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3. 만우절특사

[구리오돈(맹수호)]

4월1일 05:25분 닭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어제 새벽 2시까지 뒤척이다가 잠든 것 같다.

일단 엉덩이로 손을 가져 가 보니...다행이 아픈데는 없다.

어제의 두려웠던 아픈기억을 잊고 오늘부터라도, 여행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날아갈듯 기쁘다.

오늘은 만우절!

거짓말처럼 나는 지금 하노이에서 아침을 맞이하였다.

정말 소름끼치도록 거짓말같은 현실앞에 몸이 파르르 떨린다.

Chan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지난 밤 나의 오해를 알게된다면...과연 나를 용서할까?

자고있는 Chan을 뒤로하고 고양이걸음으로 방을 나선다.

1층으로 내려가니 허걱!!!

직원들이...1층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고있네.

아주 확실한 보안이다.

문 잠그고 문앞에 직원들이 바닥에 누워 자고있으니, 어떤 간 큰 도둑이 여길 들어오겠는가?

때마침 웬 여인이 택시를 타고 왔는데, 우리호텔앞에 내려서 들어오길 원하는 듯 보였다.

이 상황에서도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난 역시 참 운이 좋다.

직원들 깨우고, 얼떨결에 일어난 사람들 잠근 문을 열어준다.

야호~~~ 하마터면 우두커니 앉아있을 뻔 한 상황에서 기적적인 외출.

아직 깜깜한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바쁘게 다닌다.

맛집이라고 메모 해 둔 집에 가 보았는데, 아직 개시 안했나보다.

한국에서는 매일 3~4시면 일어나는 관계로 이시간은 내가 한참 깨어있을 시간이다.

이 어두운 거리에 다들 날 본체만체 지나가는데...

웬 아주머니 한분이 반가운 웃음으로 내게 다가온다.

커다란 빵 보따리를 들고계시던 분이었는데,

"아이구 총각, 아침부터 배고프지 내가 빵 줄테니 맛나게 먹어" 라고 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베트남은 엣날 프랑스의 침략을 받았고, 프랑스인들이 그들의 고급 제빵기술을 가르쳤기에 빵맛이 끝내준다는 정보를 알고있었기에 더욱 그랬나보다.

이 아주머니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빵을 선뜻 건네준다.

그러더니 치즈를 꺼내는데...내가 좋아하는 래핑카우치즈다.

15년전에 유럽여행 때 아주 즐겨먹던 치즈이고, 국내에서는 요즘 서울우유가 만들다보니 예전 그맛이 그리웠는데...

이 또한 엄청난 횡재 아니겠는가!

원통형의 큰 치즈를 내밀자, 나는 너무 많다고 두개만 먹겠다 했고, 이 아줌마 큰 치즈를 뜯는다.

그런데...

북~~~ 하고 찢는 그 소리에 제 정신이 돌아왔나보다.

이걸 뜯는 동시에 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빵이야 비싸면 안먹으면 되는것인데...

새 치즈를 내가 두개만 사겠다고 해서 뜯었으니, 비싸게 불러도 먹어야 하는 상황 아니겠는가.

이 아주머니 얼마냐고 묻는 내 말에 "포티"그런다.

빵 두개랑 치즈 두개인데, 4만동이면 너무 비싼 것 같고 해서 "익스펜시브"그러면서 1,000동짜리를 내밀어보니 영어도 못하고

순진하기만 한 줄 알았던 아주머니가 "Show me the money" 를 외친다. (무슨 스타크래프트 혼자하는것도 아니고...)

얼떨결에 갖고있던 잔돈더미를 보여주니 5만동짜리를 채간다.

내가 다시한번 익스펜시브를 외치자, "오케이 써리."그러면서 2,000동짜리 지폐를 거슬러준다.

잠깐...

이거 맞는건가?

일단 빵이랑 치즈는 받았는데...

"내가 50,000동을 주었는데, 30,000동에 해주는거면...20,000동을 줘야하는 거 아닌가? 이 아주머니가 잘못 잔돈을 주었구나."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니.

허걱!!!

이 아주머니 엄청난 무술의 소유자이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셨다.

사거리의 이쪽저쪽 다 둘러봐도 없다.

홀 연 히 !

글쎄...

난 만우절 아침에...

만우절 기념으로...

베트남 순진한척 하던 아주머니에게 제대로 속았다.

어쩌겠는가...만우절 기념으로 한국을 대표해서 베느남을 대표한 아주머니에게 제대로 속아주었다 생각하며 우걱우걱 바께트빵을 씹어먹는다.

48,000동(2,880원)이면 한국에서도 사먹을 수 있는 돈이긴 한데... 그래도... 맛은 참 좋았다. 라고 쓰고싶다.

평화로운 호수의 아침.

느긋한 사람들.

에어로빅 하시는분들 발견.

나도 열심히 따라하는데...

나는 이 언니들 구경하고, 이 언니들은 나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그런데, 이 언니들 너무 잘하신다.

한 5분 따라하다가 지쳐서 포기.

뒤에서 멀찌감치 따라하시는 적극적이지 못한분들도 계시고...

원더걸스의 노바디 한국어 틀어놓고 열정적으로 하시는데...내가 하는 에어로빅보다 한수 위다.

따라하기 도전도 못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여기는 수상인형극 극장.

하노이에 일주일가량 있게되는데도, 하롱베이랑 사파가느라 이 유명한 걸 못보고 가는구나.

아마...별 볼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 해 본다.

호텔에서 제공된 아침식사.

뷔페식인데, Chan은 별로였다고 했지만...내 입맛에는 이정도 음식도 황송하다.

새벽에 바께트빵 두개나 먹었지만, 그래도 난 두 번 먹었다.

왠지 한 번만 먹으면 정 없는 것 같아서...ㅋㅋㅋ.

밥을 다 먹고...하롱베이에 가기위해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를 데리러 올 차를 기다린다.

앞건물에 보니...오홋~~~

예쁜 치마입은 언니들이 오토바이 타고 출근하네.

언니들이 오토바이 타는 것만도 신기한데, 이렇게 예쁜 치마를 입고 예쁜 마스크에 예쁜 헬멧까지 갖춰입고 탄다.

오토바이는 경비아저씨가 하나하나 지하실로 발렛파킹시켜주시고, 언니들은 2층 사무실로 올라간다.

우리를 태우러 오는 차가 늦네.

다른사람들 다 태우고 올껀가보다.

일찍부터 타면 시내구경도 하고, 좋은자리도 맡고 일석이조인데...

이게 뭘 마시는 건지 모르겠지만...아침부터 쪼그리고 앉아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내 눈에는 좋게 안보인다.

차가 도착하였고, 서양인들로 꽉 찬 차안에 Chan과 나만 한국인이다.

우리는 하롱베이를 향해 출발했다.

하롱베이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된다...쭈욱~~~

[따지에]

와!!...
감칠맛과 현장감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멋진여행기입니다 ;;^^
담편을 무척 기달리는 1인으로 ~

[구리오돈(맹수호)]

칭찬 감사합니다. 내일을 기대 해 주세요~~~

[뚱뚱한 늑대(한 상훈)]

항박거리 군요 여기 케밥이 맛나는데 입구에 하나 중간에 하나 밤에 야시장도 좋아요 먹을것도 많이 있고... 서양 사람 들도 많이 오고 특히 호주에서 많이 오는듯...

[구리오돈(맹수호)]

맞아요~~~ 제일 많이 만난사람이 호주사람이었어요. 케밥은 안먹어봤네요. 바께뜨빵만해도 너무 맛있어서...다음에 가면 케밥도 먹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