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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bama Hills를 내려오며 Oh Ridge camping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주도 395에서 Whitney Portal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취모양을 한 기암들이 나온다.
때론 아취 모양을 취하고, 어떤 녀석은 코끼리 모양을 하고 있고, 어느 녀석은 길게 주둥이를 서로 내밀어 뽀뽀하는 모양이 귀엽기도 하다.
나도 뒤질 새라 주둥이를 내밀어 집사람을 불러 본다.
주둥이 대신 주먹이 날아 온다.
잽싸게 피한다.
아직은 운동 신경이 살아 있나 보다.
아취를 사진틀 삼아 그 안에 집 사람과 함께 앉아 사진을 찍어 달랜다.
해는 휘트니 산 위에 한 뼘 쫌 떠있어 아직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역광을 받아 사진이 잘 나오려 나 걱정이 되지만 산 봉우리에 걸린 해와 함께 찍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하려 돌아가며 찍힌다.
짝이 없다며 나서지 않는 이도 불러 내어 하나 하나 모두 찍는다.
누구나 고루 사랑하는 QE님의 성품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사랑의 양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본다.
여러 사람에게 줄 사랑을 합하여 사람 수로 나누어 주면 그 사랑은 평균 사랑이다.
그러나 QE의 사랑은 최대치를 누구에게나 같게 나누어 준다.
그의 사랑은 최대치 사랑,
나의 사랑은 평균치 사랑.
따라 해보려 하나 아직 일세
따라 다니다 보면 그리 데리니….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돌이며 바위는 하나 하나가 기괴하기 그지없다.
마음먹고 보면 그 모습을 선보인다.
첫 사랑을 생각하면 그 모습을 연출해 주고, 벌받아 손들고 서 있던 때를 생각하면 그 모습이 되어 서 있다.
해가 휴트니 산 뒤로 넘어간다.
넘어가는 해는 정말 빠르다.
속수무책이다.
빛을 기억하자.
해가 떠있던 그 때의 빛을 기억하자.
넘어가는 해를 잡지 못한 채 Alabama Hills 언턱으로 돌아 내려 와보니 Gunga Din 영화를 촬영한 장소라를 팻말이 서있다.
17년전 일이다.
이곳에서 대장님께서 깨어진 바위틈을 넘나들며 날렵하게 총을 쏘아대며 서부 활극중의 한 장면을 연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도 그립다.
오늘도 그 모습을 보고싶은데 대신 나에게 우뚝 선 바위를 오르라고 하신다.
못한다고 했다.
오금이 저려 서가 아니다.
관절이 굳어 뻑뻑하다.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다.
굴러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린다.
대신 집 사람이 나서 도전한다.
혈기는 좋다 만 한계가 있다.
갈라진 틈 중간까지 올라가서는 방향도 제대로 틀지 못하고 쩔쩔맨다.
오줌깨나 절이고 있는 중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
승지님 그 옆에 10층 보다 더 높은 바위를 오르신다.
해가 떨어지는 속도 보다 더 빠르게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서 양팔을 펴서 지는 해를 배웅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박수를 쳐 대고 있다.
발이 바위에 붙어 있는 듯, 손이 바위에 붙어 있는 듯 스르르 내려온다.
스파이더 맨 영화도 이 절별에서 찍었나 보다.
승지님 고등학교때 산악반 반장을 하신 기량이 조금도 쇠하지 않고 남아있어 부럽기 한이 없다.
잠시 추억은 날개를 타고 국민학교 운동장으로 날아간다.
서부 활극이 들어와 노천극장에서 상영되면 덩달아 따라가 흥분하던 때가 있었지.
몰려드는 인디언 들을 개 잡듯 총을 쏘아 물리치면 박수 소리도 요란하게 환호 했었지.
OK 목장의 결투, 황야의 무법자. 흐르는 별 세인 등이 떠 오른다.
본디 총 맞아 죽어 가는 이의 땅인데 신앙의 자유를 찾아왔다는, 사랑을 전파하러 왔다는 이들이 동물 살육하듯 사랑을 저버리고 사람을 죽이던 그것을 미화 해 버린 곳이 되어 있구나.
