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승낙이 없이
[몬 1:14]"다만 네 승낙이 없이는 내가 아무 것도 하기를 원치 아니하노니 이는 너의 선한 일이 억지 같이 되지 아니하고 자의로 되게 하려 함이로라..."
네 승낙이 없이는 내가 아무것도 하기를 원치 아니하노니 - '승낙'에 해당하는 헬라어 '그노메스'는 일반적으로 '견해'나 '결정'을 의미하나, '사전 지식' 혹은 '승낙'의 의미를 내포한다 . 한편 '원치'의 헬라어 '에델레사'는 '에델로'의 부정 과거로 앞절의 '에불로멘'과는 달리 '실제적인 행위'에 강조점을 둔다. 이는 바울이 오네시모와 함께 있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빌레몬의 동의가 없이는 절대로 함께 있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이것은 본절의 상반절에서 밝힌 바울의 생각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너의 선한 일이 억지 같이 되지 아니하고 자의로 되게 하려 함이로라 - 바울은 본 절에서 상반된 개념을 사용하여 자신이 빌레몬의 승낙을 구하는 이유를 밝힌다. 상반되는 두 단어 '억지 같이'와 '자의로'중 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행하도록 요구하는 외부적 압력을 의미하며, 후자는 자유롭게 스스로 내리는 결정을 뜻한다.
바울은 오네시모에 대한 빌레몬의 결정이 자신의 사도적 권위나 압력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그리스도의 은총하에서 자발적으로 선택되기를 원한다. 한편 '선한 일'에 해당하는 헬라어 '토 아가돈'은 도덕적으로 선한 것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그리스도의 은혜 가운데 행해지는 '친절함'이나 '좋은 결과를 맺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6절에서 언급된 '선'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몬 1:15]"저가 잠시 떠나게 된 것은 이를 인하여 저를 영원히 두게 함이니...."
개역성경에는 '가르'('왜냐하면')가 생략되어 있다. 본절은 앞절에서 바울이 빌레몬에게 오네시모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한편 '타카' 역시 개역성경에는 생략되어 있는데 바울은 '타카'를 사용함으로써 오네시모의 도망 사건 배후에 있는 하나님의 섭리를 암시하고자 했다. 떠나게 된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에코리스데'는 '코리조'의 부정 과거수동태로서 하나님의 숨겨진 섭리가 오네시모의 도망 사건 배후에 있었음을 암시한다.
히브리어에서는 이런 수동태를 소위 '하나님의 수동태'라고 부른다. 이는 이미 행해진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인격자로서의 하나님의 숨겨진 의도를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바울은 오네시모가 도망간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떠나게 된' 것이라 묘사함으로 오네시모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빌레몬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뿐만 아니라 빌레몬의 관심을 오네시모 사건에서 잘못된 일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옮기고 있다.
영원히 두게 함이니 - '두게 함이니'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페케스'는 빌레몬과 오네시모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관계인 한 형제로서의 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아페케스'는 '영원히'와 상관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영원히'에 해당하는 '아이오니온'은 '프로스 호란'과 대조되는 개념으로서 오네시모의 도망이 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한 반면에 그것을 통해서 이루어진 빌레몬과 오네시모의 한 형제 관계는 영원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몬 1:16]"이 후로는 종과 같이 아니하고 종에서 뛰어나 곧 사랑 받는 형제로 둘 자라 내게 특별히 그러하거든 하물며 육신과 주 안에서 상관된 네게랴..."
종과 같이 아니하고...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 - '종과 같이 아니하고'에 해당하는 헬라어 '우케티 호스 둘론'에서 바울의 세심한 언어적 표현을 볼 수 있다. 바울은 '호스'를 사용하여 '종'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아니하면서 전과는 다른 신분 즉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로서 오네시모를 대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바울이 '오네시모'를 '사랑받는 형제'로 부르고 있는 데서 분명히 나타난다.
내게 특별히 그러하거든 하물며 육신과 주 안에서 상관된 네게랴 - 바울은 본절에서 자신과 오네시모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빌레몬에게 당연히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을 권고한다. '특별히'에 해당하는 헬라어 '말리스타'는 '말라'('매우')의 최상급으로서 '무엇보다도 가장'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바울이 오네시모를 얼마나 사랑하는 형제로 생각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또한 바울은 '빌레몬'과 '오네시모'의 관계를 '하물며'라는 부사를 사용하면서 부연 설명한다.
'포소말론'은 '말리스타'보다 더 강한 뜻으로 바울이 오네시모를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사랑해야 함을 나타낸다. 그 이유는 빌레몬과 오네시모가 '육신과 주 안에서' 서로 상관된 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육신 안에서'는 '인간적 관계' 즉 '주인과 종'의 외적 관계를 의미한다 . 반면에 '주 안에서'는 '영적 관계'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시사한다.
[몬 1:17]"그러므로 네가 나를 동무로 알찐대 저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
그러므로 - 이 접속사는 본절 이하의 내용이 앞서 오네시모에 대해 변증한 내용에 대한 결론임을 의미한다. 네가 나를 동무로 알진대 -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영접하라고 호소하기 전에 호소의 근거로서 빌레몬과 자신과의 밀접한 관계를 상기시킨다. '동무'로 번역된 헬라어 '코이노논'은 '공통적 관심과 사역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동료'를 의미한다. 이것은 본서의 앞에서 설명한 '동역자'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코이노논'은 결코 사업상 관계나 우정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를 전제로 한 동료 관계를 의미한다. 저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 - '내게 하듯'에 해당하는 헬라어 '호스 에메'를 통해서 바울은 자신과 오네시모를 동일시 하고 있다.
이처럼 바울이 빌레몬에게 자신을 영접하는것과 동일하게 오네시모를 영접해 줄 것을 호소하는 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1)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영접이다. 바울은 로마 교인들에게 서로 영접하라고 권면한 바 있다 '영접하는 행위'는 그리스도인들의 의무이다. (2)'동역자'로서의 영접이다.
바울이 빌레몬과의 관계를 '동역자'로 밝히고 나서 오네시모를 자신과 같이 영접하라고 빌레몬에게 권면하는 것은 오네시모를 바울의 동료로서 영접하라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바울은 이미 오네시모가 자신을 돕고 있었음을 암시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울은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그리스도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역을 감당하는 동료로서 영접하기를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