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무기한 미루고 있다고 한다. 신종 플루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발걸음이 뜸해진 것. 성수기면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티켓을 구할 수 없어 애꿎은 달력만 넘기며 한숨짓던 때와 상황이 정반대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여행 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어떻든, 마음속 저 밑에서 꿈틀대는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갈망과 동경을 막을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최근의 여행 책들은 자기만의 여행 기술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지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손으로 슥슥 그린 그림과 카페 천국 홍대와 뉴욕의 카페를 비교하고 일드 속 주인공이 있던 장소에 가보기도 한다. 아니면 낯선 나라에 대한 이야기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 세계 여행자들은 지금도 자신의 방식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일러주는 책을 읽다 보면 나에게도 딱 맞는 여행의 기술을 찾게 되는 기특한 마법을 만날 수 있을지도.
1 Leaving Living Loving
저자가 중국 ‘선전’이라는 낯선 곳으로 떠나 제2의 삶의 공간으로 그곳을 바라보기까지 이야기. 그 모든 중심엔 ‘사람’이 있다. 그곳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받는 조언, 중국에서 사귄 친구들의 집을 공개하면서 ‘선전’에서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2 드라마 속을 누비다, 드라마 인 도쿄
드라마를 보면서 ‘아, 저 장면에서 나온 곳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 장소를 여행하면 잠시 잠깐 스스로 드라마 주인공이 되는 감정에 빠진다. 일드의 고전 ‘히어로’에서 최신작 ‘마이걸’까지. 특정 드라마를 정해 드라마 핵심 코스 따라잡기로 여행을 해도 좋고 각각의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장소로 동선을 짜서 여행을 해도 즐거울 것이다.
3 홍대와 뉴욕이 카페로 통한다, 카페 탐험가
열린 마음과 호기심, 부지런함을 지닌 두 부부(홍대앞 토박이로 아트디자인 작업을 하는 남편과 홍대앞 문화 매거진 <스트리트 H>의 편집장인 아내)는 맨해튼에서 브루클린까지 다양하게 뉴욕 카페를 섭렵했다. 그 길에서 자연스럽게 뉴욕 스트리트 예술, 뉴욕의 벼룩시장, 그 외 베이커리, 레코드 가게, 뉴욕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와 뉴욕의 백년 전통의 지하철까지 볼 수 있다.
4 그림에 여행의 기억을 두다,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
그녀에게 그림 그리기는 여행 속에서 본 것들을 눈에 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책에 실린 그림 속에서 포르투갈을 보다 보면 구석구석 낡은 데다 도시다운 화려함은 없는데 사랑스럽다. 그림 솜씨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낯선 곳으로 떠날 때 여행 가방 속에 두툼한 스케치북 한 권을 가방 속에 끼워 넣고 싶어진다.
5어느 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파리는 멀쩡한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도시라고 박재은은 정의한다. 늘 타인과 함께 사는 생활에서 나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을 못하던 사람이 파리에 가면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파리의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선택, 자신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감정을 듬뿍 담아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시간을 끄집어내는 계기는 한 장의 편지들. 총 서른두 장의 편지들이 전해주는 기억들을 맛보길.
6 그린란드 지구의 중심을 걷다
아직은 낯선 미지의 땅 그린란드에 대한 보고서. 3년 동안 직접 현지 취재를 거쳐 수집한 생생한 정보를 담았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 북극곰 문제, 바다표범 사냥 문제 등의 사회문제와 연결해 한 나라를 바라보는, 여행에 대한 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새삼 놀라운 경험일 듯.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곽정은 | 21세기북스
갖고 싶은 남자를 갖는 법이라는 매혹적인 부제가 이 책이 말하는 ‘그것’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바로 사랑도 하나의 전략이라는 것. 내게는 왜 멋진 남친이 생기지 않는 걸까 한탄만 하면서 아직 연애의 로망에서 깨지 못한 여성들에게 좀 더 치밀해질 것을 권한다. 먼저 자신이 연애 시장에서 어디쯤에 속하는지 주변 사람에게 나의 첫인상과 패션 센스, 말투 등에 대해 5가지 질문을 건네자. 이를 통해 질문으로 스스로 냉정히 분석하고 자신이 원하는 남성상을 구체적 형용사로 정립하자. 마지막으로 남자가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여자로 포지셔닝하라는 것.
7년간 약 1천 명의 남자를 만나며 취재한 <코즈모 폴리탄> 에디터인 저자의 추천이니 믿어도 좋다. 이렇게까지 머리를 써가면서 남자를 만나야 해? 라고 되묻는다면, 어느 날 예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친구가 멋진 훈남을 옆에 끼고 나와도 억울해하지 말도록.
이기적 식탁 이주희 | 디자인하우스
이 책은 스토리와 레서피가 묘하게 섞여 있다. 누구나 음식에 대한 추억이 있다. 저자도 마찬가지. 책에 담긴 이야기는 상대방을 위해 행복한 마음으로 요리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레서피도 아니고 발로 직접 찾아다니며 건져낸 맛집 소개도 아니다. 온전히 자신의 식탐과 호기심, 소비적 성향을 채우기 위해 만든 탐식의 다이어리며 그 안에는 길거리 떡볶이와 어묵국, 신선한 생크림과 달걀 맛을 곁들인 카르보나라로 연애와 쇼핑, 고단한 사회생활까지 풀어줄 식탁이 차려진다. 이야기를 읽다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면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자. 이 책 중간에 빵 뚫린 작은 펀치 구멍에 연필이나 젓가락을 꽂으면 책이 90도로 펼쳐진다. 부엌에 세워놓고 말 잘 듣는 요리책으로 활용하자. 책의 가운데 메모지에는 자신만의 레서피를 적을 수 있다. 특히 저녁 8시 식탁 파트의 생굴로 파티하던 저자의 이야기는 연말 친구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파티를 할 때 따라 해보면 유용할 것 같다.
레이첼 조의 스타일 시크릿 레이첼 조 | 위즈덤하우스
할리우드 스타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에게 멋진 스타일링 롤 모델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들 뒤엔 패션을 가지고 놀며 진정 패션을 즐길 줄 아는 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조가 있다. 캐머런 디아즈, 린지 로한, 미샤 바튼, 앤 해서웨이 등 우리가 스타일 뮤즈로 삼고 있는 스타들은 모두 그녀의 손길을 거쳤다. 별것 걸치지 않았는데도 시크하고 섹시하고 개성 있는 건 바로 빈티지와 유행 아이템과 액세서리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 그 활용법은 물론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와 멋진 삶을 살기 위한 26가지 키워드까지 비밀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것‘그거 다 허영 아니야?’ 하고 치부해버리는 사람에게도 그냥 던질 책은 아니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