언제인가 그들의 후손은 반성하고 깨닫고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선대의 잘못을 갚으려 노력하고 있다.
때 마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어린 나이에 환호하며 박수 치던 그 기분이 씁쓸하다.
언제 세상은 서로 사랑하며 아끼는 세상이 될까?
백년하청.
그러나 꿈은 있다.
송화를 보라.
역지사지
송화에는 힘있는 자가 없다.
힘 있는 자는 늘 겸손하다.
좋은 것은 늘 양보한다.
눈 있는 자는 송화를 보라.
귀 있는 자는 송화에 귀 기울이라.
차는 굽이진 휘트니 포탈 길을 씰룩거리며 내려 온다.
포장님 무선을 날린다.
갑자기 배가 아프니 괜찮다면 어디에 들려서 저녁을 먹고 가면 어떠냐는 건의다.
귀신 같은 써니님 벌써 검색이 끝났나 보다.
좋은 피자집을 천거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모였다.
포장님 건너편 가게에서 몬스터 20온스를 사신다.
배 아픈데 몬스터 먹으면 설사하는데, 모를 리 없다.
배가 아픈 게 아니라 졸음이 오는구나.
포장님 참으로 슬기롭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나는 놈 위에 수지 놈 있다.
피자 4판을 시켜 배불리 먹는다.
시간이 좀 이른 지 아직 피자가 남아 있다.
시간을 좀 더 끌어서 피로를 풀면 좋겠다.
승지님 한글의 우월성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일제에 의해 없어진 4자를 다시 찾아야 한 단다.
아래 아,
옛이응,
여린 히읗,
반치음
승지님, 독립 유공자의 자녀 답게 일제로 부터의 문화적 억압을 서러워하신다.
10월 9일이 한글 날이라 더 감회가 깊으리라.
듣던 기장이나, 옆에 있던 대감이나 누구나 주먹을 불끈 쥔다.
이렇게 좋은 한글을 우리가 되 살려야 돼.
기장은 포장을 친구로 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많지 않지만 포장을 소개할 때면 그를 걸백으로 소개한다.
걸백이라 함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란 뜻으로 기장이 제조한 말이다.
한글을 이야기하지만 굳이 한자로 쓰자면 傑伯이다.
뛰어날 걸짜에 몸 백자이니 신라 시대의 이두에서 따온 발상이다.
한글이 없을 때는 이두를 썼지만 지금은 이두를 쓸 필요가 없다.
한글은 세상의 모든 발음을 표시할 수 있다.
사라진 4 글자의 창제 원리를 깨닫고 활용한다면.
승지님의 결론이다.
아무튼 포장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미 다 배워 알고 있는 것이지만 용비어천가를 다시 들여다보고
한글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후대에 전해주리라 다짐한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만 할 일이다.
송화가 하면 안될 일이 있겠는가?
조금 내려 가면 Manzana 강제 수용소가 있다.
2차 대전으로 일본 사람들의 국수적 사고 방식으로 인해 선량한 일본인계 미국인 10여만명이 고통받고
비 인간적 대우를 받은 곳이다.
일본 사람들의 속성으로 보아 미국을 배반하고 일본을 편드는 일본계 미국 시민이 많았을 것은
지금 기장의 심정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남자면 누구나 불알을 달고 다닌다.
그 불알로 강간을 할 수도 있다.
강간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알 달린 자는 모두 잡아 한 곳에 가두면 강간 사건은 없어진다.
그때 미국 정부는 이 생각을 했다.
잘 못됐지만 일은 저질렀고, 그래도 나중에 깨닫고 그 고통 받은 사람들을 기리고 위령탑을 만드는 용기를 보였다.
일본도 그 아픔을 주었던 분들에게 사과하는 용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다면?
한글은 위대한 유산이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창제 문자다.
가장 과학적이다.
물론 세종대왕이 훌륭했지만 만 백성이 훌륭하다.
우리는 훌륭한 민족이다.
그 중 송화도 그런 사람들로 모였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고, 한글을 배우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글을 세계로 내보내면 된다.
한글로 자기 나라 말을 표기하겠다는 나라가 늘고 있다.
