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돈 주앙＞... 2005 파리 실황

[서푼짜리오페라]

<2005 파리 실황 / 130분 / 한글자막> 

돈 주앙의 전설

돈 주앙(Don Juan)은 14세기 스페인의 전설적인 호색가로, 스페인의 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의 희곡 <세비야의 호색가와 돌(石)의 초치객>(1930)에 의하여 비로소 전설로부터 나와 문학상의 캐릭터로 정착하였다. 돈 주앙이 여러 여성과 겪은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한 애정행각은 많은 소설이나 연극의 흥미로운 제재로 쓰여졌다.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몰리에르의 <돈 주앙>을 비롯하여 몰리나의 <세비야의 호색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바이런의 서사시 <돈 후앙>이 있으며, 그 외에도 브레히트, 호프만, 메리메, 슈트라우스, 키에르케고르, 피트 한트케, 밀란 쿤데라 등 많은 작가.작곡가들이 작품 속에서 돈 주앙을 다루었다. (돈 주앙은 프랑스식 발음이며, 그의 본적인 스페인에서는 돈 후앙, 오페라에서는 이탈리아어로 돈 조반니로 불린다.) 몰리에르는 희곡 <돈 주앙>에서 17세기 당시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남성 자유연애' 사상을 펼쳤다. "나는 사랑의 자유를 원해. 나의 마음은 모든 여자들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마음을 차례대로 갖고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여자들의 몫이지"라고 말하는 돈 주앙은 동물적 본성을 바탕으로 사랑의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인물의 전형이었다. 자기를 바람둥이라고 항의하는 여자에게는 "화가는 수많은 그림을 그려본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명작을 만들 수 있는 법이오"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거울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만 개의 아름다운 얼굴이 내 마음을 원한다면 만 번이라도 나는 기꺼이 내 마음을 주겠어"라고 외치며 비장한 얼굴로 여심(女心)을 향해 진격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화려한 언변술 너머에 비장한(?) 사명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뮤지컬로 각색한 환상의 무대

이 공연은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 초연 당시 3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고, 2005년 2월 파리 공연에서도 매진 사례를 낳았다. 이 영상은 총 2막, 130분 동안 지속되는 지난 투어 공연 실황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연출은 <노트르담 드 파리>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 질 마으(Gilles Maheu)가 맡았고, 싱어송라이터 출신으로 현재 프랑스에서 국민가수로 칭송받는 펠릭스 그레이(Felix Gray)가 작사.작곡을 담당했다. 강렬한 태양이 넘실거리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세비야를 무대로 펼쳐지는 펠릭스 그레이의 주옥같은 음악은 프렌치 팝, 플라멩고를 중심으로 락, 전통 샹송이 오묘하게 조화되어 있어 드라마틱한 흐름을 전면에서 이끈다.

이 공연에서 7명의 주연 배우와 스무 명이 넘는 앙상블들은 쉴 새 없이 노래와 춤을 선사하고 있으며, 클럽 장면에서는 4명의 스페니쉬 라이브 밴드와 가수(치코 카스틸로)가 등장해 독립된 스페니쉬 공연을 보여주고 있어서 전체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러운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돈 주앙 역의 장 프랑수와 브로는 호리호리한 체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발성과 자신감에 가득 찬 연기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돈 카를로스 역의 마리오 펠샤의 저음의 유려한 목소리는 극 전체의 안정감을 더해주는 중심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의 최대의 히트곡은 돈 주앙이 마리아와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 기쁨을 노래하는 '난 새로워졌지(Change)'지만 뭐니뭐니 해도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극적인 하이라이트는 아이러니하게 설정된 이중창 곡을 부르는 장면들이다. 가령 사랑의 환희와 고통을 각각 상반되게 표현하는 마리아 역의 마리 에브 장비에와 엘비라 역의 신디 다니엘(앞서 발표된 음반에서는 앤 셀린 로페즈가 녹음했다)의 이중창 '한 사람을 사랑해(Deux a aimer)'라든지 각자의 사랑을 잃어버린 엘비라와 라파엘이 부르는 이중창 '우리를 위해 복수를(Venge-nous)', 마리아를 사이에 두고 결투를 벌이는 돈 주앙과 라파엘의 이중창 '새벽의 결투(Deul a l'aube)'에서는 안타까움이 극적으로 나타나지만 배우들의 힘은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질 마으가 직접 디자인한 무대 역시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모던하게 처리된 달, 석상의 디테일한 처리, 프로젝션의 적절한 사용, 무대 운용에 있어서도 회전무대를 활용한 순간적인 공간 이동과 클럽의 비주얼한 이미지의 다양한 변화는 장면마다 최상의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극장 뮤지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대극장만의 큰 스케일의 매력에 보는 사람을 흠뻑 젖게 만든다.

