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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좋은글 스크랩 □ 개똥금지
수련(김성희) 추천 0 조회 21 13.01.18 10:4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금강변 (사진:최용우)

 

개똥금지

날씨가 풀리니 쌓여있던 눈이 녹아 눈 속에 감추어져있던 것들이 드러납니다. "여보 여보 여보 조심해 조심 사방에 개똥이야 여긴 개똥밭인가봐. 얘들아 너희들도 아무거나 발로 차지마. 다 개똥이니까.."
주일예배를 마치고 나와 차를 타기 위해 가다보니 골목이 온통 개똥천지입니다. 길거리 전봇대에 누군가가 <개똥금지. 신고한다>고 신경질적으로 글씨를 써서 붙여 놓았길레 웃으며 사진을 찍었었는데, 이 골목에 사는 사람이라면 저런 글씨를 써 붙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위당 선생님이 추운 겨울날 걸어서 집에 가는데 길모퉁이에서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바람막이 포장을 쳐놓고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포장 앞과 양옆에 <군고구마>라는 글씨를 써 붙였는데, 초등학교 1학년생이 쓴 것처럼 서튼 글씨가 안에서 타오르는 불빛에 반사되어 너무나도 따뜻하게 보이더라는 것이지요. "아! 얼마나 훌륭한가. 이 글씨는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반갑고 따뜻한 것인가! 부끄럽다. 내 글씨는 저 '군고구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 아닌가?"
<개똥금지. 신고한다>는 글씨 속에는 개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불편한 심기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군고구마>라는 글씨 속에는 삶의 절실함과 팍팍함과 고단함까지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단어 하나를 쓰더라도 무심코 쓰거나 습관적으로 쓰지 말고 절실하게, 절박하게, 치열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는 사람 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은 결코 엄벙대며 대충 살아서는 안 되는 세상 같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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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557] 2013.1.18.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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