알파벳 가지고는 한글만큼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글은 한글에 비해 게임이 안된다.
한글을 말살하려고 했던 일본이 한글을 받아 자기들의 문명을 더 발전시키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그때 우리 후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글 쓰는데 불편한 것 있으면 말해,
도와줄 테니.
한글의 우수성을 안고, 차는 다시 집을 향해 출발한다.
나는 놈 위에 수지 놈이 있다.
아직 피로가 덜 풀리었나, 만성 피로일까?
포장님 고개가 갸우뚱한다.
가차없이 수자님의 넓디 넓은 손 바닥이 포장님의 뒤통수를 때린다.
정신 번쩍 들겠지.
기장의 임무는 띄우는 것이다.
비행기를 띄운다.
여행객들의 기분을 띄운다.
그런데 기장의 책무를 하려 들기도 전에 쑤지님 차안의 기분을 띄운다.
어느 누구도 졸거나 잠 들 수 없게 만든다.
웃음만이 폭발한다.
띄우는 데는 꼭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없는 말로 띄우면 큰 낭패를 본다.
반어법이 그렇다.
청개구리 화법이 그렇다.
맛있기로 한다면 반어법이나 청개구리 화법이 짜릿한 맛으로 맛 중에는 최고다.
쑤지님 사실 대로만 이야기하는데 왜 그리 웃음보가 터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장님은 깡쑤라고 부르신단다.
그러면서 대장님은 혜안이 있고, 사람 볼 줄 안다며 띄우는데 우리는 박장 대소를 안 할 수 없다.
남들은 내가 수줍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웃기는 걸 알면, 망한다고 하면서도 계속 웃긴다.
포장님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고개가 또 끄떡인다.
가차 없이 두들겨 맞는다.
한 두차례가 아니다.
두들기는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둘의 관계는 왕십리 똥파리 관계란다.
한 사람은 하왕십리에서 학교를 다녔단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그 학교 앞에 있는 성동 소방서 파수대를 볼 수 있는 곳에서 학교를 다녔단다.
그러니 우리는 뗄 려해도 뗄 수 없는 막역한 관계란다.
우겨 부치는 데에도 이유는 있어야 하니까
졸음이라는 똥파리가 꾀면 쫓아 버려야 한다면 파리 날린다면 포장님 대갈 님만 박살을 낸다.
2호 차에서 간간이 아름다운 여자의 음성이 들려 나온다.
써니님 목소린 가 귀 기우이면 아닌 것 같고, 연경표 꾀꼬리 소리도 아닌 것 같아서 물었다.
어느 목소리냐고?
그레이스님 이란다.
왜 그러냐 고 다그친다.
목소리가 예뻐서 물었다고 했다.
덧붙였다.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 쓰고, 아는 것도 많아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모노 레이크에서도 Spanish bloom과 Rabbit Brush를 구별해 주어서 많이 유익했다고.
그랬더니 깡쑤지 강짜가 나온다.
깡짜 부리는 통에 또 한번 차내는 웃음에 웃음이 폭발한다.
포장님 한 수 부족한듯 하지만 나는 놈은 나는 놈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에 서로 웃고 서로 배를 움켜지고 차는 그렇게 집에 가까워 가고 있다.
포장님 또 얻어 맞았다.
이번엔 포장님이 앙살을 하신다.
나 더 이상 왕십리 동문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콜,
선듯 받아들인다.
대신 내미는 카드가 신의 한수다.
나 살고 싶어.
나 좀 살려줘 하며 일격을 가한다.
졸면 나 죽어, 하면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순간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주유소에 도착해서 텅 빈 기름통을 채운다.
맞을 대로 맞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전해 온 포장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
기름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출발하던 설레던 순간이 떠 오른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오면서 트래픽이 증가해 도착시간이 자꾸 늦어진다.
결국은 약속 시간에 대지 못했다.
포장님도 집이 멀고 트래픽이 심해서 늦었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수지님, 포장님, 기장 그리고 집사람이 차에 올라 출발이다.
가면서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맥카페에 도착한다.
정답고 반가운 곳이다.
으레이 만나는 익숙한 곳이다.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포장님과 함께 함이 즐겁다.
수지님과 함께 하는 것이 처음이다.
