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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의 경제정책 2. [최용식: 경제평론가]
이번에는 문제가 된다는 점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빈부격차의 비밀과 환란
첫째,,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비판에 대해서 알아보자. 환란 이후 빈부격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결과만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 원인은 환란에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부격차를 비난을 하려면 환란의 발발을 먼저 비난해야 한다. 더욱이, 환란을 거친 뒤에도 우리나라처럼 빈부격차가 확대되지 않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빈부격차는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하며, 경제평등도가 OECD 국가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비교적 양호하다.
둘째,,
국가부채를 문제삼는 일은 어떠한가? 김대중 정권은 이미 98년 하반기부터‘중장기 재정계획’의 수립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다. 심지어 일부 경제전문가와 언론 그리고 정치권이 이 때는“지나친 긴축정책이 흑자기업을 도산시키고, 실업을 양산했다”는 비난하기도 했었다. 당시에는 국가부채를 늘리라고 주장했던 자들이 이제 와서는 국가부채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대중 정권은 당초 계획보다 6년이나 앞당겨서, 이미 2000년에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를 기록했고, 개선규모도 무려 27조원에 달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가부채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하며, 중앙정부 자산은 국가부채보다 무려 47조원이나 많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가부채 때문에 국민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떠들었던 것이다.
셋째,,
관치금융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은 국가경제를 파멸로 이끌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환란은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보사태가 터지자 그 부실채권이 금융기관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켰고, 결국은 금융시장 전체의 신용경색을 불러왔으며, 이것은 다른 재벌들까지 무너뜨리게 되었다. 삼미 대농 진로 한신 기아 등이 줄줄이 무너졌고, 금융기관의 경영수지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런 사정을 먼저 눈치 챈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환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관치금융의 약효
그런데 한보사태는 그 폭발력이 TNT폭탄에 불과하다. 환란을 극복하는 와중에 터졌던 대우사태는 원자폭탄이라고 할 수 있고, 대우가 수습되어 갈 때 터졌던 현대사태는 수소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터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을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이것은 환란보다 더 극심한 경제재앙을 불러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사람도 아프면 약을 먹고 수술을 받아야 하듯이, 경제도 마찬가지다. 자력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라면 정책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것을 어찌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넷째,,
공적자금에 대한 비난도 무성하지만, 공적자금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만 정확히 알아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공적자금은 금융시스템이 붕괴위기에 처했을 때 금융기관에 투입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이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 금융공황이 발생하고, 금융공황이 발생하면 경제공황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공황이 발생하면 실업률은 30∼40%에 이르고 경기하강 기간은 수년간이나 지속되는데,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이해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한 목적은 달성되었으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켰는데, 수술비와 약값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의사를 비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일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환란을 겪은 것도 아닌데, 장기신용은행을 해외자본에 매각했다. 매년 수 백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 중이고 수 천조 엔의 금융자산을 쌓아둔 일본이 왜 은행을 해외에 매각했겠는가? 매각하지 않으면 청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처하게 되어 금융공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일본도 장기신용은행을 해외에 매각한 것이다.
매각조건마저 제일은행보다 결코 유리하지 않다. 4.3조 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미국계 투자조합에 1,200억 엔에 매각했다. 제일은행이 24배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데에 비해, 일본 장기신용은행은 36배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총자산대비 인수금액은 제일은행이 1.4%였고 일본 장기신용은행은 0.5%였으므로, 그만큼 유리하다. 풋백옵션 기간의 경우 제일은행이 일반여신에 대하여 2년이고 워크아웃은 3년이지만, 일본 장기신용은행은 무조건 3년 간 보장하는 조건이다. 다만, 일본은 4년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 비율이 총지분의 67%로서 우리나라보다는 유리하다.
구조조정에 대한 오해들
다섯째,,
하이닉스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자 빅딜이 실패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빅딜이 진짜 실패했다면, 환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가 없었다. 특히 반도체 빅딜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빅딜이 없었다면, 공급과잉은 더 심각했을 것이고 가격경쟁은 더 치열해졌을 것이며, 손실은 더욱 누적되어 지금과 같은 상태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LG그룹도 현대그룹과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현대사태가 터졌을 때, 다음 차례는 LG라는 풍문이 돌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LG는 반도체부문의 매각대금으로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자금난을 무난히 이겨낼 수 있었다. 반도체 가격이 높았을 때는 현대에 대한 특혜처럼 보였지만, 가격이 폭락한 다음에는 LG에 대한 특혜로 변질된 것이다.
현대가 김대중 정권의 특혜를 받았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현대가 무너지면 환란보다 더 무서운 경제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만 있더라도, 현대사태를 해결한 것을 특혜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관련 금융기관들이 무너지는 일이 벌어지면 금융공황이 발생한다. 이것을 예방한 것이다. 더욱이 현대그룹은 분리되었고, 많은 계열기업의 경영권을 내놓은 상황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현대그룹인 것이다.
