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녹즙 ‘유기농 케일녹즙’
꽃남보다 소녀시대보다 훠얼씬 어여쁘다
푸른 이파리들이 뿜어내는 묘한 기운이 순식간에 온 몸을 휘감는다.
제 맘껏 자란 케일 잎은 쌈밥집에서 먹던 그것보다 더 연한데도 ‘와삭와삭’ 씹히고 고소하며 달다. 즙 때문에 왔지만 당장 쌈해서 푸짐히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채소들의 ‘엄친아’(무엇이든 잘하는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라 할 만한 케일은 항암에 콜레스테롤, 동맥경화, 혈압, 면역력, 피부 미용까지 아우를 만큼 그 효능이 다양하고 탁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최고의 채소,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치켜세운다.
이분이 바로! 유기농 케일 재배에 도가 튼 농부 원대일 씨.
다재다능, 채소 세상의 엄친아
케일은 항암성분의 보고로 이름 높은 배추과 식물로, 양배추, 브로콜리의 선조다. 비타민, 섬유질은 기본이고 효소, 아미노산, 지방도 풍부하다. 칼슘은 우유의 세 곱절, 토마토의 36곱절이나 많으니 골다공증 예방에 이롭고,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암, 특히 폐암 억제에 놀라운 효능을 발휘해 학자들은 흡연자라면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얘기한다. 비타민C 함량도 채소들 중 최고다. 케일의 이름값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항산화제인 폴리페놀이다. 몸에 좋은 채소로 첫손 꼽히는 명일엽, 브로콜리의 갑절 이상 많다.
한 다발 대신 한 잔
영양을 온전히 섭취하려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고, 쌈, 샐러드, 즙 중 체내 흡수율로 따지면 즙이 으뜸이다. 풀무원 ‘유기농 케일녹즙’ 한 병(150밀리리터)에는 케일 잎이 서른 장쯤(손바닥 크기의 쌈용 기준) 들어간다. 아무리 맛 좋고 몸에 좋다고 해도 매일 푸른 이파리를 한 다발씩 먹어 치운다는 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할 테니 하루 한 잔의 녹즙은 여러모로 유용한 선택일 수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것이라면 효과는 각별하다.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유기농 케일은 일반 케일보다 폴리페놀과 비타민C 함량이 더 높다. 풀무원 유기농 케일녹즙은 반갑게도 ‘유기농’이고 ‘즙’이다. 단, 생즙이니만큼 좀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즙 이전에, 잎 이전에, 씨앗부터 시작해 어디서 어떻게 나고 자랐는지, 즙을 짜내는 과정은 또 어떠했는지 그 일생을 낱낱이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1. 케일 모종. 오동통한 하트 모양 떡잎 사이로 잎 가장자리가 삐죽삐죽 한 본잎이 돋았다.
2. 수수하지만 기개 있는 케일 꽃.
당연한 계약 재배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용암3리 7만여 평 부지에는 하우스 서른여 개 동이 자리 잡고 있다. 풀무원 녹즙의 원료가 되는 케일은 이곳에서 전량 계약 재배된다. 원대일 씨를 비롯한 일곱 명의 농부는 1995년 5월 풀무원에서 유기농 케일녹즙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원료를 댄 원년 멤버들이다. “계약 재배가 아니고서는 턱없이 부족한 유기농 원료를 확보할 수가 없어요. 원료의 모든 생장 과정을 세심히 관리하려면 계약 재배가 필수적입니다.” 풀무원녹즙 김정희 씨의 설명이다.
벌레가 케일을 먹으면…?!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푸른 이파리들이 뿜어내는 묘한 기운이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는다.
“일반 배추를 먹은 배추벌레는 7~8일이 걸려야 다 자라지만
케일을 먹고 자란 벌레는 하루 이틀이면 다 커요.”
원대일 씨가 이 놀라운 기의 실체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케일은 씨를 뿌린 지 40일쯤 지나면 모종을 옮겨 심고 빠르면 40일, 늦어도 두 달 안에는 수확할 수 있다. 보통 2주에 한 번 곁가지를 따낼 수 있지만 봄가을에는 하루 만에 10센티미터씩 자라고, 수확 전(꽃이 피기 전) 높이가 160센티미터에 이를 정도로 경이로운 생명력을 보인다. 가슴팍까지 솟은 줄기에서 뻗어 나온 부채처럼 너른 잎을 보니 녹즙용과 쌈용의 차이가 실감난다. “품종에는 차이가 없어요. 재배법의 차이죠. 쌈용은 빨리, 많이 수확하려다 보니 사방 20센티미터 정도 내에서 키우는 밀집 재배를 한다는데 우리는 60센티미터로 여유를 두어 심습니다. 그래서 대도 굵고 잎도 훨씬 커요." 제 맘껏 자란 케일잎은 쌈밥 집에서 먹던 그것보다 더 연한데도 와삭와삭 씹히고 고소하며 달다.
