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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12금] 성폭력 처벌입법 이상의 종합대책을
국회가 이달 안에 성폭력대책 법안들을 일괄 통과시키기로 하는 등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국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10여건의 관련 개정법안은 거의 공통적으로 처벌과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전자발찌 부착기간을 사실상 평생으로까지 연장할 수 있고, 아동대상 성폭력범죄자의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며, 형량을 매길 때 주취감경(酒醉減輕)을 배제하는 등의 방안은 현실적, 심리적으로 당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학적 거세 등 보다 강력한 내용들도 있다.
현 분위기상 이들 법안에 대해 일부라도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 미국 등 여러 성숙한 사회에서도 아동대상 범죄에 관한 한 훨씬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무작정 각국 사례들 중에서 가장 강도 높은 것들을 다 모아 입법화하려는 시도는 다소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입법과잉 등의 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중벌의 범죄감소 효과만큼이나 범죄의 흉포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사례들도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성폭력 대책 움직임이 처벌과 감시 강화에만 집중돼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성범죄자, 특히 아동대상 범죄자는 정신질환적 차원에서 반드시 치료와 교육이 수반돼야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교화의 방법도 세밀하게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 사회와의 격리기간을 늘린다고 재범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복구 강화해 주민 구성원들이 서로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피해자와 가족의 보호와 치료, 지원도 지금과 같은 형식적 수준으로는 안 된다. 이들이 상처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또한 국가사회의 책임이다. 이번에야말로 정치적 이해에 따른 입법 지연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지만, 처벌입법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한 근본적 종합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12금] 무한경쟁 사회에 대한 20대의 이유있는 저항
고려대 3학년 학생이 그제 취업 경쟁만 조장하는 대학을 거부한다며 자퇴를 선언하는 긴 대자보를 붙였다. 심각한 청년실업 탓에 대학 내내 취업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암담하고 불안한 현실을 자퇴로 고발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등록금 벌이를 위해 험난한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뛰어들었던 서울대생 5명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책에서 ‘더 큰 연대와 희망’을 얘기했다. 이들에게선 ‘무기력한 20대’의 모습도,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20대’의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경쟁만 강요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당찬 저항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현실은 너무 험하다. 입시지옥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문을 뚫기 위한 무한경쟁이 기다린다. 치솟는 등록금이나 필수 과정이 되다시피 한 해외연수 비용과 같은 경제적 부담도 가혹하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가 최저 노동조건도 보장되지 않은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린다. 심지어 근로장학생이 되기 위해 누가 더 가난한지 보여주는 경쟁도 벌여야 했다고 학생들은 털어놓는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젊은이들의 현실은 더 가혹하지만 눈길조차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인턴 확대와 같은 단기 처방이나 내놓을 뿐이다. 등록금 부담을 크게 덜어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대학들은 자퇴를 선언한 학생의 지적처럼 ‘대기업 하청업체’나 다름없는 모습에 만족한다. 기업 경영하듯 학교를 운영하는 게 선진적인 모습인 양 내세우기까지 한다. 기업들 역시 젊은 세대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형국이지만, 이럴수록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해법이 보인다. 우선 정부의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인턴과 같은 단기 대책을 넘어서서 이제라도 중·장기적인 청년 취업 대책을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공공부문 취업 확대,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 확충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최저임금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감독을 강화해 불완전 고용이나마 질이라도 높여주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고용과 소비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경제도 살아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도 공존의 경영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느낄 수 없는 나라라면 미래도 없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돌려줘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312금] 법정 스님 ‘무소유’ ‘종교 화해’ 뜻 남기고 떠나다
법정 스님은 조계종단의 고위 직책은커녕 그 흔한 주지 자리 하나 차지하지 않았지만 불교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큰어른’이다. 평생 무소유(無所有)로 살았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이 세상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어제 열반의 세계로 든 법정 스님은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며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법했다. 몸소 농사지은 채소 하나라도 이웃과 나눠 먹고, 책 인세(印稅)가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스님은 자신이 죽더라도 사리를 수습하지 말 것과 수의 대신 평소 입던 승복 차림 그대로 화장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생의 마지막 길을 떠나면서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탐욕(貪慾)을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스님은 송광사 뒤편 불일암에서 17년, 전깃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골에서 또 17년을 기거할 정도로 속세를 멀리했지만 사바세계의 대중과는 끊임없이 교감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매년 봄과 가을 대중 법회를 열었다.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일기일회’ ‘아름다운 마무리’ 등 수십 권의 산문집과 법문집, 번역서를 펴냈다. 1993년 4월부터 5년 7개월간 동아일보에 매월 1회씩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산문을 연재했다. 글을 쓰고 대중을 상대로 법회를 여는 것이 곧 수행이었다.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한 진정한 불자였다.