여섯째,,
혹자는 구조조정이 부진하다거나 실패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부진했거나 실패했다면 그 결과도 나빠야 하지만, 실제로는 성적표가 최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양호하다. 2001년 12월말 현재 금융기관 부실여신 규모는 35.1조원이다. 이것은 총여신의 5.4%로서 이제는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다. 특히 은행은 3.4%에 불과하여 웬만한 선진국 수준보다 오히려 양호하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97년 396.3%에서 2000년 210.6%로 개선되었고. 차입금 의존도는 97년 54.2%에서 2000년 41.2%로 개선되었다. 이자보상비율도 98년 68.3%에서 2000년 157.2%로 개선되었다. 기업의 경영수지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멀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국민소득을 4만 달러까지 지금 당장 올리지 못한다고 꾸짖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부유출과 외국인 주식투자
구조조정이란 기업의 퇴출과 정리해고를 수반하므로, 경기를 후퇴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무리한 구조조정은 모처럼 상승하는 경기를 퇴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가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구조조정은 최상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청년실업문제를 들고 나와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문제는 경제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구조가 고등교육 진학률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대학 이상의 고등교육 취학률이 이미 97년에 68%에 이르고, 이중 남자의 경우에는 82%에 이르렀다.
다행히 지식정보화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므로, 현재의 고학력 문제가 장래에는 우리 경제의 특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대학이 우골탑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으나, 70년대 이후 산업고도화가 급속하게 진행할 때에는 고급인력의 공급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다.
여덟째,,
국부유출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국민경제를 나락으로 이끌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주가지수는 1,028에서 504까지 추락했다. 이때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13조원에 이르렀었고, 이것이 그나마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버텨주었다. 만약 이 때에 국부유출을 막는다고 외국인 주식투자를 거부하고 몰아냈더라면, 주가지수는 200도 지키지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으면 금융공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대공황은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로 빚어졌었다.
세계적으로 국민총생산(GNP) 개념은 자취를 감추고, 국내총생산(GDP) 개념이 부상한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생산활동이지,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국민의 생산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GDP 개념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채택하여 자본주의 역사상 최장기의 호황을 구가하였고, 일본은 GNP 개념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채택하여 역사상 최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사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주체적인 개방을 봉쇄함으로써 망국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외국자본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고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자본을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실제로도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나라일수록 성장률은 높고 실업률이 낮으며 물가도 안정되어 있다. 아일랜드와 핀란드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시장은 협소하고 자원은 부족하며 기술수준도 낮았고 자본축적도 부족했던 이 나라들은 유럽의 변방국으로서 경제발전이 가장 낙후된 곳에 속했었지만, 적극적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여 지금은 대단한 경제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환란을 거치면서 철강, 조선, 자동차, 석탄 등의 국가기간산업이 초토화되는 등 산업기반이 거의 무너졌었는데,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지금은 유럽에서 최고수준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도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인 유치에서 비롯되었다. 외국자본에 대한 종속을 걱정했더라면 중국의 발전은 없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김대중정권의 실패는‘반론’의 실패다
사실, 초우량 기업이라도 순이익은 매출액의 2∼3%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전부가 자본가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장래의 투자를 위해서 사내유보를 하기도 하고 재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의 기업도 부가가치 창출액은 평균적으로 40% 내외에 이른다. 즉, 외자유치는 외국자본이 얻어 가는 이익의 수십 배를 국내에 남겨주는 것이다.
아홉째,,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내세워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빠른 성장을 우리 경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기회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역사를 개척할 수가 있다. 세계최대 인구를 자랑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경제의 빠른 성장은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기보다는 더 큰 이익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의 유일하게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규모가 매년 무려 50억 달러 내외에 달한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아직 중국보다는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열째,,
일부에서는 고통의 집중을 문제삼기도 한다. 실제로 정리해고 등 환란의 고통을 서민층이 가장 크게 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고통이 집중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30대 재벌 중 16개가 쓰러졌다. 재벌 소유자들도 절반 넘게 몰락한 것이다. 금융기관도 1/3이 쓰러졌으며, 일반 기업들도 수만 개가 쓰러졌다.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도 과거의 주식이 모두 소각되면서 소유주들의 재산이 거의 모두 날아갔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김대중 정권의 경제업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대부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원리 상으로도 맞지 않고 경제현실에 의해서도 거부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권의 경제정책이 모두 성공적이었을까? 그것은 아니다. 실패한 것도 많다.
1999년에 지나친 경기부양책을 채택하여 경기과열을 불러왔고 그래서 2000년의 경기조정을 불러옴으로써 장기팽창국면으로 이끌지 못한 것, Y2K 대책을 세운다면서 1999년 말에 통화량을 급팽창시켰다가 2000년 연초에 급히 환수했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불러온 것, 1999년 말에 주가지수가 1,028에 이를 정도로 주식시장이 과열되었던 것을 예방치 못함으로써 2천년도의 주가추락을 초래했고, 2천년도에는 주가지수 폭락을 방치함으로써 연말에는 504까지 추락하게 한 것 등등은 매우 중대한 정책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실책은 뛰어난 경제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마치 엄청난 경제실정을 저지른 것처럼 인식되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위에서 자세하게 언급한 바와 같은 반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실책은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서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문제다. 이미 글머리에서 밝혔듯이,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은 장차 올바른 경제정책을 팽개치고 틀린 경제정책을 채택하게 함으로써 언젠가는 또 다른 경제재앙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우려 할 일이다.
첫댓글 김재규의 총에 죽기까지 18년 동안 고율의 차관과 정경유착으로 국가경제를 적자로 운영했고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박정희를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고 부르대고 있으니 도살장의 소가 웃을 일입니다..
국민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호도하는 언론, 곳곳에 그런 자들이 박혀있는한 어렵습니다. 그들은 어떻게해서든 선생님이 행하신 업적들을 잘못이라고 몰아갑니다. 햇볕정책마저 퍼주기로 폄하하니까요. 민족의 장래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눈앞의 제 밥그릇만 중요한 반민족적 발상자들 땜에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