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례 – 유다인의 흔적
유다인이 세상에 태어난 후 가장 먼저 경험하는 것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표로 ‘할례’를 받는 것이다(창세 17,10-14 참조). 곧 유다인은 할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몸에 지니게 된다.
이때 할례 예식은 가능한 한 10명의 유다인 성인이 모여서 시행한다.
할례는 공동체적 행사로, 최소한 10명의 유다인이 모여야 공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은 할례를 중히 여기며 그 시행 날짜를 엄격하게 준수한다.
가령 모든 일이 금지된 안식일이라 할지라도 할례만큼은 반드시 시행한다.
할례 전날 밤에 식구들과 친지들이 모여 과일과 마실 것으로 축하 파티를 열며, 이날 부모는 밤새 성경을 읽는 풍습이 있다. 이같이 하는 까닭은 자신의 아이가 하느님의 백성이 됨을 기념하는 거룩한 밤이기 때문이다.
딸을 낳았을 경우에는 할례를 베풀 수 없지만 출생에 대해서는 축하해 준다.
그리고 딸이 태어난 지 한 달 후에는 아버지가 손님을 초대하여 아기의 이름을 세상에 공표하고 잔치를 베푼다.
할례를 통하여 유다인들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는 흔적을 평생토록 자신의 몸에 지니고 살아가게 되는데, 그들은 이 흔적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흔적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외적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흔적(할례)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례를 통해 하느님께로부터‘물과 성령'으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인호를 받은 것, 곧 우리 영혼에 하느님의 사랑이 각인되는 것이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영혼의 흔적을 간직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할례의 진정한 의미는 외적 형식에 있지 않고 오직 사랑으로 표현되는 믿음에 있다는 것(갈라 5,6 참조)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께서 받은 고난의 흔적을 자랑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밖에는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갈라 6,14)
- 김지영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