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년 12월 9일 농촌교육 활성화 방안에 관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조춘기도교육위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2)지난 9일 저녁 7시부터 해남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 갖기로한 가칭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에 출발했다.
작년 3월초에 학생 2명이었던 초미니 분교로 통폐합 대상이었던 분교에
뜻있는 한 분의 교사가 부임해옴을 계기로
도시와 읍내 학교로 떠나갔던 학생들이 되돌아오고,
입소문으로 전해들은 타지역 학생들이 전입해 와서 금년에 19명으로 불어났다는
기적 같은 학교의 현장을 방문해서 그 사례를 직접 보고 듣고 싶어서
바쁜 일정을 제쳐두고 참석하기로 나선 것이다.
오후 3시경에 해남읍에 도착하여 김종분 전도의원에게 전화했더니
마침 군청 앞 광장에서 무의탁 노인들에게 전할 김치를 담구고 있는 중이었다.
잠깐 들렸더니 YMCA회원들 십여명이 봉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삭막해져 가드라도 이처럼 봉사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래도 인정이 마르지 않는 살만한 세상인 것이다. 격려 인사를 하고 용전분교로 향했다.
교문으로 통하는 진입로가 유난히 좁고 정리되지 안해서 마치 폐가를 찾아가는 길목 같았다.
분교로 격하되기 전 본교로서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의 진입로가
이렇게도 좁고 굴곡이 심할 수가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문을 들어서니 운동장과 교정의 수목들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데
본교였던 학교라서 본관 건물 이외에 급식실,창고,관사 등 10여동의 건물이 있는데
모두들 낡아서 우중충하고 어수선하게 보였다.
마침 수업을 방금 끝낸 두 분(한은정,김재남) 선생님이 계셔서
지금까지의 실천 과정을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오전에는 주로 주지교과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음악와 미술을 중심으로
특기.적성지도를 해서 금년도에 군내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과를 거양했다고 한다.
또한 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그들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해서 지도하다보니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고, 교사에 대한 신뢰감이 두터워져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친구와 이웃을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이 형성되어
학생 모두가 친형제처럼 정으로 뭉쳐서
학교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즐거운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민과 교회가 나서서 우리 지역 학교를 되살리자는 의욕으로 가득차 있다고 한다.
두 분 선생님의 실천사례를 열심히 듣고 있는 중에, 학부모가
내년에 1학년에 입학할 여자 아이를 데리고 입학 상담차 들어왔다.
아버지는 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파리특파원을 지낸 엘리트이고
어머니는 궁중요리 전문가인데 하나뿐인 딸의 교육을 위해서
여러 학교의 교육 내용을 검토하다가 이곳 분교의 교육활동 내용을 전해 듣고
이 학교에 입학시키기로 작정하고 사전 답사차 찾아왔다는 것이다.
자기 집 이웃에 학교가 있는데도 승용차로 편도 40분 가까이 소요되는 원거리에 있는
이 학교를 선택한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배려와 결단이 돋보였다.
뜻있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믿고 맡길만한 학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우리의 학교교육이 그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해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실은 교사들의 노력으로
비교적 교수.학습자료가 잘 갖추어지고
환경도 깨끗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은 2층 교실과 부속 건물들은
누수 등으로 천장과 벽체가 손상되는 등 많이 낡아있었다.
꿈 같은 생각이지만 싹 쓸어버리고
동화 속의 그림처럼 예쁘게 단층 건물로 신축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농촌의 시범학교 모델링이 되도록.
5시 경에 "새터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신기교회로 갔다.
20여명의 학생들이(본교 학생들 중에서도 일부가 이 공부방에 다니고 있음)
책걸상이 준비된 널찍한 방에서 보충학습을 하고 있고,
다른 방에서는 10여명의 학생들이 플룻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벽촌 학생들이 플룻 연주 지도를 받을 수 있다니 신기하게 보였다.
일부러 들려 준 1,2학년 학생들의 독창,중창,합창의 수준도 보통이 아이었다.
뒤쳐진 학생이 없이 모든 아이들이 타고난 자신의 재능을 한껏 키워가는 교육이
바로 이곳 분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훌륭한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열정을 쏟고,
교회에서는 공부방을 개설하여 보충학습과 특기 지도를 하니
학생들이 모여들 수밖에.
미래 우리 농촌 교육의 성공 모델이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농촌의 노인들을 위해서 노인복지시설인
"새날을 여는 집"을 개설하여 노인들의 간단한 질병치료와
휴식공간 제공 및 여가선용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민 모두가 함께 하는 지역공동체 운영을 시도하고 있는
박 목사의 이상이 대단하였다.
저녁 식사는 교회에서 무농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야채 중심의 식단으로 했다.
된장국이며 숭늉 등이 예전 어릴적 고향의 맛을 느끼게 했다.
7시 경에 모임 장소인 해남장애인복지관으로 갔다.
조그마한 강당에 20여명이 모였다.
도의회 교육사회위원으로 교육 문제에 깊은 관심과 염려를 많이 하고
참신한 대안을 자주 제기해서
내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존경했던 김종분 전도의원과
박철환 군의원,장우광 운영위원장,정승민,변남수 선생님,오승국 장학사,
용전부락 노인회장,이장,학부모 등이 참석해서
학교를 되살리기 위한 의견들을 진지하고 진솔하게 제기했다.
가끔 농촌의 작은 학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지원 미흡 등을 들어
교육행정 당국을 원망하는 의견들도 쏟아져 나왔다.
나는 오늘의 모임에서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듣기만 하려고 했는데,
회의 진행 분위기가 교육행정 기관의 고충을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내용의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교육행정을 여러 해 담당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농촌 학부모들의 간절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지금 같은 추세로 학생이 늘어난다면,
내년도에는 30~40명으로 증가할테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타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의 통학 문제, 급식비 부담 과중,
우수교사 확보, 시설환경 개선 등 지역민들의 자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들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다 보니 9시 30분이 되었다.
모두들 할 이야기는 많은데 시간이 부족함을 아쉬어하며
다음 기회에 또 모임을 갖기로 하고 끝냈다.
학교 교육이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통해 충실하게 운영되어서
농어촌 주민들이 적어도 자녀교육 때문에
정든 고향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곳 용전분교의 교육 사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해남을 출발했다.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집에 도착하여 조금 피곤했지만
뜻있는 모임에 참석했음에 흐뭇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