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거 이러면 아이디어를 낸,
우리 정길이가 공을 세운 건데,
정길이에게 줄 특별한 상과 부상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요 그래. 일등공신은 정길이니까 전무님, 상무님 꼭 생각 해 주십시오.”
“아마 자재창고 관리하는 회사대항 시합을 한다면,
우리 회사의 정길이가
우리나라에서 일, 이등 할 겁니다. 하하하.”
‘공사가 완공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비행기를 타 네, 너무 흔들지 마세요.
상이라!
하하하하 기분 정말 최고다.’
정길이 일병에게 짚 차로 버스여객 대합실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니,
일병이 쾌히 승낙을 했다.
그런데 정길이 일병의 대답을 듣고는 아차 했다.
일병에게 은숙을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을 미처 못 한 것이다.
남자인 자기가 봐도 매력 있는 그에게
은숙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걸 생각 못한 것이다.
은숙의 집으로 가서 태우려고 하던 계획을 수정해서,
정길만 타기로 했다.
은숙이 일병을 보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빠질것이고,
일병이 은숙을 보게 되면,
눈이 뒤집혀 데리고 도망이라도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휴! 깨달았기에 다행이다 하며 정길은 가만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거기까지 같이 갈 사람은 없는 거냐?
그럼, 정류장까지만 태워 주면 되는 거지?
지금이라도 말해,
나 시간 있으니까 아예 삼척까지 태워다 줄게.”
“장 일등병 각하. 제대하고 싶지 않으세요?
사적으로 차 쓰다 걸리면 아무리 헌병 말년이라지만 괜히 큰일 나요,
이제 두 달 정도 남았다면서,
그런데 나도 공군헌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우선, 고교 졸업이상 자가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하고,
인물, 가정환경, 학력을 평가해서 주특기 구분을 하고,
훈련을 받은 후에, 육군 헌병학교에서 위탁교육 받고나서
자대 배치를 받는 거야.”
“에이! 나는 안 되겠어,
꿈도 꾸지 말아야 하겠는데, 학력 때문에 어림없잖아.”
“아냐, 검정고시 합격자도 해당 되니까 염려 말아라,
네 정도 인물에 그 정도 몸이면 충분해.”
“고마워 형, 가다가 밥 잡숫고 가요, 여기 조금 넣었어요, 하하하
차비로 주는 겁니다.”
“하여간 너라는 녀석은~
아무튼 고맙다. 나 제대하기 전에 방석집이나 한 번 더 가자.”
“아이고 형, 죽어도 방석집은 사절입니다.
고추 없이 앉아서 여자같이 오줌 누기 싫으니까.”
“하하하 녀석, 겁은 많아서 알았다.
김 병장 하고 가지 뭐. 잘 다녀와라 난 그만 간다.”
정길이 일병을 보내고 대합실로 들어가니,
은숙이 그를 보고 다가와, 그의 손을 꼭 잡는다.
마주 손을 잡으니 몇 달 만에 만나는 기분이 들어,
안아주고 싶지만 주변의 눈이 의식되어 참는다.
창밖으로 일병이 짚 차를 돌려서 지나가자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은숙을 처음에 본 사람이 일병 이였던 까닭이다.
교회에 일병도 같이 갔더라면,
서로 보는 순간 두 사람이 눈이 맞아 자기 같은 것은,
일병이나 은숙이나 서로 발로 차버리고 말았을 것이라는,
은숙을 놓치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정길은 자신의 행운에 감사한 마음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은숙이 짚 차에서 내리는 정길을 보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여기까지 태워줬다면 친한 사람일 텐데,
자신에게 인사도 시키지 않고, 보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서이다.
옆으로 지나는 차를 얼핏 보았는데,
그 헌병의 얼굴이 영화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생겼다.
“오래 기다렸지?
헌병차를 타고 같이 오고 싶었지만 운전하는 일병 형을
은숙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나만 탔어,
강릉역사 준공식에서 은숙이를 먼저 본 사람이 그 형이었거든,
그 형 알아주는 바람장이야,
완전히 카사노바라니까,
정말이야 같이 생활하면서 보니까 면회 온 여자만 아마 열 명은 될 걸.
정말이라니까.
좋아. 으음, 아무리 그래도 여섯 명 이상이야,
어찌됐던 형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야.”
“얼굴 좀 자세히 볼 걸, 얼마나 잘 생기고 멋있어서 그렇게 여자들이 따르는지.
아유! 내가 정말 좋은 기회를 놓쳤나 봐.”
“에고, 이 처녀가 세상 무서운 것을 너무 모르는구나,
진짜 카사노바라니까 그러네,
그 형 여자 잡아먹는 식인귀라니까 믿지를 않네.”
‘형에게 안 보여주기 다행이지.
멀리서 스쳐 지나는 것을 잠깐 보고도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데,
가까이서 봤어봐!
그 형도 아마 은숙이를 보기만 했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차에 달랑 태워 날랐을 거야.