처음이니 잘 보이고 싶다.
타고 보니 편가르기는 아니지만 우리 차는 Ham Member로 이루어 졌다.
영숙님, MSD(My Sweet Darling), QE님까지 합하면 꽤 큰 세력의 집단이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추호도, 조금도 쬐끔도 힘 쓸 생각은 없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좁은 차 내의 공간이지만 대화가 순조롭고 이해심이 높아 웃으며 간다.
수지님 너무 얌전해서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
기장은 원래 화통을 삶아 먹어서 목소리가 크다.
Coso Junction Rest Area에 도착한다.
새롭지만 낯익어 보이는 구조다.
대장님께 여쭤보니 아마 전에 이곳에서 쉰 적도 있을 거라 말씀하신다.
대장님이야 하도 많이 다니셔서 언제 누구와 쉬어 갔는지 기억하기 힘드시겠지
Inyo County가 시작되는가 보다.
Inyo County의 가볼 만한 곳 22곳을 안내하고 있다.
더러는 낯설지만 많은 곳이 귀에 익은 곳이다.
점점 눈에도 익어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승지님이 들려주던 시를 생각한다.
이곳에 와 보니 그 기분이 든다.
조금 더 차를 몰아 올라간다.
인디펜던스 카지노 주유소에서 주유를 한다.
여러 주유소가 있지만 가장 싼 곳으로 알려져 항상 이곳에서 주유를 한다.
사단이 나기 시작한다.
기장이 운전하는 모양이 이상하다.
마치 8000피트에서 나타나는 고소증이 나타난다.
무기력하고 판단이 흐려진다.
옆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지도 못하고 앞에 차만 쫓으러 들어가다 사뭇 충돌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집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차분하고 얌전한 수지님도, 포장도 목이 터져라 스톱을 외쳤다.
정신을 차리고 차를 길가에 세우고 운전수 교대식을 가졌다.
포장님이 운전대를 잡고서야 차내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웃음이 돌아왔다.
해지기전 사브리나 레이크로 가 단풍을 보고 가자는 대장님을 따라 아스펜 델리로 간다.
주차하기도 전에 별로 볼 것이 없다며 그대로 목적지로 향한다.
옆으로는 낭떠러지고, 비포장도로에 움푹 패인 곳이 너무 많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차를 들어 올렸다 내려 놓는 바람에 간이 철렁 떨어졌다 붙었다.
차체 밑의 카버에 균열이 생긴 모양이다.
168번을 따라, 395 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158번을 만나 꺾어져 June Lake로 향해 가니
목적지 Oh Ridge Camping Site가 나온다.
날씨가 차다.
이곳을 관리하는 데는 두 종류의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Ranger라 하는 사람은 공무원으로 급여를 받아가며 일하는데, Host and Hostess라는 사람은 자비를 들여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한 조가 되어 우리를 맞이하고 안내한다.
122번에서 125번 싸이트 4개를 배정 받았다.
타고간 차가 5대다 보니 한 대는 더불 파킹을 하게 됨에 따라 8불을 추가로 더 지불해야 한다.
한 싸이트에 2대까지 댈 수 있으나 초과되는 대수마다 8불을 더 내는 것이 규칙이다.
Fire Work을 위하여 Host가 제공하는 땔감을 8불을 주고 샀다.
대니님이 충분하고도 남을 양의 땔감을 가져 왔지만 대장님은 예의상 한 묶음 갈아주신다.
인사며 예의다.
세심한 배려에 대장님의 후덕함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밤새 기온이 20도 F로 내려간다며 수도 꼭지에서 물이 조금씩 흐르게 관리하라고 일일이 싸이트를 돌면서 안내를 한다.
물도 가깝고 화장실도 가깝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화장실이 난방장치가 되어 있어 물이 얼지 않게 되어 있다.
세상 살면서 화장실에 난방 장치를 하고 자동으로 온도를 점검해서 꺼졌다 켜졌다 하는 것 처음 보았다.
미국의 저력이다.
돈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
돈을 낸다 해도 실비에도 못 미친다.
텐트를 쳤다.
10인용 인 데도 매우 가벼워 혼자서 쉽게 칠 수 있었다.
