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 새도 그리 예쁘지는 않다.
흔해 빠지고 귀찮을 정도로 지천으로 널려 더욱 천하게 느껴 졌었다.
모내기를 한 논배미에서는 저녁 무렵만 되면 정신을 혼란 시킬 정도로 온 들판에서 울어대는 개구리들..
겨우내 땅속에서 동면을 하고 나서 모내기를 하기 직전에 나온 개구리들은 모내기를 끝난 논배미에서 알을 쓸어 놓는다.
농약이라고는 아예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모내기를 끝내고 벼들이 싹을 잡아갈 무렵에는 논매기가 시작된다.
논 매기를 할 때쯤에는 논배미에서 떼지어 몰려 다니는 것이 올챙이 들이다.
아이들이 새 새끼들을 꺼내와서도 제일 먼저 먹이를 먹이는 것이 어느 새나 관계 없이 올챙이들을 잡아다 먹인다.
한창 새끼를 기르고 있는 까치들도 논배미를 돌아다니면서 올챙이를 물어다 새끼를 기른다.
그만큼 논배미에는 굵어진 올챙이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다.
어쩌다 논배미에 논 물을 보러 가면 사람이 논두렁으로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고기들이 여울을 올라가듯 올챙이들이 물살을 일으키면서 논배미를 누빈다.
모가 자라서 논배미를 검게 물들일 무렵 건강하게 자란 올챙이들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꼬리가 자꾸 짧아지면서 몸에서 다리가 생겨나고 그 다리가 자꾸 자라는 것에 따라서 꼬리가 점점 작아진다.
올챙이가 다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아가미로 숨을 쉬는 것을 코로 호흡을 하는지 밖으로 나오는 횟수가 잦아진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순서이다.
그 무렵이 지나고 나면 들판이나 개울가 도랑가에는 많은 새로 태어난 개구리들이 지천으로 뛰어 다닌다.
개체수가 많아 지면서 서로 약자들을 잡아 먹으면서 자라나는 것이다.
한여름 내내 곤충을 잡아 먹으면서 자란 개구리들은 온 들과 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길을 가다 보면 길가에 나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던 개구리 들이 오줌을 갈기고 풀숲으로 뛰어 들어간다.
개구리 들이 많으니까 개구리를 먹고 사는 동물들도 많다.
뱀이나 새매 그리고 다른 동물들도 많이 번성해 있었다.
그것이 얼마 전까지의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개구리 울음 소리가 뚝 그쳤다.
들판에서는 청개구리의 울음 소리만 요란할 뿐 참 개구리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사리진 것이다.
사라진 것이 어디 한 두 가지 일까 마는 그 많던 개체들이 어느 순간에 멸종을 불러 올줄은 누구도 몰랐다.
우리와 함께 살아오던 한 개체의 동물이 우리곁에서 사라진 것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것인가?
동물 스스로 멸종 된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사람이 저지른 인재로 인해서 그런 많은 개체의 개구리들이 멸종을 한 것이다.
개구리들이 알을 낳고 올챙이를 길러야 하는 논배미에 농약이라는 무서운 폭탄이 떨어지면서 개구리들은 멸종을 한 것이다.
더 이상 논배미에서는 아무런 생물도 살아갈 수가 없다.
수생 생물들은 모두가 멸종을 하고 만다.
미꾸라지가 그랬고 송사리들이 그랬다.
장마가 끝나고 논을 맬 때에는 논배미에 커다란 메기나 피라미들이 많이 들어와서 먹이를 먹고 자랐었다.
그런 것들도 논배미에는 없어졌다.
대신에 해충인 모기의 장구벌레는 무섭게 논배미에서 서식한다.
장구 벌레의 천적인 올챙이와 미꾸라지와 송사리들이 사라진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해부터 우리 집 앞 논배미에서 가끔씩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잔디 마당에는 농약을 주지 않으니까 많은 메뚜기와 방아깨비들이 알을 쓸고 봄이면 부화를 해서 어린 새끼들이 잔디를 먹고 자란다.
그런데 지난해 부터 우리 마당에 참 개구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것이 아닌 한 두 마리의 개구리들이 마당에서 곤충을 잡아 먹었다.
더러는 뱀도 마당에 들어오기도 했다.
먹이를 찾아서 서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집 주위의 풀을 깎다 보니 논배미에서는 올챙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아주 여러마리의 올챙이들이 배가 동그랗게 올챙이 고유의 모양을 하고 힘차게 헤엄을 친다.
결코 모양이 아름답지도 않은 올챙이가 이렇게 반갑고 대견할 수가 없다.
이제 서서히 자연이 회복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런 마음이 더 들었다.
앞으로 개구리들이 뛰어놀고 저녁 무렵이면 온 들판이 혼란 스럽게 울어대는 소리를 들을 날이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든다.
귀가 멍하게 들리는 개구리 소리가 이렇게 그리워 지는 것은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일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제비나 뜸부기 소리처럼 영원히 들을 수 없을 거 같던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
첫댓글 이 글은 누가 이렇게 많이 읽는지 궁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