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College of Social Work, MSW 과정에 계신 장경희 학우의 여행기입니다.
5.10.2002
굳게 마음을 먹었건만, 도저히 너무 졸려서 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룸메이트 밥은 안 굶깁니다"라고 큰소리 친 걸 증명해보려
고 해봤지만, 이른 출근을 위해 6시 30분에 하는 식사는 아직까진 내게
무리다. 8시쯤에 전화 벨이 울렸는데 무선전화기 사용법이 달라서 받지
못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언니의 메세지를 들었
다. 언니 회사에 전화하려구 하는데 자꾸 통화중 신호가 온다. 결국 언니
의 두번째 전화를 받았다. 언니가 오늘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혼자만의 여
행 잘하라고 격려한다. 프랑스 여행 책자로 무장한 채, 보무도 당당히 파
리 거리로 나선다. 그러나 초장부터 어려움이 가로막는다. 언니의 아파
트 출입구 문이 열리지 않는다. 건물 안에서 갇혀 못나가고 있는 내 모습
이 ... 바보아냐?. 10분간 문고리와의 격전 끝에,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드디어 혼자서 파
리 거리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오래 이 거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거리를 걸었다. 10장짜리 회수권(까르네)을 사려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갔
다. 표파는 아저씨가 나의 아주 간단한 단! 두 ? 떫?불어("Un Carnet")
를 못알아 듣는다. 그리고는 소리친다, "One ticket?" 아저씨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아저씨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오리무중인
채로, 언제나 그렇듯이 "Yes!" 회수권 한장과 거스름돈이 쩡그렁 내 앞
에 떨어진다. '이게 아닌데 ...' 잠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사태파악을
하다보니, 회수권은 어디가고 거스름돈만 내 손에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한
다. 뭔가 요청을 해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아마 뒤에 있던 사람이
덜렁 집어간 모양이다. 맥이 쭈-욱 빠지지만, 포기할 수 밖에 ... 뭐 뾰
족한 수가 있나? 구석에 표파는 기계가 있다. 다시 까르네를 사려고 끙끙
거려보는데, 이번에는 신용카드 승인 받는데서 꽉 막혔다. 도대체가 어떻
게 카드를 어느 구멍에 넣어야 하는지 워. 도대체 어떻게 넣으란 말이
야? 잘해놔야 할 거 아니야? 어쨌거나 기계에 머리를 박고 천신만고 끝
에 까르네 한 묶음을 손에 넣었다. Un plan de Paris(파리교통지도)를 보
니 파리의 대강의 그림이 들어온다. 사실 어디로 가야할지 아무 계획이
없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난 지하철이 싫다. 바쁠 것도 없는데 땅밑
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 목적지로 맹목적으로 향하는 건 매력없다!)
에 가니 '레알' 가는 버스가 있다. 뭐, 거기 가지 뭐. 급할 것도 없고,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무계획'이니 ...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
다. 9년쯤 친구랑 한번 왔었는데도, 버스요금을 어떻게 내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르신들이 그냥 버스에 오른다. 다음 정거장에서도 유심히 다른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는 것을 지켜봤는데, 운전석 옆 기계에 표를 넣으
니 덜컥하는 소리가 나고 다시 그 표를 가져간다. 정액권인가? 그냥 요금
내는 것을 포기(?)했다. 표 하나를 벌었으니, 잃어버린 표 하나를 다시
찾은 셈 아닌가? 내릴 때가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 어디쯤 있는지 보
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목적지쯤 지나치면 어쩌랴. 걸으면 그만이지.