아뿔싸
텐트에도 여름용 겨울용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텐트를 치고 보니 본체는 모기장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프라이어가 비를 막아주는 정도다.
찬바람이 세차게 몰려온다.
이미 기온은 30도 이하로 떨어졌다,
평소보다는 훨씬 더 탄탄히 준비를 하고 깔 판도 몇 장 더 준비했으나,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온 몸이 떨린다.
사시나무 떠는 모습을 감상하러 이곳까지 와서
나 자신이 이렇게 떨고 있을 줄은 몰랐다.
도리 없이 집사람은 차에서 새우잠으로 지새야 했고,
기장은 밤새 발을 비비며 몸을 틀면서 추위를 쫓아내야만 했다.
오죽하면 난방 된 화장실에 자리를 깔고 자고 싶었을까?
나는 양반이다.
양반이 얼어 죽어도 곁 불을 쬐일소냐.
얼어 죽겠다.
아침에 일어나니 고소증과 설친 잠 때문에 내가, 내가 아니다.
물통의 물은 얼어 있었다.
식사 당번들 언 음식을 녹이느라 애를 쓴다.
오늘은 Mono Pass Trail이다.
차 두대는 세워 두고 사람을 다시 나누어 3대만 출발한다.
6명이 내 차를 타고 간다.
그래도 내 차니 내가 운전해야 하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수지님 절대로 기장은 운전 할 수 없다며 제지한다.
대니님께 운전을 부탁한다.
대니님 어지간히 마음도 착하시지.
다리가 아파서 운전하기 힘들어 대감님을 차출해서 함께 온 사실을 잊고
승지님께 부탁하면 받아 주실 분인데 내가 패착을 해도 심하게 했다.
Little Lake Valley Trail Parking장에 차를 대고 산행이 시작된다.
몸 컨디션이 난조라 끝까지 못 갈 것 같다.
미지 언니가 후미를 차지할 것이고,
천천히 몸을 추스르며 갈 수 있는데 까지 가 보고
형편에 따라 결정하려는 계획을 마음에 품었다.
수지님이 뒤에서 이러 저러한 코치를 하신다.
뒤꿈치를 땅에 먼저 닿게 걸어라,
스틱을 의지해서 찍고 팔을 벌려 앞으로 나가라.
나는 착한 유치원생이 되어 시키는 대로 따라하며 올라간다.
코치가 좋아서 일까?
코스가 좋아서 일까?
이 코스는 어느 정도 경사지를 올라가면 힘든 만큼 평지를 내주어,
숨을 고르며 가게 해준다.
참 좋다.
내 취향에 딱 어울리는 코스다.
코스도 좋았지만 코치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점점 몸이 풀리고 이런 조짐이라면 끝까지 갈 것 같다.
수지님 덩달아 좋아한다.
대장님의 그 고약한 심뽀가 또 발동하신다.
이 트레일에 호수가 6개가 있는데 잘 기억해 두라며 설명하신다.
시험 본단다.
시험 본다는 데 좋은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포장 빼고,
Mack Lake를 며르치 호수라고도 일러 주시니,
뱀장어 호수도 기대해 보고 호수를 감상한다.
참 아름답다.
잔잔히 물결이 떨고 있다.
소녀의 마음처럼 떨고 있다.
은 사시나무 떨 듯 은파가 되어 떨고 있다.
가을 남자 내 마음의 떨림 인양 앙상블이 되어 화음을 맞춘다.
언제 쩍 떨어 본 마음이냐
하트 레이크는 정말 모양이 하트 모양이라 쉽게 외워져다.
박스 레이크를 지날 무렵 습지에 벼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천 쌀 하면 세계가 알아주는 쌀이다.
이천 쌀을 보며 자란 그레이스님 마치 벼논을 지나는 느낌이라며 고향을 그리신다.
그레이스님 벼 이삭을 닮아서인지 알면 알수록,
머리에 들면 들수록 벼 이삭과 같이 고개를 숙여 겸손하기만 하다.
그것은 벼가 아니고 피라고 일러주고 싶었지만
나도 이천 출신 닮아 알아도 아는 체 하지 않으려 그냥 참고 내 뱉지 않았다.