‘정말 유기농일까?’란 의심일랑 접어라!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이 원 씨는 가히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여전히 잡초는 손으로 뽑지만, 살충제를 칠 수 없어 젓가락으로 집어가며 잡던 벌레는 이제 천적인 벌을 이용해 소탕한다. 강원도의 매서운 추위와 갈수록 뜨거워지는 여름 더위는 수막 농법을 이용해 극복한다. 하우스 표면에 지하 50미터에서 길어 올린 암반수를 흐르게 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우스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기름 값도 아끼고, 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요즘은 물의 소중함도 새삼스러워 매일 밤 12시와 새벽 3시에 일어나 온도를 살펴 수막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는 수고를 마다지 않는다. 퇴비는 석유에서 뽑아낸 화학비료 대신 왕겨와 톱밥,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로부터 안전한, 인증받은 돼지의 똥을 이용해 직접 만든다. “똥값이 비싸다”는 원 씨의 말을 이제 알겠다. 막걸릿값도 수월찮이 든다. 가까이는 모두 유기농가이나 비산(날아드는 농약)은 항시 경계 대상이어서 멀리 일반농사 짓는 집까지 찾아다니며 바람 없는 날 약을 쳐줄 것을 신신당부한다.
사정이 이러니 ‘유기농이 정말 유기농일까?’라는 시중의 의심에 대해 원 씨는 서운함을 드러낸다. “절대 약 안칩니다. 딴 짓 하라고 해도 안 합니다. 우리나라 농부 대부분이 유기농 할 수 있다고 봐요. 힘들지만 해낼 수 있어요. 제값에 사주는 곳이 없을 뿐이죠. 고생해서 유기농 작물을 생산해놔도 사주는 곳이 없고, 무조건 깎으면 어떻게 유기농을 하겠어요?
3. 곁가지를 따낸 자국. 2주에 한 번쯤 수확한다.
4. 케일 뿌리와 케일 밭의 기름진 흙.
국제 공인시험기관인 풀무원 기술연구소
유기농 케일 농사가 기술과 정성이 반이라면, 풀무원 기술연구소의 검사는 과학이다. 씨앗부터 씨앗이 자랄 흙, 지하수, 유기질 비료, 중금속, 미생물 등 케일녹즙이 되기까지의 전 부문에서 검사가 이루어진다. 국제 공인시험기관인 풀무원 기술연구소에서 실시하는 검사는 혹시 모를 89가지의 잔류 농약 검사를 비롯해 전체 항목이 무려 180여 가지에 달한다.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 기준보다 풀무원이 더 까다로워요. 관리원에서 통과한 항목도 풀무원에 가면 3분의 1이 탈락합니다. 그만큼 기준이 높아요.” 그러고도 모자라 일주일에 한 번씩 연구원들이 와서 수확을 앞둔 케일을 꺾어간다. ‘합격’ 되었다는 연락을 받아야 풀무원 자루에 담아 내보낼 수 있다.
안전한 진짜 비가열 생즙 원액수확 즉시 풀무원 냉장차에 실린 케일은 경기로 양주의 풀무원녹즙 공장으로 재빨리 옮겨진다. 좋은 녹즙은 좋은 원료만큼이나 미생물 관리가 관건이어서 이곳의 생산 시설은 지난 2002년 원료, 제조, 가공, 유통의 전 과정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으로 국가가 공인함을 의미하는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물살, 고압, 공기 샤워로 야무지게 씻고 닦은 케일을 잘게 잘라 즙을 내 두 번 거르고 살균한다. 비가열 생즙인 유기농 케일녹즙이 되려면 살균은 가장 중요한 단계다. 이때 특허받은 자외선 살균기는 미생물을 탁월하게 제어한다. 원료가 좋으니 즙을 짜고 남은 섬유질(‘박’이라고 한다)도 좋아 보인다. 고품질 유기농 박은 인근 유기인증 축사에 사료로 보내진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처럼
양주 공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원주의 밭을 떠나올 때부터 고객에게 전해지는 그 순간까지 5도씨를 유지한다는 콜드체인 시스템이다. 전 생산라인과 냉장창고, 냉장차 모두에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섭씨 5도가 넘어가면 경고음이 울리고 즉각 대처에 들어간다. 심지어 풀무원 유기농 케일녹즙은 배달이 완료된 다음 마시기까지의 잠깐 틈 동안도 5도씨가 유지될 수 있도록 깜찍한 냉장 주머니에 꽁꽁 싸여 있는데 그 모양새가 포대기에 싸인 아기 같아 웃음이 난다. 하긴 풀무원 유기농 케일녹즙 한 병이 내 품에 오기까지의 과정들을 떠올려 보니 갓 태어난 아기처럼 귀하다.
성실하고 정직한 농부의 정성과 철저한 직원들의 기술력이 모인 한 병이고, 이파리 씻어낸 물까지 맑고 마지막 박까지 이롭게 쓰였으며, 원주 신림면 땅과 물이 살아나 반딧불이와 제비와 고라니가 다시 찾아오게 했으니 말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털어 꿀꺽 삼키고 나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평화로워진다. 잘 자란 유기농 케일녹즙 한 병의 힘이 실로 선하고 놀랍다.
글을 쓴 한정혜는 홍보와 관련된 일들을 두루 하고 있다. 간간히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MBC문화방송의 <W>라는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집 근처 공원에서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해바라기’하는 것을 즐긴다.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9년 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집에서 케일을 직접 갈아먹자. 유기농 케일 4키로 14,000원 판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