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춤을 추며 손짓하는 오서산(烏棲山)의 전경
(오서산 제2편)
루수/김상화
가는 곳마다 행복이 깔린 오서산(烏棲山) 이다. 나무 한 그루 바위 한 덩어리까지 왜 이리도 아름다울까? 가냘픈 허리에 은빛 나래를 달고 춤추는 억새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이 아닌가 싶다. 광활하게 산자락을 수 놓은 억새는,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이 넘쳐난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1만여 평의 광활한 지역에 억새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억새의 명소는 전국에 5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라고 한다. 오서산(烏棲山)은 산세가 수려하고 정상에 넓게 펼쳐진 억새밭은 하늘에서 내려준 보물 중의 보물이다. 내려다보이는 크고 작은 섬들과 어우러진 억새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억새 위에 쏟아진 햇살은 은빛 찬란하다. 이 광경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보는 이로 하여금 초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억새의 환영을 받으며 능선을 걸을 때 천수만의 전경이 자연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진다. 이 광경을 본 필자는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 쏟아냈다. 천국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보다도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자연의 황홀한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유일하게 이곳이 아닌가 싶다. 이 모든 것은 오직 하느님의 배려이시다.
보령시에서 세워놓은 오서산의 정상석 주위는 사방이 확 트였다. 아름다운 전경을 눈에 담기 바빴다.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 정상의 억새 숲이다. 가물가물하게 느낄 정도로 억새 능선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잘 깔아 놓은 데크 전망대가 나온다. 옆에는 또 정상 석이 세워져 있다. 이 정상 석은 홍성군에서 세워놓은 것이다. 이렇게 오서산(烏棲山)은 정상석이 2개가 있다. 먼저 본 것은 보령시에서 세워놓은 것이고 이곳에 있는 것은 홍성군 광천읍 에서 세워놓은 것이다. 이 2개의 거리는 얼마가 되는지 모르지만 몇백 미터 되는 것 같다. 오서산(烏棲山)은 아마도 행정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석까지 두 개를 볼 수 있다. 광천에 세워 놓은 정상 석엔 글도 아름답다. "억새에 스며드는 서해의 낙조" 오서산이라고 새겨 놓았다. 그리고 이곳은 791m라고 써 놓았다.
산울림 가족은 하늘이 내려준 이 아름다운 정상에서 휴식 겸 간식을 즐기기로 했다. 서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고 간식을 즐긴다. 사색하는 듯 앉아서 자연도 감상한다. 가을의 고운 햇살이 내 몸과 가냘픈 억새의 몸에 내려앉는다. 산들바람은 날씬한 억새의 얼굴을 스치며 귀엣말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들은 억새는 너무도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기쁨에 취했는지 흥에 겨웠는지 억새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쏟아져 내린 햇살은 억새를 은빛 찬란하게 만들어낸다. 억새는 나래를 펴고 춤을 추느라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 사랑의 노래가 사르르 흘러나온다. 산울림 가족은 자연이 만들어 낸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대화 소리 또한 즐겁다. 신인희 감사는 역시 이곳에서도 산울림 가족의 어머니 역활을 한다. 혹시 누가 외롭게 앉아 있는지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본다. 그러면서 자기는 진작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한 듯하다. 수십 명의 어머니 역할은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 역시 하늘에서 점지해 보낸 사람인 듯하다.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아름답게 깔아 놓은 데크의 양쪽엔 억새가 손짓하며 놀다 가라 한다. 자기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자고 몸을 흔들며 애교도 부린다. 예쁜 전망대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니 눈길이 가는 곳마다 그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다. 천수만이 보이고 드넓은 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천수만에는 배 한 척 유유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넓은 평야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마음도 평화가 깃들기 시작한다.
오서산 전망대는 멀리 서해와 은빛 찬란한 억새꽃의 장관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자리는 과거 오서정(烏棲亭)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많은 등산객의 쉼터가 되어왔을 것이다. 2010년 9월 전망대에서 정암사까지 1,600개의 계단을 깔아 놓았다. 계단을 깔아 놓아 초보자들이 등산하기엔 매우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의 흙을 밟고 싶어서다. 이젠 하산을 해야 한다.