롱 레이크 호반에서 점심 상이 펼쳐진다.
맨 뒤에는 미지 언니가 있고,
조금 뒤편에는 대감님이 있다.
숨 고르기 이겠지. 뒤 편에서
혹시나 진사님 흉내 내는 것은 아닐까?
진사님 이번에는 완연히 뒤로 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써니님과 알콩 달콩 깨 방아를 찌며 오신다.
직장에서 야유회를 가면 뒤에 쳐져 알콩 달콩하다
청첩장을 보내오던 직원들이 있었지.
오늘 따라 그때 연인 사이를 숨기려던 그 직원들이 떠오른다.
점심을 끝내고 시간을 본다.
좀 넉넉하다.
여기까지 2마일 왔단다.
저 위엔 치킨 레이크가 있고 2.5마일을 더 가면 목표지점이란다.
수지와 그레이스 두 분은 올라갔다 오라고 하신다.
요 정도 거리에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을 알고 하시는 말씀이다.
배려다.
기장이 끼어 들어 쏘아붙인다.
우리가 2.5마일을 오고, 나머지가 2마일이라면
쉽게 휭하니 다녀 오라는 말이 일리가 있지만 그
반대를 쉽다 하면 어패가 있다고 딴지를 걸었다.
대장님 마음은 저 아래 미지 언니에게 있지 않는가?
그 마음이 존경스럽다.
대장님도 쉽게 기수를 돌리시도록 나름대로 배려의 딴지를 걸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하산이다.
2마일을 남겨 놓고 돌아서나,
2.5마일을 남겨 놓고 돌아서나
맨 뒤에 남아 돌아서나 50보 100보다.
주차장에 다다르기 얼마전 우리는 모두 함께 만났다.
씩씩하게 걷는 미지 언니가 부럽다.
운전대도 못 잡는 내가 부끄럽다.
다리가 불편한 대니님이 운전해 주신 것이 너무 고마워
이제는 몸도 풀리고 해서 기장이 운전대를 잡았다.
얼마 운전하지 않았는데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온다.
올라오면 피처는 강판이다.
또 다시 운전수 교체다.
못 말리는 기장, 그 실력으로 기장을 하다니
한심 하다며 집사람 입이 뾰루퉁 하다.
닷 발 나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무전기를 지참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캠프에 돌아와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는다.
짐 속 어딘 가에 있겠지.
잃어버리진 않았다는 확신은 들지만 지금 당장 내 손에 들지 못하는 내가 싫다.
결국 집에 와서 온 짐을 뒤지고 펼쳐서 찾기는 찾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다 훨씬 좋다.
그간 바람이 강하게 불었나 보다.
텐트를 덮고 있던 프라이어가 찢어졌다.
아무리 여름용 텐트라고 하지만 너무 약하고 허술하다.
집에 가자 마자 리턴하고 튼튼한 것으로 바꾸어야겠다.
오늘도 저녁은 푸짐하다.
그레이스 님이 갈비를 너무 잘 골라 부드럽고 맛있다.
양도 넘쳐나 매일 갈비 파티다.
시금치 국도 일품이다.
혜경궁의 된장국이 맛있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또 먹고 싶다.
저마다 한가지씩 해온 밑 반찬도 식사의 질을 높인다.
다양하게 높인다.
모두가 정성, 또 정성이 모여서 식탁이 풍성하다.
산사람님 물 당번에 쓰레기 당번,
당번이 아니어도 당번, 손발이 쉴 틈이 없다.
야영의 꽃은 캠프 파이어다.
대니님 싣고 온 장작은 추운 날씨를 녹이고 밤을 밝히고 별과 소통한다.
불가에 둘러 앉아 흥이 절로 난다.
한 곡 불러 본다.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야단들이다.
박수 부대의 공이 더 크다.
노래하면 진사 님이다.
화톳불을 활활 타오르고, 진사님 노래는 낭낭히 퍼져
어두운 밤, 별빛을 쫓아 날아간다.
승지님과 산사람의 도움을 받아 차 안의 뒤쪽 의자를 들어 냈다.
