약 35분, 들머리인 큰무리선착장으로부터는 약 4시간 40분(점심시간 포함) 걸렸다.
보통 무의도 산행은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마무리하고 버스로 큰무리선착장까지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스를 연장하여 하나개해수욕장-해안바윗길-작은하나개해수욕장-봉오리재-큰무리마을-큰무리선착장으로 무의도 산 및 해안일주코스를 완주하기로 하였다. 하나개해수욕장에는 드라마'천국의 계단'을 촬영한 세트장(별장)도 있다.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우측 해안끝을 따라 돌아가면 의외로 아름다운 기암괴석들이 늘어서 있다. 해수욕장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바윗길이 절경이다. 기암괴석들이 바다풍경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다. 바다 속에 무등산 입석대 모양의 석주들도 보인다.
기암괴석 해안을 돌아가면 작은 하나개해수욕장이다. 큰 하나개해수욕장이 너무 관광지화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이곳은 비교적 조용하고 모래사장도 깨끗한 편이다.
작은 하나개해수욕장에서 10여분 시멘트길을 오르면 봉오리재에 이른다. 이 시멘트길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출입금지철문을 만난다. '큰무리어촌계 양식어장 진입로'라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철문 좌측사잇길로 통과한다. 봉오리재는 국사봉 오를 때 지나갔던 헬기장 아래 고개이다. 봉오리재-국사봉-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을 돌아 원위치한 셈이다. 봉오리재에서 도로를 따라 다시 10분 정도 직진하여 내려가면 큰무리마을이다. 큰무리마을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밭길을 따라 이어지는 국사봉 등산로 이정표를 만난다. 큰무리마을에서 바로 국사봉 능선을 타는 등산로이다. 큰무리마을 해변에는 '연꽃마을'이라고 쓰여진 표지판도 보이고, 실미도유원지 방향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해변길을 10분 쯤 걸어가면 드디어 종착지 산행들머리인 큰무리선착장에 이른다. 무의도 일주산행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큰무리선창작까지 약 1시간, 무의도 일주코스인 큰무리선착장-당산-실미고개-헬기장-봉오리재-국사봉-구름다리-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해안바윗길-작은 하나개해수욕장-봉오리재-큰무리마을-큰무리선착장 코스 전체로는 5시간 40분 정도 소요된 셈이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