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3> 담배의 역사
콜럼버스가 미대륙에 처음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긴 막대기에 말린 풀을 넣고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이고 내 뿜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신기하게 여긴 콜럼버스 일행 중 하나가 그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담배를 피우던 인디언은 담뱃대 이름을 물어보는 줄 알고 담뱃대의 인디언 이름인 토바코(Tobacco)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담배를 일컫는 이름이 토바코(Tobacco)가 되었다고 하는 재미있는 일화(逸話)가 전한다.
사실 담배는 아메리카 인디언 훨씬 이전의 마야(Maya) 문명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담배의 역사는 실로 유구(悠久)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후 유럽으로 들어와 오늘날처럼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담배의 종류는 흡입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되는데, 불을 붙여 연기를 들이마시는 ‘피우는 담배’와 생 이파리를 ‘씹는 담배’, 담뱃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코담배’, 물로 연기를 걸러내어 마시는 ‘물담배’로 크게 구별할 수 있다.
가장 보편화 된 것이 종이에 담배의 가루를 말아 불을 붙이고 연기를 흡입하는 궐련(捲煙)이다.
이 권련이 내 고향 강릉말로 골련....
담뱃가루를 미세하게 분쇄하여 코로 흡입하는 코담배는 유럽에서 시작되었다는데 동양에서는 몽골인들이 지금까지도 애용한다고 하고, 물담배는 과일 향, 박하 향 등 다양한 향료를 첨가하여 순하고 향기롭다는데 음주문화가 금지된 중동지역에서 보편화 된 방법으로 여자들도 애용한다고 한다. 그 밖에 담배의 잎을 돌돌 말아서 만든 시가(Cigar)가 있는데 엽궐련이라고 하며 쿠바(Cuba)가 그 주산지(主産地)로 유명한 것은 모두 아실 터.... 나는 쿠바를 여행하면서 맛보았는데 제법 독하다.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밭에 담배를 심어 잎을 따서 말린 후 썰어서 종이에 말아 피우기 시작했는데 일제 강점기가 지나고 해방(1945년)이 되면서 널리 퍼져 보편화 되기 시작한다.
<4> 내가 담배를 배우던 시절
나의 어린 시절이니 50년대 초, 6 ·25전쟁 직후였다고 생각되는데 도시에 나가 있던 동네 형이 고향에 와서는 제일 먼저 양복 안주머니에서 건설(建設) 담뱃갑을 꺼내어 마을 청년들에게 궐련(捲煙)을 한 개비씩 쭉 나누어 준 일이 있었다.
시골에서 맨날 봉담배(封草/豐年草)를 피우던 청년들은 처음으로 궐련(捲煙)을 받아 들고는 불을 붙일 생각은 하지 않고 요리조리 돌리며 드려다 보고 신기해 하였다.
수만이 형은 언젠가 밭 가에 쪼그리고 앉아 잎담배 썬 것을 꺼내 손바닥에 한 줌 놓고는 침을 퉤 뱉어 비벼서는 신문지 쪼가리로 담배를 말아 침으로 가장자리를 붙여 입에 물며,
‘제기랄, 골련(捲煙)을 한 대 턱 빼서 불을 붙여 손가락 사이에 척 끼우고는 왼손을 허리를 척 올려놓고 폼 잡고 한번 피워 봤으면.....’ 했었으니 궐련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담배를 필 줄 몰랐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가평(加平)으로 발령을 받자 나보다 다섯 살 위인 형님이 멘솔 담배인 금관을 한 갑 사서 주머니에 넣어주며,
‘너는 술도 못 마시는데 담배도 피우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있다.’며 배워보라고 하였다.
형님이 모처럼 생각해서 사 준 담배인데 버리기도 그렇고, 피워보니 매워서 눈물, 콧물이 다 나오고 목도 따끔거리는 것 같고.....
담뱃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이 사람도 주고, 저 사람한테도 권하고....
그리고 나도 같이 한 개비 물고 멋을 부리며 연기를 내 뿜고....
물론 목구멍으로 넘기지는 못하는 뻐끔 담배였는데 형님 말처럼 사회생활이 매끄럽게 형성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목구멍 깊숙이 연기를 넘기며 담배 맛을 알게 됐고 니코틴에 중독되고 말았나 보다.
담배가 떨어지면 방구석과 재떨이를 뒤지며 꽁초를 찾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제기럴.....
예전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서 괜찮았는데 요즘은 담배 피우던 친구들도 거의 끊었는데 나보고 아직도 담배를 피우냐고 핀찬을 주고.... 가는 곳마다 괄시를 받는다.
병원에 검진이나 가벼운 치료를 받으러 가면 제일 먼저 담배를 피우냐고 묻고 평균 수명이 어쩌니 하며 의사마다 담배를 끊으라고 한다. 그리고 차라리 술을 한 잔씩 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예 술에 소질이 없는 건지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체내에 형성되어있지 않은 것인지 술을 한 잔만 마시도 꼭 죽을병에 걸린 것처럼 괴롭다.
전신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 잔 정도 마시면 다른 먹은 것을 포함해서 모두 바깥으로 내놓아야 한다.
나의 교사로서 첫 발령지는 경기도 가평의 시골 분교였는데 그곳에 근무할 때 죽기 살기로 술을 배워보기로 작정을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옥수수로 술을 담그는데 색깔이 노란 것이 매우 독했던(알코올 도수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집마다 술을 담가 놓고 먹던 시절인데 가는 집마다 선생님이 오셨다고 술을 준다.
그곳 사람들은 밭에 일을 나갔다가 집에 오면 그 옥수수 술을 한 대접씩 쭉 들이키고는 김치 한 쪽을 집어 먹고는 ‘어허~, 좋다....’
나보다 몸집도 작고 허약해 보이는 사람들도 잘들 마시기에 나도 한 사발 마셨는데 곧이어 술이 오르며 눈이 감기기 시작하는데.... 웃으며 놀리는 학부형을 뒤로하고 사택으로 쫓기듯 돌아와서는 눕자마자 잠들고 말았다.
짜증이 나서 다음날부터 술을 배워보기로 작정을 하고 죽기 살기로 며칠을 그렇게 계속 술을 한잔 마시고는 돌아와 자고, 술을 한 잔 마시고는 돌아와 자고....
결국.... 어느 토요일, 대낮에 깔고 자던 이불(요) 위에 크게 실례를 범하고 말았다. 잠결에 참았던 소피를 마음껏 내쏟으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그런데 아차차 꿈이었구나.... 에라 더러워서....
나는 술을 배우지 않겠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나는 술을 배우지 못했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담배나 열심히 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