스님은 불교의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종교 간 화해에 평생 공을 들였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길상사 개원 법회에 초대하는가 하면, 천주교 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하고 명동성당에서 강연을 했다. 개신교나 원불교 등 다른 종교인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이슬람교도 아닌 바로 친절”이라고 말했다. 친절이야말로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종교 간 화해와 소통을 위해 기여한 것만으로도 고인이 우리 시대에 남긴 발자국은 크고 선명하다.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고,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정신은 중생에게 늘 사색의 화두(話頭)를 제공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312금] 한나라·민주, '도덕 공천'은 어느 쓰레기통에 버렸나
한나라당이 지난달 26일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지방선거 공천 신청을 할 수 없게 한 당규를 완화해 '금고(禁錮) 이상 형'을 받은 사람만 공천 신청 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금고 이상 형을 받았어도 사면(赦免)·복권됐으면 공천 신청을 허용한다'는 조항도 새로 만들었다. 민주당 역시 지난달 10일 '비리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공천을 주지 않되 공천심사위원 3분의 2가 공천에 합의하면 예외로 한다'고 방침을 정했다가 2일에는 예외 인정 기준의 '3분의 2 찬성'을 '2분의 1 찬성'으로 낮췄다.
한나라당은 비리 전력자(前歷者)에게 공천 신청 기회를 넓혀준 이유로 "사면 등의 이유로 전과(前科)가 말소된 사람의 공천 신청까지 막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공무(公務)담임권을 지나치게 해친다는 위헌 시비가 일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일 '여성당'이란 정당이 있다면 성(性)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의 공천 신청을 당규로 배제할 수 있고, '노동당'은 경영자로서 근로자의 권익을 해쳐 유죄선고를 받았던 사람에게 공천 신청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전력자의 공천 신청을 막는 게 위헌 우려가 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문제의 규정은 한나라당이 2007년 4월 '개혁공천·도덕공천 강화'를 내세워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비리 혐의로 기소된 기초단체장만 전체 230명 중 94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한나라당이 현재의 지자체(地自體) 비리에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이라도 느끼고 있다면 엉뚱한 위헌 우려를 내세워 비리 전력자에게 공천 줄 꾀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비리 전력자 공천 비판이 일자 11일 부랴부랴 "당규에 상관없이 비리를 저질러 벌금형이라도 선고받은 사람에게는 공천 신청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의 정치 무기는 청렴성과 도덕성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비리 전력자의 공천 허용 기준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낮춰 야당의 무기를 스스로 내던지고 여당 흉내만 내고 있다. 민주당은 재임 시절 정부와 대법원으로부터 '성희롱' 판정을 받았던 전직 제주지사까지 모셔왔으니 가관(可觀)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서울신문 사설-20100312금] 흉악범 얼굴공개 법제화로 정리하라
부산 여학생 살해 사건 피의자인 김길태는 그제 경찰에 압송되면서 마스크나 모자를 눌러쓰지 않은 맨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찰이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이후 6년만에 처음 흉악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 것이다. 인권침해 논란에 밀려 얼굴을 가려주던 경찰이 오죽했으면 그간의 방침을 바꿨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도 안 될 일이다. 흉악범 신상공개로 범죄예방효과는 극대화하되 오남용의 소지가 없도록 요건을 엄정히 하는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영미권에서는 수사 중 공익상 필요할 때 신상정보를 공개하더라도 별반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피의사실공표죄라는 법조항이 없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관행적으로 잘 지켜지기 때문일 게다. 다만 우리 사회는 한번 단죄 분위기에 휩쓸리면 강압적 수사나 돌이키기 어려운 여론재판으로 흐를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공개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우리는 흉악범의 얼굴 공개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한 사실을 주목하고자 한다. 이런 여론이 성 야수(性野獸)에 대한 일시적 혐오 감정만을 담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을 넘어 제2, 제3의 유영철이나 강호순 사건 같은 극악한 범죄를 예방하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이번 부산 사건에서는 주효하지 못했지만 피의자 신상공개가 초동수사의 허점을 메우는 순기능도 기대할 법하다.