캐릭터와 줄거리의 재배열

연출가 질 마으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어 <돈 주앙> 역시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획득한 웰메이드(well-made) 뮤지컬로 각색하는데 성공했다. 돈 주앙이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캐릭터와 시놉시스를 떠올려보면 이 공연은 고전을 각색한 뮤지컬들이 통상적으로 행한 특유의 축약과 재편성의 과정을 거쳐서 그야말로 볼거리 넘치는 '춤추고 노래하는 스펙타클 쇼'로서 완벽한 변신을 이루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령 <돈 조반니>에서 돈 주앙을 충실히 따르는 하인 레포렐로와 그가 사랑을 얻으려고 애쓰는 시골처녀 체를리나를 통해 볼 수 있는 당시의 신분 사회가 뮤지컬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인 레포렐로는 친구 돈 카를로스로 바뀌었고 시골처녀 체를리나는 조각가 마리아로 바뀌었다. 즉, 신분의 차이를 희석함으로서 돈 주앙이 여성을 유혹하는 능력이 신분의 우위에서 나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보다 인간적인 매력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돈 조반니>에서는 죽임을 당한 돈나 안나의 아버지 석상(石像)이 작품 내내 주는 중압감이 컸고 그 석상이 행하는 심판으로 말미암아 돈 주앙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천벌을 받는다는 종교적, 추상적,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마리아의 연인 라파엘과의 결투에서 죽는다는 인간적, 직선적, 개인적인 결말을 택했다. 이는 돈 주앙 캐릭터가 역사적으로 반영해 온 자유주의에 가까운 정치적 성향을 최대한 걷어냄으로써 보고 즐길 수 있는 뮤지컬적인 해결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보기 어려운 해피엔딩 분위기의 별도의 커튼 콜(전 출연자가 함께 앵콜 곡을 부르는 장면)을 배치함으로서 비극을 완화시키고 있다. 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도 보여지는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엔딩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사실 음악을 드라마의 진행에 깊숙이 연관시키고자 하는 영.미권 뮤지컬에 비해서 캐릭터의 관계와 그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개별 곡들로 나열하고 세련된 비주얼과 함께 포장해서 내어놓는 방식은 프랑스 뮤지컬이 가진 독특한 특성이다. 이는 알렝 레네 감독의 프랑스 뮤지컬 영화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 On connai la chanson, 1997>에서 배우들이 기성 샹송을 활용해 아무렇지도 않게 인서트로 립싱크 처리를 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주었던 것처럼 프랑스인의 핏속 깊이 흐르는 그들만의 기호이기도 하다.

돈 주앙 보너스 영상

함께 수록된 4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질 마으, 펠릭스 그레이, 제작자들 그리고 주요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컨셉 수립에서부터 오디션, 리허설, 음반 레코딩, 공연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까지를 흥미롭게 엿볼 수 있다. 또한 보너스 영상으로 현대적으로 각색된 뮤직비디오가 두 편 포함되어 있다. 돈 주앙이 클럽에서 부르는 솔로 곡으로 자기의 매력에 넘어가는 모든 여자들과 밤새 쾌락을 느껴보겠다는 오만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장면의 '쾌락(Du plaisir)'은 그 배경을 현대의 클럽으로 옮겼다. 마리아와 돈 주앙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장 '난 새로워졌지(Change)' 역시 길을 가다 이방인과 어깨를 부딪히는 바쁜 도시를 거니는 현재의 선남선녀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시놉시스

Act 1

그의 이름은 돈 주앙(Don Juan).

