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복동 할머니가 국정감사에서 던져준 소름끼치는 깨달음

[선의본자리]

편도선염이 너무 심해, 간이 망가진 환자라면 가능하면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다량으로 먹은 상태에서 위안부협상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를 시청하다, 속옷을 축축하게 적신 식은땀을 한순간에 얼어붙도록 만드는 소름이 끼치는 부분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생생하게 경험한 노모로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그 당시에도 위안부는 대다수 조선인에게는 투명한 존재처럼 보이지 않고, 가족들에 의해서도 철저하게 은폐돼야 할 존재였다. 

일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양반 출신이어서 한반도로 착출된 가난한 일본인들과 수없이 싸웠던 노모도 당시에는 위안부의 존재여부를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다. 88세의 노모는 필자와 함께 녹화된 국정감사를 보며 눈물을 훔치며 분노를 금치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으로서 잘못된 교육을 받았을지언정 조선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며 김복동 할머니의 발언을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경청하셨다.

위안부할머니들은 그런 존재였다. 같은 민족만이 아니라 가족들마저도 일본군의 성노예였다는 사실을 감춰야 살아갈 수 있었던 더없이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에는 위안부로 끌려갔지만 사실관계가 밝혀진 분들이 전체의 20~30%도 안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너무 오래 전에 읽은 내용이라 장기기억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것이 김복동 할머니의 말씀에 불연듯 떠올랐다. 

김복동 할머니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김태년 위원장이 다수의 위안부할머니들의 동의를 빌미로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일침을 가했다, 그들은 가족이 일본의 돈을 받으라고 강요했으며,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정도며, 잘못된 정보를 속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김복동 할머니의 말씀은 필자로 하여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우쳐주는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자신이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을 당했음을 밝힌 분들의 상황이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 모두가 일본의 거출금이라도 받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이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도 않으며, 그들까지 대신해 일본 정부와 수십년 간 싸움을 벌였던 할머니들이 원하는 사과와 배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데는 동의하지만, 각자가 처한 환경 때문에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헌데 필자는 노모보다 몇 살 많은 김복동 할머니의 소름끼치는 말을 들으며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일부 할머니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 분은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기 때문에 새삼 위안부 할머니로 추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최소한 김태년 이사장이 만났다는 분들의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그분들을 알 터이고, 그들의 상태를 알고 있을 테니,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거출금 일부를 받겠다는 할머니들에게 돈이 필요한 것이라면 국민들이 대신해서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분들이 비참하게 사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정부를 대신해 국민이 직접 그분들의 마지막 꿈을 대신해주며, 일본을 상대로 법적 사과와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현실을 이용해 위안부협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와 핵심 담당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객관적인 방식으로 그분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부 관계자가 무슨 말을 했기에 동의를 했는지, 그분들의 자신의 뜻대로 결정을 내렸는지 일일이 확인해서 오용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국정감사를 통해 새삼 확인한 것은 어떤 법적 사과와 배상의 의미가 담겨 있지 거출금으로 위안부협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로 이분들의 동의가 이용되기 때문이다. 

당장 정대협은 이분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분들에게 자신이 받는 돈이 배상금이 아닌 거출금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그에 해당하는 돈을 국민들이 모아주면 정부 관계자에게 동의했던 것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인지 확인해서 발표해야 한다. 만일 그분들이 정부의 잘못된 회유에 의해 동의를 했다는 것을 밝힐 수 있다면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을 무효화시키고, 이를 주도한 박근혜를 할머니와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리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글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힘겨운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죄송함에 대한 최소한의 죄값이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다. 정부가 숨기고, 야당이 밝혀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여러분이 직접 밝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복수요, 역사의 정의와 정당성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오늘 필자는 수없이 많은 책에서 배우지 못한 깨달음을 김복동 할머니의 한맺힌 말씀에서 소름끼치도록 배웠다. 

우리가 위안부할머니들이 겪어던 반인륜적인 피해와 영혼의 살인을 제대로 처리할 때만이 끝끝내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못하고 죽었거나, 아직도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는 분들에게 그 오랫 동안의 천추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김복동 할머니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지적해주셨고, 우리는 그것을 실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정당성을 상실한 박근혜 정부를 최대한 빨리,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단죄하려면 지금부터의 우리는 어제까지의 우리와 달라야 한다.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전문적일 정도로 철저하게 하나하나를 처리해가며, 연대하는 사람들을 늘려 정의와 민주주의의 실현하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최대한 축적해야 한다. 축전된 힘이 세상을 뒤엎을 해일로 자라나 이땅에 자리한 친일의 잔재들을 모조리 쓸어내릴 수 있도록.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을 원천무효화시키지 못한다면 이땅의 특권층에 자리잡은 악질적인 친열부역자를 영원히 청산하고 단죄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협상을 바로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시대적 과제인지 깨달을 때만이 우리는 지난 역사의 비극과 무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떤 협상보다 많이 나갔으면서도 어떤 협상보다 문제가 많은 박근혜와 아베의 위안부협상을 원천무효화시켜 새로운 협정을 맺을 때 할머니들은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3727137&RIGHT_DEBATE=R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