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골
간짓대로 이산 저산 걸쳐 빨래를 널었다네요
얼큰한 흥이 재를 넘을 때
외발자국만 남기는 호랑이 눈이 밤길 밝혀 주었다는데요
어흥 소리에 오금이 소름 삼켰고요
왼발만 잡고 늘어지면 이긴다는 도깨비와 씨름까지 했는데요
다음 날 나무기둥에 묶여진 피 묻은 대빗자루에 뿔이 나와
있었다네요
으쓱한 할아버지 창창한 수염이 산봉우리 끝에 매달린 달에
턱하니 걸쳤는데요
참 밝기도 했었지요
별들이 평상에서 초롱초롱 굴러 다니고요
솔바람 사이로 모기떼들이 모깃불에 도망을 가면요
엄마 무릎잠 자는 코가 쌔근거렸는데요
굴참나무에 똑똑 노크를 하면 잠이 깬 다람쥐가 도토리를 물고 굴로 도망가기도 했어요
30여 채의 집들이 초등학교 분교를 싸고 있었구요
허드렛일 하는 아저씨가 운동장에서 닭을 키우기도 했고요
코딱지만한 구석에서 상추, 배추, 무들이 키 재기 하였는데요
아이들과 선생님이 오늘같이 뜨거운 여름에 포플러나무 그늘에서 쌈 싸먹으면요
서로 보며 웃는 아이들이 올망졸망 했다네요
학교며 집이며 할배 할매들이 저수지 넘어서 온통 수몰되었다는데요
저기 봐요
무성한 잡초 속 돌담이 땅 속으로 기어들고 있고요
농사를 보러오는 노인네가 그늘에 쉬고 있는데요
푹푹찌는 골짜기가 헤엄치며 몸을 식히고 있네요
눈이 땡글한 여름이 산중을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그런 날이에요
.........계간 시에 2009 봄호........
첫댓글 고방골이 화순에있는 골인가요...^^
더운여름날하면 마을어귀 당산나무그늘이 떠오르네...평온함이 느껴져서...고방골이란곳이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