물론 범죄혐의가 판결로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인권보호의 대의가 훼손돼선 안 될 것이다. 경찰은 지난 2005년 “피의자의 초상권도 인권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직무규칙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법적 뒷받침이 모호한 상황에서 그 규칙의 족쇄를 먼저 푼 격이 됐다. 얼굴 공개는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충분한 범죄 증거가 확보됐을 때에 국한하는 등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미 피의자 신상공개에 관한 특례조항을 담은 ‘특정강력범죄 처벌특례법’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처리를 미적대지 말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12금] 금호타이어, 쌍용차 악몽 되풀이할건가
금호타이어 노사분규가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비화(飛火)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노조가 회사측 정리해고 계획에 반발해 조합원 투표에서 72%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정치권과 민노총 등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금호타이어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임금이나 납품대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측이 기본급 20% 삭감과 1199명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안을 들고 나온 것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또한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동의와 워크아웃 기간 중 쟁의행위 금지를 1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노조가 처한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길거리로 밀려나는 것을 보고만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조정과 채권단 지원 없이는 한시도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는 회사가 회생 불능의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아직은 파업 돌입 때까지 다소간의 시간 여유가 있고 양측의 협상 여지도 남아 있는 만큼 한발씩의 양보를 통해 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세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는 지난해 여름 공장을 점거한 채 77일간이나 불법농성이 이어졌던 쌍용차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대거 끼어들며 과격 폭력 투쟁을 벌였지만 쌍용차는 오히려 내상(內傷)만 깊어졌고 아직도 긴급자금지원을 호소하는 등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 광주본부가 정리해고 효력개시일을 하루 앞둔 4월1일 연대파업을 선언하고, 6 · 2 지방선거에 나서는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 표몰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민노총과 정치권은 금호타이어 사태에서 당장 손을 떼야 마땅하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312금] EBS 수능 연계 강화 모의고사부터 반영을
정부가 교육방송 EBS 강좌와 수능시험 간의 연계성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그제 교과부ㆍEBSㆍ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류협력 협정서 체결식에서 "올해 수능부터 EBS 강의 내용이 70% 이상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30% 정도였으니 올해 2배 넘게 높아지는 셈이다. EBS 수능 강의를 맡고 있는 현직 교사들을 수능 검토위원으로 대거 참여시키려는 것도 수능과 EBS 강좌의 연계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EBS는 수능 강좌를 내실화하겠다며 올 들어 서울 강남 지역 학원가 등에서 유명 강사 30명을 새로 영입해 스타급 강사진을 50여 명으로 확대한 바 있다. "강의가 재미없고 질도 낮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런 개혁 조치에 이어 EBS 강좌의 수능 반영도까지 높이면 `EBS 강사는 족집게`라는 믿음이 커져 EBS 강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BS 강좌만 듣고도 수능 성적을 올릴 수 있게 되면 수능 준비에 굳이 비싼 학원비를 들일 필요가 없어질 테니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을 줄 게 틀림없다.사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마땅한 강사가 없고 경제 사정도 어려운 낙후지역 학생들의 대입 준비에도 힘이 될 것이다.
교육 부문의 수장이 EBS 강좌의 수능 반영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이상 헛말이 돼선 안 된다. 수능을 앞두고 여러 차례 치러지는 모의고사에서부터 EBS 강좌 반영률을 높여 수험생들의 신뢰를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EBS 교재와 강의도 전 교육과정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 반영률을 높이는 것이 아닌 견강부회식으로 사후적인 반영률을 높여 발표하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 다만 EBS 강좌 반영도를 높인 결과 고득점자가 비정상적으로 늘어 변별력에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수능의 난이도 조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BS 강좌 강화와 수능 반영도 제고가 자칫 공교육 붕괴를 심화시킬 수 있음은 경계해야 한다. 사교육을 줄이는 궁극적인 해법은 결국 공교육 강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교사의 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국회는 무능ㆍ태만 교사를 솎아내고 우수 교사를 우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원평가제를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312금] 비둘기의 수난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은 아마도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인간의 죄악을 한탄한 신이 폭우를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겼다. 방주에서 한 동안 머물던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보내자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왔다. 드디어 홍수가 끝나고 땅이 나온 것이다. 무지개의 약속과 함께 비둘기가 평화의 전령이 된 연원이다.
‘비둘기파’는 강경론자인 ‘매파’에 대응해 온건론자를 지칭한다. 베트남전에서 ‘주전(主戰)’과 ‘주화(主和)’를 상징하면서 정립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강압과 대화를 동시에 구사하는 ‘올빼미파’도 있다.
비둘기는 옛날부터 인간 주변에 머물렀다. 길들이지 않아도 머물렀다, 떠났다, 알아서 돌아온다. 이 귀소본능을 이용한 게 전령구(傳令鳩)다. 1835년에 설립된 프랑스 AFP의 전신 아바스(Havas)통신은 한때 벨기에와 영국 뉴스를 ‘비둘기 익스프레스’로 전달받았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부터 편지를 전하는 전서구(傳書鳩)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런 비둘기도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앓게 된다.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를 잃어버린 비둘기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마당조차 없다’며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을 안타까워했다. 한데 구공탄 굴뚝 연기의 향수마저 사라진 지금, 축복의 메시지는커녕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돼 포획대상이 됐다. 쓰레기통을 뒤져 살이 찌면서 ‘닭둘기’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야말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캐나다의 강과 호수엔 ‘야생 오리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란 경고판이 있다. 이유는 겨울에 굶어죽기 때문이란다. 봄철 관광객들이 몰려와 먹이를 주는 바람에 새끼오리가 물고기 사냥술을 익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에는 관광객이 오지 않고, 따라서 자립능력을 키우지 못한 오리가 굶어죽는다는 얘기다. 비둘기의 경우도 인간들이 얄팍한 적선으로 야생본능을 빼앗고는 이제 볼썽사납다고 딴청인 것은 아닌가.