두 사람이 잘 수 있는 공간을 간신히 만들어 차 안에서 잔다.
또 밤은 깊어 가고 우리 부부 모처럼 한방에서 자본다
혜경궁이 전해준 수면제를 먹고 푹 잤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맞다.
푹 자고 나니 정신도 맑다.
서둘러 밥을 먹고 짐을 싼다.
떼어낸 의자를 혼자 힘으로 장착하지 못하고 또 다시 두 분의 손을 빌린다.
언제쯤 자기할 일을 자기가 할 수 있게 될까?
그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노력해야지!
집 사람 이런 내 모습이 못 마땅하다.
다시는 함께 캠핑 오지 않겠다고 쏘아붙인다.
수지님, 기장이 못내 애처러워 보인다.
업드리란다.
업드렸다.
살포시 와서 닿는 손길이 부드럽다.
엄마손표 따스함이다.
똥배를 문지드시던 할머니의 손길이다.
목덜미가 말랑 말랑해 진다.
굳었던 어깨가 펴진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모든 근심 걱정 피로가 다 사라진다.
화들짝 놀라 일어난 것은 그 다음이다.
누군가 종아리를 휘어잡고 찟이긴다.
양쪽 종아리가 동시에 찢어지는 것은
분명 두 사람이 동시에 짓이김이 분명하다.
돼지 살리라며 일어났다.
모두 박수 치며 웃고 있으니 어느 누구를 꼭 집어 탓할 수 없다.
평소에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 올라탄다.
이번엔 대장님이 나서 안된다고 하신다.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간다.
사브리나 레이크에 단풍이 아름답다.
South Lake도 참 아름답다.
대낮인 데도 고요히 잠자는 듯 하다.
조금 더 아름 다운 곳으로 가자
채색이 잘된 곳으로 가자.
June Lake Loop를 따라 실버 레이크 연변에서 단풍이 아름답다.
아스펜 단풍잎이 왜 노랗게 물드는지 대장님 설명이 이어진다.
잎은 여름에 초록색으로 무성함을 자랑한다.
염록소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염록소는 생성을 멈춘다.
초록색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카로티노이드 :노란색
안토시아닌 :붉은색
탄닌 :황갈색
크산토필 이 생성되어 이들의 배합 비율에 따라 색깔이 돋아난다.
이곳 비샆은 카로디노이드가 엽록소를 완전히 대신해 어느 곳 보다도 더 노란 단풍으로 유명해 진 곳이란다.
대장님 흠이 또 드러나는 점이다.
아는 게 너무 많아.
많은 것은 좋은데 너무 정확해.
하도 흠잡을 게 없으니 별 걸 다 흠잡고 있구나.
연경님은 아주 새빨간 단풍을 카나다 에서 언니와 함께 즐긴 기억이 머릿속 깊이 있다.
카나다 단풍은 엽록소를 안토시아닌이 완전히 덮어 씌운 단풍인게로구나.
늘 그때 그 감격을 그리며 산다.
이제는 노란 단풍도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 길 건너 많지 않지만 붉은 단풍나무 몇 그루가 있어
특별히 모시고 한 장 사진에 담아 카나다 감격을 되돌려 드리고 싶어라.
이제는 모노 레이크로
모노 레이크에는Tufa, Brine shrimp, Alkalin Fly가 있어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를 만든다.
물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는 곳이 없어 염수화 된 호수지만 사해와 달리 밑에서 담수가 샘 솟아 Algae가 살아갈 수 있고,
그 알개를 먹고 사는 수억 마리의 새우가 살며,
또 Alkali Fly가 있어 그 들을 먹는 새들이 수 백만 마리가 모여드는 먹이 사슬 관계를 형성한다.
화석에서나 볼 수 있는 생물; 고대 생물; Brine Shrimp가 살아 있는 곳이다.
역사의 빛을 돌려 백만 년 전 생물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노라니
지금 보고 있는 이 빛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모노 레이크를 떠나 Lone Pine으로 향한다.
기장 차가 문제를 일으켰다.
기장은 문제를 일으킨다.
해결은 늘 다른 사람이 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해결은 집 사람이 한다.
공치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순식간에 출장 수리 기사 대니가 도착한다.