난 이런 여행이 좋다. 옆에 앉은 중년부인이 내게 프랑스어로 뭔가 묻는
다. '뭐라구요?' 그러는데 그분이 손을 뻗어 내 쪽에 있는 '벨'을 누른
다. 나한테 대신 그 벨 좀 눌러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누울자리를 보
고 자리를 뻗으셔야지... "죄송합니다!"(길게 이야기를 할 수 없으므로)
라고 말했지만 도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눈치다. 아님
좀 화가 났? 쩝? 내가 얼굴을 보고 살짝 미소를 띄웠는데도 불구하고, 웃
어주지도 않는다. 미국사람 같았으면 안 그랬을텐데 ... 하는 생각이 난
다. 우야둥둥 나는 제 때에 내렸다. 9년전 기억이 그래도 아주 없어지지
않았구나. 유명한 '퐁피두 센터'에 들어가려고 보니 줄이 장난이 아니게
길다. 그래서 꼭대기에 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하는 계획을 포기했다. 미
술관 말고 다른 입구가 있으면 줄이 길지 않을텐데 싶어서 물어볼까 하다
가 그만 두었다. 꼭 그 건물에 들어가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근처
에 있는 카페의 가격들을 둘러보고 가장 저렴한 곳에 카페를 골라 자리
를 잡았다. 웨이터에게 '봉쥬르' 하고 나니, 더 이상 프랑스어가 기억이
안난다. 웨이터는 자기는 영어 못한단다. 언니랑 마셨던 커피를 시키려
고 했는데(에스프레소는 독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모금 마시면 바닥
이 보이는 것이 싫다. 리필도 안해주는데 ...)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
다. '카페 아롱-'로 시작하는 거여서 메뉴를 보면 알겠지 싶었는데 메뉴
에는 없다. "카페 아롱- 뭐시기 없어요?"하고 물었더니 "Coffee long?"
영어와 손짓으로 나는 에스프레소가 적고 진해서 싫고 좀 약한 걸 먹!
고 싶다 ... 얘기 해봐야. 날 잡아잡수 하고 있다. 그래 뭐. 그냥 에스프
레소 주이소! 커피와 함께 응獵?생크림이 얹어진 크레페(팬케익)를 먹고
싶었지만 웨이터는 쵸코렛 크레페 먹을래? 아니면 '쉬크르' 크레페 먹을
래? 스크르??? 그게 뭐였지? 영어로 된 메뉴를 가져와서 보니, 아! 설탕
이었구나. 시럽을 얹은 건가부다 싶어 시켰더니 웬걸. 판판한 크레페 위
에 하얀 설탕이 쫘악 뿌려져서 나왔다. 아! 또 이게 아닌데 ... 외국 여
행을 하면 음식시키는 게 제일 어렵다. 거의 한번도 먹고 싶은 걸 제대
로 먹은 적이 없다. 카페를 떠나기 전에 꼭 들리는 곳 화장실(아니면 돈
내고 들어가야 되니까!)을 다녀오니 돈도 안 냈는데 모두 다 치워져 있었
다. 그냥 나와? 흠. 그럴 수는 없지. 손짓 발짓 해가면서 설명하고 돈을
지불하고 나섰다. 레알 부근에 벼룩시장이 섰다. 길거리 먹거리들과 패
션 소품이며 예쁜 수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커다란 프라이팬에 감자
랑 햄이랑 양파랑 치즈가 범벅이 된 것이 있기에 먹어봤다. 처음에는 맛
있었는데 다 먹고 나니, 속이 느끼한 것이 다시 커피가 너무너무 먹고 싶
어졌다.
걸어걸어 정처없이 걸어, 2개의 성당을 지나고 세느강변을 지나 노틀담성
당 앞에 있는, 언니와 함께 갔던 카페에 앉았다. 영어를 하니가 처음 '봉
주르'를 친절하게 하던 웨이터가 퉁명스러워진 느낌이다. 식탁을 정리하
는데도 포크며 나이프를 거의 내던지듯 한다. '깨지겠다! 깨지겠어' 여기
서 드디어 내가 원하던 것이 '카페 아롱제'라는 것을 알았다. 조금 있으
니까 돈내란다. 교대시간이 되었나보다. 무슨 웨이터가 메르시(고맙다!)
도 안하는지 원. 나두 쳐다보지도 않았다.
언니와 집에와서 저녁을 먹고 파리 밤거리에 나섰다. 낮에도 파리는 이쁘
지만 조용하게 침묵 속에 잠긴 밤의 파리는 또 하나의 분위기다!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진 건물을 가르치며 언니가 "저게 오르세 미술관이야"한
다. "이뿌네 ..."했더니, 언니가 다른 사람들은 예술이라면서 경탄을 금
치 못하는데 너는 고작 그거냔다. 10을 느껴도 1밖에 표현 못하는 거, 그
렇게 생겨먹은 거 우짜겠노? 난 아마 파리 10년 살아도 연애 한번 못할
거다. (어? 누구 이야기 같네???)
카페 게시글
이런저런 얘기
프랑스 여행기 - 세느 강변과 카페 아롱제
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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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15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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