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선교박물관은 지난 7월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선교박물관이 이탈리아어가 아닌 외국어로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한국어가 처음이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과 교황청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이뤄진 한국어오디오 서비스 개설 과정과 의의를 담은 한홍순(토마스) 주교황청 한국대사의 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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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순 대사(맨 오른쪽)가 염수정 대주교(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7월 2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선교박물관에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선교박물관이 지난 7월부터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교황청이 한국과의 협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와 교회를 바라보는 교황청의 눈길은 참으로 남다른 바 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어엿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물질적으로 고도 성장을 이루는 와중에 가톨릭교회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9일 개관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선교박물관은 세계 각 지역에서 이뤄진 가톨릭교회 선교활동에 관한 귀중한 자료와 문헌들을 보관하고 있는 이 분야 세계 유일의 박물관이다. 이 선교박물관의 존재 의의는 보관ㆍ전시하고 있는 자료와 문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와 문헌이 오늘의 신자들에게 선교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대사관은 이 박물관의 존재 의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신자들이 이 박물관을 찾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마다 로마를 찾아오는 수많은 한국 순례자들이 이 박물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설치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 더욱이 한국어는 새천년대 선교 주역으로 앞장서야 할 한국 신자들 언어가 아닌가.
이에 필자는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대사관저 만찬에 초대한 자리에서 대충 이러한 취지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서비스가 선교박물관의 뜻을 살리는 데 매우 적합할 것이라는 제안을 했고, 디아스 추기경은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이를 위한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디아스 추기경 후임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도 전임자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최근 필자에게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설치에 대한 감사서한을 보내오기까지 했다.
우리 대사관은 먼저 이탈리아어 오디오가이드 본문을 번역해 한국어 음성으로 녹음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번역본과 음성 녹음을 수 차례에 걸쳐 가다듬고 본격적인 오디오가이드를 제작하는 데는 박물관 실무진 일정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8개월 남짓한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현재 이탈리아어 이외의 오디오가이드로는 최초의 것이다. 교황청 일간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이탈리아 민영TV의 하나인 TV2000은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해 이곳 외교관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말하자면 교황청 기관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므로 이 기관의 가치를 그만큼 높여준 셈이다. 따라서 작은 일이긴 하지만 한국과 교황청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 대사관은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뜻있게 시작하려 조촐한 개설식을 갖기로 하고 마침 팔리움을 받으러 로마에 오는 신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도 참석할 수 있도록 날짜를 잡았다. 개설식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협의해 한국어로 진행했다. 교황청과 함께 개최한 행사를 한국어로 진행한 것은 아마 이 행사가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관련 교황청 행사는 한국어로 진행하기를 기대해본다.
※선교박물관 관람 시간 : 월ㆍ수ㆍ금요일 오후 2시 30분~오후 6시, 관람 예약은 전화(+39 06 6988 0162)나 전자우편(museo missionario@propa gandafide. va)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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