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대표자이자 <갈매기>, <벚꽃동산> 등 수많은 명작 희곡으로 널리 알려진 안톤 체홉. 자신의 창작활동 전 기간동안 꾸준히 단막극을 발표했던 체홉은 장막극에서와 마찬가지로 단막극 속에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예술혼과 주제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체홉은 인간의 평범한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거기서 인간존재의 답을 구하려고 했던 최초의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체홉은 일상이라는 껍질에 가려진 인간의 삶의 본질, 인간의 참 모습을 웃음과 눈물, 연민과 비판, 감정동화와 객관주의, 멜로드라마와 자연주의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희곡 세계 속에 창조하였다. 작가의 초기작인 <청혼>과 <결혼 피로연>은 평범한 주인공들을 무대에 등장시켜 일상적이고 사소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일상의 슬픈 희극성','웃음을 통한 눈물'을 그려내는 작가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3년 극단 파크의 <청혼 그리고 결혼 피로연>
극단 파크의 네번째 공연 <청혼 그리고 결혼피로연>은 안톤 체홉의 단막극 <청혼>과 <결혼 피로연>을 '결혼'이라는 공통 분모로 엮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인생 전환의 순간이며 동시에 또다른 현실로 가는 길인 결혼.
작품 속에서 청혼과 결혼 피로연이라는 엄숙하고도 긴장된 상황은 극중 인물들을 통해 보여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들로 인해 경쾌한 웃음으로 재탄생된다.
등장인물들간의 사소한 말다툼, 혼란과 모호함이 뒤섞인 허풍적이고도 지극히 일 상적인 대화들로 인해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가 작은 해프닝으로 전락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조악하고 황량한가'를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바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에 불변의 이슈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때에나 어느 곳에나 인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작품이 쓰여진 시기와 지금의 공연 사 이에 존재하는 100여년이라는 시간은 작은 쉼에 불과할 것이며, 그 작은 쉼조차 뛰어넘는 작품 고유의 힘과 재치를 <청혼 그리고 결혼 피로연>을 통해 인생의 참된 진실을 찾는 새로운 풍자와 웃음의 매력으로 빚어낼 것이다.
작품내용
조용한 농가에 한 남자가 조심스레 등장한다.
그는 이 집의 딸 나딸리아에게 청혼을 하러온 옆집 노총각 야찌.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오히려 싸움만 하게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결혼 허락을 받아내는데, 이때 등장하는 새로운 남자 아뽈롬보프…
결혼 피로연장.
그렇다면 과연 신랑은 누구일까???
떠들썩한 피로연장엔 초대받은 손님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화와 술이 끊이지 않고, 급기야 장군이라 불리는 사나이의 출현으로 일대 소동이 벌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