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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수 필 ((( 에세이 아카데미 ))) 원문보기 글쓴이: 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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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지성과 풍요로운 미식 문화가 조화를 이룬 감동의 땅 볼로냐) |
대뜸 프란체스코에게 물었다. “모차르트 말이야. 14살 때 볼로냐로 왔잖아. 그때도 라구 파스타를 먹었을까?” “글쎄. 요즘 스타일의 라구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고기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를 먹었을 거라는 건 확실해.”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그가 14살이던 1770년에 볼로냐를 찾았다. 잘츠부르크 태생의 이 꼬마 신동은 곧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의 크나큰 환대를 받게 된다. 우선 기본적으로 대주교구 도시인 잘츠부르크에서 당시 교황령이었던 볼로냐로 건너 왔으니 대접이 융숭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모차르트는 또 타고난 음악신동 아닌가. 남들은 몇 년씩 걸린다는 음 악 아카데미(Accademia Filarmonica) 입회를 겨우 그 나이에 가볍게 패스하고, 아예 볼로냐 명예시민증까지 손에 받아 쥔다. 이때 밀라노와 볼로냐를 오가며 소년은 오페라 하나를 작곡했는데 <폰토의 왕 미트리다테 Mitridate, Re di ponto>가 그것이다. 세상에, 지금이면 겨우 중학생일 꼬마 소년이 무려 오페라를! |
2004년 결성되어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음악감독을 맡았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Orchestra Mozart Bologna)는 홈그라운드가 볼로냐고, 이름에도 볼로냐가 들어간다. 여기에 어떤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이 소년 모차르트가 3개월간 볼로냐에 머물며 펼쳤던 음악활동이다. 모차르트는 이탈리아에서 기악 음악의 원류, 당대의 새로운 오페라 사조 등을 배웠고 또 이탈리아 땅이 주는 풍요로움에 젖어 제법 많은 음악을 작곡했다. 특히 볼로냐에서는 백작 가문의 대저택에 머물며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니, 아마도 당대 최고의 볼로냐산 미식들을 전부 섭렵하기도 했을 것이다.
소년 모차르트는 이탈리아에서 체험한 그 풍요로운 문화예술적 자산 - 그 본능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깊이와 세련미를 더해가게 된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Sinfonia Concertante in Eb major K.364)>는 모차르트가 1779년에 발표한 음악이다. 이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역사상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걸작이기도 하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란 둘 이상의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연주를 이어가는 형식으로, 협주곡과 교향곡적인 특성을 두루 갖춘 일종의 ‘2인3각형’ 기악곡 양식이다. 모차르트의 이 음악은 특히나 풍부한 서정과 정묘한 음악 전개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2악장 안단테의 선율을 잊을 수 없다.
기왕에 라구 소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만 더. 볼로냐에서는 스파게티면이 아니라 좀 더 굵은 탈리아텔레 면에 라구 소스를 얹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라구 소스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모르타델라, 프로슈토 등 햄류를 함께 넣고, 양파, 당근, 샐러리 등의 야채에 각종 허브, 치즈와 와인, 토마토 소스를 조금 넣어 장시간 푹 고와서 만들게 된다. 시중에서 병에 담아 팔고 있는 소스들은 대개 단맛이 너무 강해서 마음에 안 들었다. 급기야 집에서도 몇 차례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 볼로냐 현지의 그 맛은 재현하기 쉽지 않다. 역시 음식이란 그 땅의 토양과 그곳 사람들의 마음이 합쳐져야 제대로 된 것이 태어난다고나 할까. 오늘도 ‘볼로냐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볼로냐 명예시민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