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역설’
“권력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거리낌 없이 남을 깍아 내리고, 자신은 치켜세우며 비윤리적인 행위를 합리화 한다”
1926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을 출간하면서 이렇게 단언했다. 켈트너가 말하는 ‘권력의 역설’에서의 골자는 한마디로 “한번 권력을 자각하면 무례하고 공격적이 된다”는 단언이다.
대커 켈트너는 “권력은 도파민 분비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태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갈파했다. 그래서 “권력의 역설은 어렴풋이 나타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순식간에 일상적 상호작용 속으로 스며든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번 권력의 맛을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줄고 금세 권력 남용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인데, 결론적으로 대커 켈트너는 ‘권력의 역설을’ 이렇게 요약했다.
“권력에 취하면 다른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며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없게 된다. 나눠주기보다 자신부터 먼저 취하면서 과할 때가 많고, 굳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우선 취하고 본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기 보다는 무례함으로 다른 사람을 무력화시키고,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보다는 자기만 잘났다는 식의 거만한 서사를 통해 남을 얕잡아 보고 거리를 둔다”
환언하면,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내로남불식’의 화신이 되어 권력 남용을 저지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의 정치는 정당 내 당원 징계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 정치권도 그렇고, 지방자치 지도자들에 대한 지역 정치에서도 심심치 않게 징계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되는 모습이다. 그것도 같은 정당 내에서 같은 당원 동지를 향한 징계 조치가 감행되고 있는 것이, 무슨 시대 흐름도 아닌 채 난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공정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비윤리적 정치보복처럼 평가되는 것이 문제인데, 이는 ‘내로남불’을 넘어 일종의 ‘조광증(mania)’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더 큰 토픽은 종로구 지방자치 지도자들에 대한 지역 권력의 역설이다. 지난 7월 열린 제10대 종로구의회 원 구성에서 구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의 투표 행위로 인해 세 명의 의원이 서울시당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소식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6명의 구의원들은 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여봉무 의원과 김종보 의원이 경선을 벌였다. 3선의 여 의원과 2선의 김 의원은 서로가 자신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경합을 벌인 모양새인데, 이때 종로구 지역위원장인 곽상언 국회의원이 중재(?)에 나서면서 김 의원을 밀었지만, 구의회 본회의장 투표 결과에서는 여봉무 의원이 총 10명의 구의원 중 7표를 얻어 전반기 의장에 당선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 신임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2표와 함께 국민의힘 구의원 4명의 지원을 받아 총 7표를 얻으면서 신임 의장에 당선됐고, 김종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만이 지지를 하여 총 3표로 낙선하는 양태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곽 위원장은 신임 의장에 당선된 여봉무 의원과 유양순, 노진경 의원을 서울시당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그 당시 의장 선거는 분명히 비밀선거였는데, 어떻게 유의원과 노의원이 곽 위원장이 픽업한 김 의원을 배제하고 여 의원을 지지했는지를 가늠하고 징계를 요청했느냐는 우스꽝스런 의문이다.
물론 몇명 안되는 의원들 사이에서 느낌으로 알 수도 있겠고, 아니면 당사자들이 시인을 했을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사 알았다고 해도, 지역위원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서울시당에 징계를 요청한 모습은 종로구 지방자치 역사 35년간 거의 처음 보는 ‘권력의 역설’이다.
사실 종로구의회 의장 선거가 매번 불협화음을 낳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의장 선거에 빚어진 온갖 추태와 불상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지역의 당원협의회 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이 이번처럼 구의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권력의 역설’을 보인 적은 없었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구의원들을 모아놓고 방침을 정해줘도 국회의원 뜻대로 이뤄지지 않은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자신의 명령(?)을 거슬린 구의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행태는 본적이 없다. 단지 훗날 나름대로의 정치적 보복을 했을지언정 징계위원회에 회부까지 하지는 않았다.
이는 엄연한 권력 남용이자 지방자치의 순수한 본질을 훼손하는 ‘권력의 역설’임에 틀림없다. 정치1번지 종로구민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스럽다. 진정 착한 권력은 요원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