깔판을 깔고 차 밑으로 들어간다.
뚝닥 뚝닥 소리도 없이 일어난다.
손을 툭툭 턴다.
해결했다.
공치사 한 마디 없다.
Lone Pine 으로
해 떨어지는 석양을 등지고 외로이 산기슭에 기울어진 소나무
보는 것 만으로도 고독을 느낀다.
먼 5000년전부터 지금까지 홀로 남아 있는 아주 오래 사는 소나무,
함께 했던 모든 생물을 뒤로 하고 혼자 남아 산 기슭을 지킨다.
꺾이고 비틀리고 부러진 틈에서 또 새순이 나서 자라는 소나무.
외롭다
그러나 오랜 이야기를 간직한 채 그 옛 이야기를 들어줄 그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
그곳 Lone Pine으로 간다.
그곳은 내륙에서 가장 높다는 산 휴트니가 자리하고 있다.
중가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산 식물; Bristle Pine이 있다.
Mono Lake에서, Lone Pine에서, Aspen 골짜기에서
옛날로의 빛을 쫒아 보았다.
그 색을 기억하리라.
휴트니를 배경으로 빛을 기억하려 Whitney Portal로 들어선다.
첫댓글 "잔잔히 물결이 떨고 있다.
소녀의 마음처럼 떨고 있다.
은 사시나무 떨 듯 은파가 되어 떨고 있다.
가을 남자 내 마음의 떨림 인양 앙상블이 되어 화음을 맞춘다.
언제 쩍 떨어 본 마음이냐
소녀의 마음처럼 떨고 있다."
기장님의 글 솜씨에 찬탄을 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기장님의 글을 보고 난 후에야 드뎌 옛날의 내 마음 대신 다시 은사시나무 떨 날이 찾아 올까? ㅋㅋ
잔잔히 물결이 떨고 있다.
易地思之 ㅎㅎ
기장님의 마음이 되어 생각 해 봅니다
"은 사시나무 떨 듯 은파가 되어 떨고 있다.
가을 남자 내 마음의 떨림 인양 앙상블이 되어 화음을 맞춘다.
언제 쩍 떨어 본 마음이냐"
서대장님!!
감사드립니다.
2박3일의 단풍캠핑!!
휘트니산 아래에서 이렇게 환상의 시간들을 시시각각 만끽하며 즐길수 있게 계획하시고또 저희들 모두의 길잡이로 끝까지 보살펴 주심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소통이 아니면 고통이라는데 송화님들의 시원한 소통과 찜쪄먹는
유머감각의 대화가 한층더 송화애를 짙게합니다...
휘트니산 포터를 들어서며 뉘리끼리 군데군데 퍼져있는 바위들은
마치 알래스카변의 바다사자들이 몰려와 웅크리고 있는듯한 모습 이 연상되고,
천국같은 그 잔잔한 레익들의 오묘함에,,,
너무도 신기한 6천여피트에서 3천여피트로
내려앉은 고성의 모습 을 띄우고있는 모노레익의 신비함 또한,, ,
휘트니산을 멀리 바라보며 떨림과 흥분의 맘을 다스려봅니다.
그와중에 세상에나 승지님!! 상징의 바위산 돌탑의 꼭대기를 로버트의 움직임으로 저벅저벅 직각으로 숨조리게 올라 포즈 한번잡아주고 다시 각도있는 스텝으로 로버트같이 내려오십니다, 긴장감과 성취감으로 그저 박수만 칠 수밖에 없었읍니다. 와우,,,
캠프화이어때 아름들이 통나무 통째를 통째로 굴려넣어 밤새 불꽃놀이 튀어가며 어깨쭉지 나가도록 굴리고 또 굴리며 태우는 대니님불꽃장사님!!
송화님 한분한분의 노력과 정성으로 장거리 의 캠핑여행 무사히 건강히 마칠수 있었고 새로움의 산우애로 돈독해짐이 기뻤습니다.
특히나 사모님께서 건강하신 모습으로 동참해주셔 더욱 뜻깊은 캠핑여행이었읍니다.
글귀마다
풍성하고 위트있는 지식으로 가득 채워주신
기장작가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송화님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