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두 번···‘메밀꽃 필 무렵’ 제주의 봄·가을 눈이 부시다
팝콘이 터진 듯 새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 제주에서는 가을 뿐만 아니라 봄에도 ‘소금을 뿌린 듯’ 한 순백의 메밀꽃밭을 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제주가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지역에서 재배 중인 품종 미상의 메밀을 봄·가을 2기작이 가능한 국산 품종으로 대체해 전국 1위 메밀 주산지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제주메밀 특산화 ‘시동’
제주의 메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19년 기준 1107㏊·947톤이다. 이는 전국 대비 47.5%, 3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주로 제주시 오라동, 조천읍 와흘, 서귀포시 안덕, 표선 등지에서 드넓은 메밀밭을 만날 수 있다.
제주의 전통음식에서도 메밀과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얇게 반죽해서 전을 부친 후 채썬 무와 당근, 파, 소금, 참깨, 참기름 등을 골고루 섞은 내용물을 얹어 둥글게 말아 먹는 떡이다. 빙빙 마는 떡이라고 해서 빙떡이라고 불렀다. 젓가락이 아닌 손으로 통째 들고 먹어야 제 맛이 난다. 꿩고기 육수에 제주산 메밀로 만든 국수를 넣어 끓인 후 양념을 친 꿩메밀국수도 즐겨 먹었다.
제주가 메밀 최대 주산지임에도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생산된 메밀 대부분이 육지로 반출돼 가공되고 소비됐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5년 메밀 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제주메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가공공장이 여럿 설립됐고, 제주메밀을 재료로 한 음식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 “품종 교체 주산지 입지 다진다”
메밀의 품종도 문제로 지적됐다.
제주도는 지역에서 재배되는 메밀 중 국산품종은 0.9%인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품종 미상의 외래종과 재래종이라고 밝혔다.
외래종은 잡초와 병해충 등의 문제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이, 재래종은 가을에만 1차례 재배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기작이 가능하고 생산량이 많은 국산품종 ‘양절’ 종자를 지역 농가에 대대적으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절’ 품종은 국립식량과학원이 육성한 장려 품종으로, 봄·가을 재배가 가능하고 기존 품종 대비 생산량이 15% 정도 많다. 농가에서도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 온화한 기후와도 맞아 2기작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보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등 3곳에 양절 메밀의 종자를 얻는 채종실증단지 15㏊를 조성하는 등 메밀 종자 보급 체계 구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순차적으로 채종단지를 확대해 2023년에는 매년 30톤(300㏊ 분량)을 농가에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5년이면 제주지역 메밀 중 50%를 국산 품종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문 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삼달리 실증단지에서 현장 평가회를 진행한 결과 농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며 “재배기술을 한층 높여 메밀을 제주의 특화 작물로 육성하고, 유통망 확보를 위해 지역농협, 영농조합법인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2021.07.01