그 어떤 여성도 이 젊은 스페인 귀족의 매력을 뿌리칠 수 없었다.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귀족 청년 '돈 주앙'은 모든 여성이 그에게 빠져들 만큼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여자를 쾌락과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정혼녀인 엘비라까지 버린 채 끊임없이 순간의 정열을 쫓아 방황한다. 진실한 친구 돈 카를로스, 이사벨, 그리고 그의 아버지 돈 루이스는 그의 곁에서 늘 충고하지만 돈 주앙은 어떠한 후회나 동정도 느끼지 못한다.

어느 날 밤, 돈 주앙은 존경받는 기사의 딸을 유혹하고 기사와 결투를 벌여 그를 죽이고 만다. 육체적인 기쁨만을 좇아 방탕하게 살아 온 돈 주앙에게 죽은 기사의 저주가 내려지는데, 그 저주는 다름아닌, '사랑'. 기사의 동상 앞에서 우연히 조각가 마리아를 보고 돈 주앙은 생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간다.

Act 2

돈 주앙과 마리아의 사랑은 깊어가고,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돈 주앙의 마음은 마리아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을 느낀다.

한편, 자기 삶의 오직 한 여자, 마리아만 바라보며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인 라파엘은 전쟁터에서 돌아와 돈 주앙과 사랑에 빠진 마리아를 보고 절망한다. 돈 주앙의 청혼에 수녀가 되기를 포기한 엘비라도 제어할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라파엘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결국, 돈 주앙과 라파엘은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사이에 둔 결투를 벌이게 된다.

비오는 새벽, 세비야의 거리가 술렁거리며 돈 주앙과 라파엘의 결투가 시작되고 결투 도중 스스로 칼을 놓아 라파엘의 칼에 최후를 맞이하는 돈 주앙. 마리아와의 관계를 통해 그는 그 순간,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 대해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었다고 느꼈던 것일까.

Acte 1
1. Intro(Felix Gray)
2. Un Grand Homme Est Mort(Felix Gray)
3. L'homme Quia Tout(Felix Gray)
4. Coeur De Pierre(Felix Gray)
5. Mon Nom(Felix Gray)
6. Dis-Lui(Felix Gray)
7. Dites-Lui(Felix Gray)
8. Un Message De Ton Pere(Felix Gray)
9. L'Apparition Du Commandeur(Felix Gray)
10. Mon Fils(Felix Gray)
11. Les Fleurs Du Mal(Felix Gray)
12. Du Plaisir(Felix Gray)
13. Vivir(Felix Gray)
14. Belle Andalouse(Felix Gray)
15. N'As-Tu Pas Honte(Felix Gray)
16. Les Femmes(Felix Gray)
17. Reste Encore(Felix Gray)
18. L'Amour Quand Il Vient(Felix Gray)
19. La Statue Du Commandeur(Felix Gray)
20. Statue De Pierre(Felix Gray)
21. Aimer(Felix Gray)
22. Le Sang Des Soldats(Felix Gray)

Acte 2
1. Les Amoureux De Seville(Felix Gray)
2. Changer(Felix Gray)
3. Qui ? (Felix Gray)
4. Je Pense A Lui(Felix Gray)
5. Deux A Aimer(Felix Gray)
6. Venge-Nous(Felix Gray)
7. Seulement L'Amour(Felix Gray)
8. Maria(Je Le Tuerai Pour Oa) (Felix Gray)
9. Jalousie(Felix Gray)
10. Demain A L'Aube(Felix Gray)
11. Pourquoi Le Bruit(Felix Gray)
12. Pitie Pour Personne(Felix Gray)
13. Les Anges(Felix Gray)
14. L'Enfant Du Diable(Felix Gray)
15. Seul(Felix Gray)
16. Tristesa Andalucia(Felix Gray)
17. Duel A L'Aube(Felix Gray)
18. Je Meurs D'Amour(Felix Gray)
19. Don Juan Est Mort(Felix Gray)
20. Saluts(Felix Gray)
21. Rappel : Changer(Felix Gray)

Bonus

Les Clips "Du Plaisir "
Et " Changer "
Les Fiches Interactives
Le Making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