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 여성주의 담론이 보급되면서 방송뉴스 앵커 분야에도 조금씩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청자단체와 여성단체의 다양한 조사 결과, 여성앵커는 남성앵커에 비해 주변부 뉴스를 주로 맡는다는 것이 점차 통계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각도에서 여성앵커의 역할 문제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주어진 대본을 읽기만 하는 아나운서보다는 현장취재경험이 있는 여기자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쓸데없이 아나운서와 기자 간의 직종갈등만 부추기고 오히려 가장 중요한 논점인 성별에 따른 '나이차별'이 묻혀버리곤 한다.
남성앵커의 경우 보도국 차장급 이상의 40세 유부남이 맡는 것이 관례이다. 반면 여성앵커는 20대 후반의 미혼녀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여기자이든 여성 아나운서이든 직종에 관계없이 혼인과 나이에 대해서는 방송 3사의 뉴스 모두 똑같은 구도를 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MBC가 가장 극단적이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최일구(1960년생)와 최윤영(1977년생)의 나이 차는 17년이다. 또한 평일 뉴스데스크의 엄기영(1951년생)과 김주하(1973년생)는 무려 22살의 차이가 난다.
문화평론가 조흡은 방송에서 남녀 간의 성차별이 주는 궁극적인 목표는 뉴스를 이끌어나가는 강한 남성과 이를 보조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MBC 뉴스 앵커들의 20년 이상의 나이 차이를 감안해보면 부부관계를 떠올리기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꼭 그렇게 부부관계의 이미지로 비유하겠다면 본처라기 보다는 젊은 첩이라 말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앵커구도는 1987년 입사한지 한 달도 안 된 백지연 아나운서를 9시 뉴스 앵커로 기용한 MBC가 처음 시도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것이 성공하는 바람에 타 방송사 역시 모두 이를 모방했다. 그 뒤, 여성앵커는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늘 닮고 싶은 여성 1, 2, 3위를 휩쓸었다. 닮고 싶은 남성의 경우, 정치인과 기업인이 주를 이루고, 닮고 싶은 해외여성만 하더라도, 대처, 올브라이트, 힐러리 등 진취적인 여성이 꼽히지만, 유독 닮고 싶은 한국여성만 40대 유부남 옆에서 보조하는 젊은 미혼녀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방송3사에서 매일같이 보여주는 성차별적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방송사 간부들은 시청자들이 젊은 여성을 원한다고 항변한다. 이보다 조금 나은 경우는 아직까지 훈련된 여기자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점이긴 하다. 그러나 그들은 시청자들의 의식이 본인들 눈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똑같은 방송영역인 드라마에서 지난해부터 김희애, 황신혜, 유호정 등 성숙한 여성들이 브라운관을 서서히 장악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 역을 맡은 양미경은 신드롬까지 만들어내었다. 수많은 남성들이 양미경의 단아한 지적인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원숙한 여성이 주는 안정감에 눈을 돌리고 있다.
MBC는 주말뉴스의 시청률이 떨어지자, 어리고 예쁜 최윤영 아나운서를 긴급히 앵커로 올려보냈다. 또한 기자로 직종을 바꾼 김주하의 첫 뉴스에 그녀의 모습을 무려 6번의 풀샷으로 잡는 이상한 편집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뉴스라면 김주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직종변경이 되었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 일이다. 예쁜 여성이 없으면 보지도 않는 그런 수준의 뉴스를 무엇하러 보도하는지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훈련된 여기자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오랜 동안 뉴스프로를 진행한 경험많은 여성아나운서는 각 방송사마다 있다. 이들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TV에 나오지 못하고 라디오에만 머물러 있다. 여성앵커의 성차별구도는 기자와 아나운서 간의 직종간의 대립이 아닌 철저히 '나이차별'에 있었던 것이다. 경험이 쌓여서 보다 신뢰성있는 멘트를 할 수 있을 때쯤 되면 "'너 나이가 많아 시청자들이 네 얼굴 보기 실어하니 뉴스 그만해!" 이런 반인권적 작태를 벌이는 나라에서 무슨 남녀평등을 이야기하겠다는 말인가? 도대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여성부는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25살의 나이에 9시 뉴스 앵커를 맡은 KBS 황수경 아나운서는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하면 훨씬 잘할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움을 표한 적이 있다. 아버지뻘 되는 남자 옆에서 보조하는 어린 여자 대신에, 경험 많은 중년의 여성이 남성앵커와 대등한 관계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길 원하는 시청자들의 권리도 있는 법이다
또한 특정 성에게만 나이와 외모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고용에서의 차별금지를 규정한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안 제2장 3조에 위배되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알려둔다.
첫댓글 동감하는 생각이다.. 정말.
저도 항상 의아했습니다.. 딸과 진행을 한다...ㅋㅋ 남자 앵커와 여자 앵커가 거의 아버지와 딸 수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