아휴! 그 형 제대 선물을 은숙이로 할 뻔 했네,
제대할 때까지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지. 휴.’
“자! 타시죠. 마님!
참, 가면서 먹을 거 사올까? 잠시 여기 기다려,
금방 갔다 올게.”
신부의 집이 삼척의 토박이 에다 신랑의 직장이 이곳이라서인지,
식장은 축하객들로 가득했다.
정길이 지연의 언니와 아는 얼굴 몇을 피하여,
지연이 있는 신부대기실을 기웃거리자,
문틈으로 정길을 본 지연이 얼른 안으로 잡아들인다,
올 줄은 생각하지 못 했던 표정이다.
‘세상에 지연누나가 이렇게 아름다웠었다고?
말도 안 돼, 내 첫 여자인데, 내 사랑,
내 첫 사랑인데, 아아! 너무 아깝다, 데리고 도망할까,
참 내 옆에 은숙이가 있지.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다니,
내가 정신이 없나봐, 휴! 눈치 채면 안 되지.’
“누나 오랜만이야.
누나를 못 보고 지난 게, 몇 년이나 지난 것 같이 느껴지네,
너무 아름답고, 정말 너무 예뻐. 누나 정말 천사 같다.”
말하는 사이 손님들을 대하고 있던 신랑이,
웬 남자가 신부대기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하여,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연이 자신의 신랑을 흘깃 쳐다보고는,
얼른 자신의 표정을 점검하고 나서 신랑 앞으로 한걸음 다가선다.
“얘, 정길아 인사해라,
여기 이 사람이 우리 신랑이야, 네 매형도 되고.”
“안녕하세요. 지연씨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친 동생같이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니,
이거 연적이었나 봐요,
지연씨를 뺏길 뻔 했네요, 하하하하 농담입니다.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처남.”
“예, 앞으로 우리 누나 입에서 깨 냄새만 나게 해 주세요,
처음 뵙지만 멋지십니다, 하하하하
매 형 정말 누나를 잘 부탁합니다.”
“아이 참!
이 이는 자기보다 열 살 이나 어린 사람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요,
얘, 그런데 이 아가씨같이 오신거야?
정길아 누구야? 너무 미인이다,
너 혹시 숨겨놓은 애인이야? 말해봐, 아가씨가 말해 봐요.”
“은숙이 인사해.
우리 누나와 매 형! 나도 오늘 처음 보는 매형이야,
누나, 은숙이는 그냥 친구야, 혼자오기 멋 적잖아, 그래서 같이 왔어.”
“너, 못 됐다, 이런 미인 애인을 숨겨 놓고 이제야 보여 주냐.
한 번 데리고 와서 소개 시켜주었으면 그동안에 둘이서 친하게 지냈을 텐데, 너도 참!”
“아니 예요! 교회에서 연극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알게 된지는 얼마 안 됐어요.”
‘아니 왜 변명을 하는 거야?
쳇, 아예, 은숙이가 내 애인이 맞는다고 하면 어떨까?
은숙이가 화를 내려나.’
“왜? 누나가 시집살이 교육시키려고?
싫거든요, 하하하
누나 앞으로는 나 못 볼 거야,
이번 공사장은 삼척에서 가까운 묵호 쪽에서 일할 것 같아,
시멘트 공장 짓는 것 인데, 일이 지금까지 하던 일보다 많아요,
현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바쁘거든,
누나 잘 살아.
매형이 누나 힘들게 하면 전화 해. 내가 쫓아올게.”
“이거 처남 무서워서 조심해서 모시고 살아야 되겠네요. 하하하
자! 반가웠습니다.”
일 때문에 바빠 예식을 못 보고 간고 하자,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하고 가라며 신랑이
정길의 손을 힘주어 잡고 좀 과하다 싶게 흔들어 댄다.
‘이 양반 손의 힘이 제법인데’
하고 정길이 같이 힘을 준다.
아무래도 운동을 한 그의 힘을 당하지 못 한 듯 그제야 힘을 푼다.
잠시 밖으로 따라 나온 지연에게 인사하는 은숙을 바라보며,
착잡해진 정길을 지연이 손으로 뒤를 가리키며,
거기 서 있는 정희에게 눈으로 인사하고 정길을
그 쪽으로 슬며시 민다,
인사를 하고 가라는 뜻이다.
“얘, 정길아 저기 언니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얼른 가봐, 난 들어갈게.”
‘에이! 하필이면 눈에 띠일게 뭐람,
은숙이가 이상하게 볼 텐데, 에라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그 동안 별일 없으셨죠?
효성이는 안 데리고 오셨네요,
저는 염려 해주시는 덕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일 잘한다고 아버지가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이번에 회사에서 상 받는 게 정길이 덕분이라고 했어.”
‘제발 빌 테니, 원석이 얘기는 하지 말지?
내 진짜 나이가 걸리면 안 된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