하산 길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최대해 산 대장이 선두에 선다. 최 산 대장은 언제 보아도 책임감이 대단하다. 혹여 회원들이 뒤처질까 또는 불상사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나 보다. 늘 걱정을 하는 기색이다. 이렇게 책임감이 투철한 산 대장이 있다는 것은 산울림의 큰 복이다. 하산하는 길은 흙길이지만 너무도 가파르고 먼지가 심하게 난다. 걸으며 바라보는 곳엔 억새는 보이지 않고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간혹 소나무들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조금 걸으니 계단을 데크로 깔아 놓은 곳이 나온다. 계단 수가 1,600개가 된다고 하니 하산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이곳을 걸어 내려간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오늘 나에게 주어진 운명인 것을!! 얼마 걷지 않아 몸이 지쳤나 보다. 전신에 맥이 빠진 듯 힘이 하나도 없다. 한 발짝도 걷고 싶지 않은 싫증을 느낀다. 아마도 필자는 계단을 싫어하는 탓인 것 같다. 그런데 뒤에는 본 산악회의 수장인 황 면연 회장이 따라온다. 황 회장은 늘 힘찬 목소리로 회원들에게 기를 불어 넣어준다. 어떻게 하면 산울림 가족을 행복하게 해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다. 그 기를 받아서인지 순식간에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참 희한도 하다.
한참을 걸었다. 정암사까지 왔다. 경내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사리탑 공덕비도 크게 세워놓은 것을 보았다.
정암사는 백제 성왕 5년 담욱(曇旭) 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기 2532년 충남 전통사찰 68호로 지정되었다. <<여지도서>> <<신중동국여지승람>>의 결성현 [사찰조]와 [산천조]에 소개되고 있으며, 이이 송시열 권상하로 이어지는 기호 성리학의 거두 남당 한원진의 학처(學處)이기도 하다.
오서산(烏棲山)의 <烏> 는 삼족오(三足烏)를 뜻하며, 태양과 산악숭배를 했던 백제인들의 신앙처로서, 당나라 지리서 <<한원>> 의 [백제전]에 계룡산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이후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천제(天祭)를 올렸으며, 백제 부흥 운동의 거점이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오성산(烏聖山)으로도 불리며, 지역주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오고 있다.
불기 2556년 석탄일에 주지 장보정은 적묵당을 이전한 자리에 탑을 조성하고 스리랑카로부터 진신사리 5과를 모셔와 봉안하였다.
불조의 혜명을 이어온 역대 조사와 정암사 창건 이후 1500년을 지켜온 선지식들의 깊은 신심에 감사드린다.
* 선지식[善知識] = 불교의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을 말함
백제의 혼불 오서산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자. 오서산은 홍성군, 청양군, 보령시의 경계 부분에 걸쳐있으며 홍성군 쪽으로는 광천읍과 장곡면 사이에 동서로 길게 걸쳐있다. 옛날부터 서해의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의 등대 구실을 해서 서해의 등대 산으로 통하기도 한다.
오서산은 백제 때는 "오산(烏山)"으로 불렀고 통일신라 때는 오서악(烏西岳)이라 불렀다. 당시에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산으로 숭배되어 성대한 제사 의식을 올리던 산이다. 오서산의 이름에 들어 있는 "오(烏)"는 "새"를 넘어 하늘과 통하는 신성한 의미의 까마귀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을 억새꽃과 천수만 바다가 아름답다. 오서산에는 정암사와 내원사 등의 오래된 절이 있고, 백제 부흥 운동의 주역인" 복신 전설"이 깃든 복신 굴도 있다.
산울림 가족은 신께서 돌보시는 것 같다. 한 사람도 낙오 없이 무사히 오서산 산행은 마쳤다. 참으로 장하다.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지금부터는 저녁 식사 겸 뒤풀이를 할 차례다. 식당을 들어갔다. 맛있는 음식 내음이 진동한다. 서석태 초대회장과 이준태 고문 김문환 고문 그리고 가철로 고문과 필자가 한자리에 앉았다. 이 4분은 산울림의 큰 바위라 할까, 바람을 막아주는 큰 산과 같은 분들이다. 잠시 후 황면연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산울림을 위하여, 라는 건배사를 우렁차게 외친다. 시끌버끌한 분위기가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행복의 웃음소리가 향기롭게 터져 나온다. 그래서 웃음바다를 이룬다. 그때 산울림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인 이준태 고문께 김문환 고문께서 호를 지어 선물한다. 호는 서포(瑞圃)라는 좋은 호를 선물했다. 돈독한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도 지나간다. 오늘 산행은 여느 때 보다도 행복한 산행이었다.
2019년 10월 27일
첫댓글 행복한 산행을 하고나서 쓰신 기행문 잘 보았습니다.
건강 잘 지키소서~♡
감사합니다
비추/김재원 시인님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루수/김상화 네 선생님도 건강 잘 챙기소서~♡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재원 시인님!
날씨가 꽤나 추었는데 오늘부터는 추위가 멈는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