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 ‘JMA 스페이스’의 문패가 사라졌다.
전북미술의 현재와 지역작가들의 중앙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해 마련한 상징적인 공간의 흔적이 사라지면서 정체성을 상실한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제1전시실에 둥지를 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의 또 다른 이름은 ‘JMA스페이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 명칭은 ‘Jeonbuk Museum of Art’를 의미하는 것으로 행정 표기에는 ‘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으로 명시하지만 작가 표기를 위해 만든 명칭이다.
지난 5월 6일 개관 당시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미술인들 및 관계자들, 인사아트 센터 관계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전북도립미술관 JMA 스페이스’라는 현판 개막식까지 진행하며 개관을 축하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찾아간 미술관 입구에는 이미 그 글씨들이 깨끗하게 지워진 상태로 서울 작가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이 곳이 과연 전북도립미술관이 운영하는 곳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당초 그 곳은 전북도와 도립미술관이 지역 작가들의 사기 진작 및 전북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전북미술을 중앙 화단에 알리고 작가가 중앙 무대에 진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마련된 장소다.
이를 위해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실 100평을 전세보증금 7억5천만 원과 월 임대료 550만 원에 2년 사용을 계약한 것. 5월 개관전을 시작으로 이 곳에서 전시할 도내 작가를 심사를 통해 선정했으며 올해 말까지 잡힌 대관 일정 중 50%가량을 소화한 상태로 오는 12월까지 잔여 일정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곳은 엄연히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으로서 그 이름을 내세우고 입지를 넓혀 나가야 하지만, 오히려 문패를 없애버림으로써 전북 미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또 그 곳에서 전시를 한 일부 작가들은 전시 도록 등에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라 표기하지 않고 인사아트센터로만 표기하면서 작가들 스스로도 지역색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며 당초 개관 목표에 어긋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흥재 관장은 “개관전부터 인사아트센터와 명칭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공모를 통해 선정된 JMA 스페이스라는 우회적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인사아트센터가 올 초 진행한 대관 일정에서 이미 전시 계획이 잡힌 작가들의 전시 기간에만 문패를 떼고 우리 작가들 전시 기간에는 다시 붙이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인사아트센터 측과 상의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곳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이라는 것을 알리고 지역 미술가들의 홍보의 자리로 만들겠다던 취지가 무색하게 현판을 떼었다 붙였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도내 한 문화예술인 “그 곳은 지역 미술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공간임에도 인사아트센터 이름으로 단순히 대관 전시가 이어진다면 굳이 예산을 들여 인사아트센터에서만 전시를 할 이유가 없다”며 “지역 작가들 스스로도 전북 미술에 대한 자긍심으로 작업에 임해야 서울에서의 전시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민일보/김효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