시용향악보에 유구곡(維鳩曲)이 있다. ‘비둘기는 울음을 울되 뻐꾸기가 난 좋아’란 내용이다. 고려 예종(睿宗)의 벌곡조(伐谷鳥) 일부라고도 한다. 여기서 비둘기는 겁이 많아 임금의 잘못을 말하지 못하는 신하, 뻐꾸기는 잘잘못을 직언하는 신하를 비유했다. 예종은 뻐꾸기를 고대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포획해야 할 ‘닭둘기’가 거리에만 있나.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100312금] 기도 세리머니
지난해 여성 댄스그룹 ‘브아걸’의 ‘시건방춤’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름 자체가 튀는 데다, 춤 내용 또한 현란해 순식간에 인기댄스로 자리를 잡았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따라추기 붐이 이는가 하면 동료 연예인의 흉내내기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시건방춤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그룹 멤버들의 자세다. 팔짱을 낀 채 턱을 들어 올리고, 눈을 내리까는 도도한 포즈 때문이다. 시쳇말로 건방진 느낌을 주는 콘셉트이다. 요즘 연예계에서는 튀는 제목에 도발적 춤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소몰이춤’ ‘보핍춤’ 등 별난 이름의 춤들이 경쟁적으로 선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인 듯싶다.
얼마전 막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의 곽윤기 선수가 신세대다운 메달 세리머니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이 대형 태극기를 펼쳐 놓고 큰절을 올린 데 이어, 곽 선수가 시건방춤으로 솔로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는 때론 웃음을 자아내고, 때론 풍자로 쾌감을 주기도 한다.
팬들이 기억하는 풍자 세리머니의 압권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안정환 선수가 선보인 ‘오노 패러디’가 아닐까 싶다. 스케이트 타는 시늉의 ‘오노 세리머니’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딴 것을 풍자한 것이다. 당시 팬들도 꽤나 쾌감을 느꼈던 듯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제스처’와 포르투갈과의 경기 당시 박지성 선수의 ‘쉿!’ 세리머니도 기억에 남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청용 선수의 입맞춤 세리머니도 곧잘 카메라에 잡힌다.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박주영 선수는 미끄러지듯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는 모습의 ‘기도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최근 조계종이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를 제지해 줄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식으로 공문까지 보냈다고 한다. “선수 개인의 종교도 존중돼야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조계종의 주장이다. 축구협회가 난감한 상황에 빠진 모양이다. 기독교계의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다.
스포츠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환희의 순간을 자축하는 자신만의 개성적 표현 행위일 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경기의 맛과 흥을 더하는 조미료 같은 선수들의 세리머니에 종교적 의미까지 부여하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것 같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유주희(국제부 기자)-20100312금] 끝나지 않을 싸움
지난해 조두순에 이어 올해는 김길태 사건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10일 부산 사상경찰서 앞에서 김길태가 압송되는 모습을 보며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흉악한 범죄자가 잡혔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의 검거 소식을 듣고 경찰서 앞에 모인 시민들의 살벌한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사건에 분노한다'는 사실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혀준다.
여기까지가 시민의 정서라면 이를 국가의 모럴이나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는 국회는 여전히 한가롭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야단법석을 떨며 20여건의 성범죄 방지 법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를 책임져야 할 국회의원들은 보다 큰 목표(?) 때문인지 법안 통과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몇몇 주정부와 유럽 국가들이 성범죄자에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일본의 경우 성범죄 전과자 중 10%가량이 출소 후 소재 불명이다. 출소시 거주지 등을 기록하도록 하지만 세세한 규정과 사후관리 절차가 없기 때문에 쉽사리 감시망을 빠져나간다.
성범죄자의 진짜 문제는 과도한 성욕이 아니라 사람을 장난감쯤으로 바라보는 사고관 때문이라고 한다. 성범죄는 단순히 한두개의 방어막이나 법규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지리하고 치열한 싸움을 펼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이야기다.
성범죄와 관련한 국회의 늑장대응에 원성이 높아지자 국회의원들이 부랴부랴 이달 말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른 민생법안에서처럼 여론에 등 떠밀려 움직이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일회성에 그치기가 십상이다.
여의도 동향을 확인할수록 악착같이 돈을 벌어 CCTV가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생업에 앞서 어린 자녀들 보호에 하루 종일 매달리는 것이 불행을 피하는 첩경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야수 같은 성범죄자의 마수에서 힘없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벗어나게 해주려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 노력은 더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