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년 프랑스 육군정보국 소속 아메데 프랑수아 프레지어는 칠레 해안에서 야생딸기 묘를 채집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식물학자로서 야생 딸기를 수집 중이었지만 사실은 칠레 군의 정보와 스페인 총독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스파이 활동 중 이었고 그의 수첩에는 암호화된 해안가 요새, 주둔 병력의 규모, 대포 배치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당시 스페인 국왕(필리페 5세)은 루이 14세의 손자였는데 프랑스는 스페인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714년 귀국한 프레지어는 간첩활동의 공로로 당시 금화 1000냥을 받았고 자신이 관찰한 딸기에 대한 책도 써서 유럽에서 딸기 육종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였고 ‘딸기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영국의 식물학자 필립 밀러가 1759년 네델란드 정원에서 일할 때 칠레 야생딸기와 북미 버지니아 야생딸기를 교배하여 재배용 딸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200여 년 동안 주로 개인 육종가들에 의해 개량되어 품종개발 속도가 더뎠으나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서 개량이 빠르게 진행되어 다양한 품종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덴마크, 스위스, 영국에서는 약 7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딸기 씨가 발견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산딸기가 아닌 현재와 같은 딸기를 먹기 시작한 지는 고작 200년 남짓의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과실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부위는 씨앗이 크기 위해 방석역할을 하는 꽃턱으로 사실은 가짜 과실이다. 딸기 표면에 검은 점처럼 붙어 있는 씨앗이 진짜 과실이며 수정이 불량하여 씨앗이 생기지 않으면 기형과가 발생하게 된다.
딸기의 영문명인 strawberry는 짚(straw)과 산딸기(berry)의 합성어로 영국의 습한 토양에서는 잘 자라도록 짚을 깔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19C까지 디저트는 귀족의 요리였고 여기에 사용된 딸기는 일반 서민들이 먹기 힘든 상류층 과일로 ‘황후의 과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딸기는 역사 속에서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 받았으며 14C 프랑스 병원에서는 야생딸기를 환자에게 약용으로 판매하기도 하였지만 16C까지는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하였고 18C 이후에 유럽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10년대부터 개량종 딸기가 일본에서 도입되긴 하였지만 사실 오늘날과 같이 크고 맛있는 딸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며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국산품종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이전은 수입품종에 의존해 재배가 되었고 이후 품종개발에 노력하여 여러 가지 국산 품종이 개발되면서 로열티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 딸기의 독립선언이 이루어진 셈이다.
대표적인 품종이 ‘설향’이다.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시험장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맛도 좋고 수량도 많다.
우리나라 재배면적의 96% 이상이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그 중 ‘설향’ 품종이 87% 정도이며 수출도 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컬링선수들이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다’라고 하여 일본에서 논란이 되었을 정도이다. 이 딸기가 ‘설향’ 품종이었다. 요즘에는 동남아시아와 같은 외국 관광객들도 수확체험을 하고 우리나라의 품질 좋은 딸기를 직접 가지고 간다.
특히 2022년 우리나라 딸기 생산액은 1조 4,260억원으로 전체 채소생산액(12조 7890억원)의 약 11% 점유하는 농가의 중요한 소득작물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제철이 언제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채소들이 여러 가지가 있고 딸기는 이 제철의 개념을 무너뜨린 대표적인 채소이다.
지금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어 철이 없어진지 오래다.
딸기는 풍미가 좋고 비타민과 무기영양분이 풍부하여 우리나라 사람들 뿡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과채류로서 매력적인 영양 덩어리는 우리에게 먹는 기쁨을 선사한다.
영양소로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역시 Vit C이다.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0g당 60mg 내외가 함유되어 있어 과실 5∼6개 정도를 먹으면 어른이 하루에 필요한 Vit C를 공급할 수 있다.
신경통이나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메틸살리산염도 함유되어 있고 특히 엽산(비타민 B₉)이 100g당 127㎍이 함유되어 있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좋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는 임산부에게 하루 500∼600㎍의 엽산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섬유질을 비롯한 유익한 성분이 많아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단맛은 많지만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부담이 없다.
최근 서울의 일부호텔에서 판매하는 딸기뷔페의 1인당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하지만 이제는 품종과 재배기술의 발달로 언제나 먹을 수 있어 귀족의 과일이 아닌 대중적인 과일이 되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생과를 먹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관상용으로 키울 수 있고 여러 가지 음식에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